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의미있는 성과를 남긴 KT 위즈가 올해도 순항하고 있다. 하지만 순위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뉴시스
지난 시즌 의미있는 성과를 남긴 KT 위즈가 올해도 순항하고 있다. 하지만 순위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KT 위즈는 KBO리그의 막내다. 2013년 1월 창단해 2014년 퓨처스리그를 거쳐 2015년부터 1군 무대에 합류했다. KBO리그의 ‘10구단 체제’를 완성시킨 마지막 퍼즐이었다.

시작은 쉽지 않았다. 무려 개막 11연패 수렁에 빠진 뒤에야 가까스로 첫 승을 올렸다. 신생구단 개막 최다 연패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었다. 공수에 걸쳐 기존 구단과의 차이가 현격했고, 황당한 실수들이 쏟아졌다. 그럴수록 팀과 선수는 더욱 위축됐다.

그렇게 정신없이 흘러간 첫 시즌. KT 위즈의 성적은 52승 1무 91패 승률 0.364였다. 시즌이 초반에 비해 조금씩 안정을 찾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꼴찌는 피할 수 없었다.

이후에도 KT 위즈는 순위표 맨 아래를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2년차인 2016시즌엔 초반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으나 5월 중순 이후 하위권으로 처지더니 7월 들어 꼴찌로 내려앉았다. 2017시즌 역시 초반엔 주목을 끌었으나 중반에 접어들며 무언가에 끌리듯 순위표 아래로 향했다. 그렇게 KT 위즈는 창단 후 세 시즌을 내리 꼴찌에 머물렀다.

그런 KT 위즈에게 2018시즌 절호의 ‘탈꼴찌’ 기회가 찾아왔다. KT 위즈는 앞선 세 시즌과 비슷한 행보를 보였으나, NC 다이노스가 압도적 부진에 빠지며 꼴찌 자리를 가져간 것이다. 하지만 KT 위즈는 이 같은 기회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시즌 막판 꼴찌싸움에 빠져들더니 급기야 꼴찌로 내려앉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간신히 꼴찌를 면했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KT 위즈가 진짜 달라진 것은 지난 시즌부터다. 시즌 초반 ‘반짝 돌풍’을 일으킨 뒤 하위권으로 향했던 앞선 시즌과 달리, 2019시즌 초반 KT 위즈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5월 중순 이후 중위권으로 뛰어올랐고, 6월 중순 이후엔 가을야구 진출 경쟁에 본격 참전했다. 앞선 시즌과는 180도 달라진 행보였다.

그 결과 KT 위즈는 2019시즌 의미있는 성적을 남겼다. 71승 2무 71패로 정확히 5할 승률을 남기며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진한 아쉬움도 남았다. ‘가을야구 분수령’으로 여겨지는 승률 5할을 달성했음에도, 순위가 6위에 그치며 창단 후 첫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뒤늦게 시작한 올 시즌에도 KT 위즈의 행보는 흥미롭다. 시즌이 반환점을 볼고 있는 가운데, KT 위즈는 선전을 이어가며 중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35승 1무 33패 승률 0.515를 기록 중이다. 특히 올 시즌 ‘괴물 용병’으로 등극한 멜 로하스 주니어를 필두로 팀타율 2위의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한다. 더 이상 가볍게 볼 막내구단이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선전에도 불구하고 KT 위즈의 순위는 ‘또’ 6위다. 지난 30일 기준, 5위 기아 타거즈와 2.5경기 차이를 보이고 있다. 0.515의 승률을 감안하면 아쉬운 순위가 아닐 수 없다. 2019시즌 NC 다이노스는 0.514의 승률로 5위를 기록해 가을야구에 진출했고, 2018시즌 기아 타이거즈는 0.486의 5할에도 미치지 못한 승률로 가을야구에 진출한 바 있다.

KT 위즈의 이 같은 상황은 올 시즌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가 심각한 동반 부진에 빠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두 팀의 동반 부진으로 나머지 8개 팀에서 ‘성적 인플레’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8위 롯데 자이언츠도 5할에 가까운 승률(0.493)을 기록 중인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KT 위즈는 2년 연속 5할 승률을 기록하고도 모두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하는 비운의 팀이 될 수 있다. 만약 현실이 된다면 KBO 역사상 최초다. 순항 중인 KT 위즈가 더욱 분발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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