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미래통합당이 176석 더불어민주당에 대항하기 위해 원내투쟁을 넘어 원외투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모습이다. 인해전술을 무기로 본격적인 입법 독주에 나선 민주당에 더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없다는 위기 의식에서다.

통합당은 의석 수에서 여당 대비 절대적 열세(103석)인 데다 18개 전 상임위원장까지 포기한 만큼 결국 여론전에 기대는 전략을 펴야 하는데, 원내투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통합당 장외 카드 만지작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9일 전체회의에서 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사위 소속 통합당 의원들은 법안심사소위를 구성해 논의하자고 요구했지만 민주당의 강행 처리를 막을 방도가 없었다.

통합당 법사위원들이 전원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 소속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소위 구성 없이 찬반토론으로 법안 심사를 마무리했다.

윤 위원장은 “통합당 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결하게 돼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건설적인 대안을 제출해줘야 소수당 의견이라도 존중할 기회가 생기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통합당은 이미 전날(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민주당이 통합당을 패싱하고 7·10 부동산 대책 후속세법 개정안, 일명 부동산 3법을 의결한 데 대해 불만이 최고조로 다다른 상황이었다. 이날 법사위의 임대차법 강행 처리는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의 행태에 대해 “의회민주주의와 국민 권리 권익이 철저히 짓밟히고 있다”며 “총선 이후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뒤로는 안하무인, 오만불손 말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강력 비판했다.

통합당은 의원총회에 이어 비상대책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잇달아 진행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당내 최다선인 정진석 의원은 장외투쟁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장내·외 투쟁을 병행하되 장외투쟁 방법은 구체적으로 더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국민 여러분 지금 국회 상황을 똑바로 봐주시고 민주당의 폭거와 횡포를 제발 저지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통합당은 내일(30일) 다시 의총을 열고 장외투쟁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할 방침이다.

윤호중 국회 법사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을 의결하고 있다. /뉴시스
윤호중 국회 법사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을 의결하고 있다. /뉴시스

◇ 민주당 “통합당, 약자 코스프레”

민주당은 통합당의 ‘입법 독주’ 비판에 대해 “약자 코스프레이자 발목잡기”라고 역공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의 말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통합당은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인식하면서 시간 끌기와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부동산 가격 폭등 탓을 전 정권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2014년 통합당 전신인 새누리당 주도의 부동산 3법이 아파트 주택시장 폭등 원인”이라며 “통합당도 부동산 과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3년차를 맞이한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 과열 책임이나 정책 실패를 전 정권 탓으로 돌리는 것은 몰염치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통합당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국회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언제까지 전 정부 탓을 할지 궁금하다”며 “염치도 없고 오만하다는 증거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민주당 사람들은 정의(定義)상 잘못을 할 수가 없다”며 “뭔가 잘못됐다면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잘못한 것이어서 바로 범인을 찾아 나선다”고 꼬집었다. 이어 “(민주당이) 잘못을 할 때마다 새로이 개혁과제를 하나씩 갖게 되다보니 어느새 세상 전체를 다 개혁하게 될 처지가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 역풍 불렀던 장외투쟁 '실효성 있을까'

통합당은 황교안 전 대표 시절인 지난해(2019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문재인 정부 심판을 기치로 장외투쟁에 주력했다. 지지자를 동원한 대규모 광화문 집회는 물론 황 전 대표가 청와대 앞에서 단식투쟁을 벌이다 정신을 잃고 병원에 실려가기까지 했다.

통합당이 고강도 투쟁력을 과시하며 지지층 결집 효과는 얻었지만 결과는 암담했다. ‘정권 심판’ 프레임이 ‘통합당 심판’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결국 총선에서 참패했다.

공천 잡음도 있었지만 선거를 앞둔 정당의 간헐적 반(反)정부 원외투쟁이 국민적 반감을 산 것이다. 몸을 불살랐던 황 전 대표는 지역구(서울 종로) 낙선에 당 전체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쓸쓸히 퇴진했다.

따라서 통합당이 당장 장외투쟁에 나서더라도 지난 날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만큼 최대한 신중한 자세로 임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없기 때문에 대규모 군중 집회는 자제하면서도 여론전을 극대화할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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