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편의점 산업이 시작된 1989년 문을 연 '써클K'를 전신으로 하는 씨스페이스. / 씨스페이스 홈페이지 캡쳐
국내 편의점 산업이 시작된 1989년 문을 연 '써클K'를 전신으로 하는 씨스페이스. / 씨스페이스 홈페이지 캡처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인구당 점포수에서 일본을 추월할 정도로 급성장한 국내 편의점 산업을 얘기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있다. 바로 중견급 편의점인 씨스페이스(cspace)다. 씨스페이스가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업계 최고참급에 속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도중 사명이 바뀌면서 브랜드가 전면 리뉴얼 됐기 때문이다.

◇ 89년 써클K로 첫 발… 인지도 열세로 선점 효과 못 누려

씨스페이스의 전신이 바로 미국 태생의 글로벌 편의점인 ‘써클K’다. 1989년 서울 용산구 원효로에 써클K코리아 1호점이 들어섰다. 국내 1호 편의점으로 알려진 세븐일레븐 올림픽점과 동기인 셈이다. 편의점 볼모지였던 한국에 24시간 동안 문을 닫지 않으며 생필품을 판매하는 생소한 서비스를 소개한 선구자 역할을 했다.

10년 뒤 써클K는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 국내 대기업에 운영권이 넘어간 것이다. 한화그룹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한유통’으로 운영 주체가 바뀌었다. 비슷한 시기 미국 본사와의 기술제휴가 종료되면서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한다. 로열티를 지불하는 라이선스 브랜드에서 독자 브랜드인 씨스페이스로 전환점을 맞게 된 것이다.

이후에도 한화와의 인연은 계속됐다. 2006년부터 한화 출신의 임원들이 고르게 지분을 나줘 갖고 씨스페이스의 운영을 도맡았다. 그러나 경영 상태는 여의치 못했다. 해마다 10억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점포수가 1만 곳을 돌파하며 국내 편의점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에도 추진력을 얻지 못했다. 열세인 브랜드 인지도를 상쇄할만한 독자적인 모멘텀을 갖추지 못한 탓에 시장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2014년 씨스페이스는 또 다시 주인이 바뀌게 되는데, 한화갤러리아가 지분 100%를 확보하게 된다. 국내 편의점 ‘3만점 시대’를 앞두고 다시 한 번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CU와 GS25, 세븐일레븐 3사가 석권하고 있는 판세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연매출을 400억원이 무너졌고 영업손실은 마이너스 20억원으로 불어났다. 결국 한화갤러리아는 2년 만에 매각을 추진한다.

◇ 8년 만에 흑자 턱걸이… 재무 건전성 회복 시급

씨스페이스는 2016년이 돼서야 비로소 한화와의 관계를 청산한다. 홈플러스 등 국내 유통사들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올랐지만 업계 예상을 깨고 씨스페이스는 중소중견 물류기업인 ‘우린’이 품게 된다. 현재 씨스페이스는 우린의 계열회사인 ‘이와이푸드’가 지분 전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듬해야 비로소 씨스페이스는 적자 수렁에서 탈출한다. 8년 만이다. 또 200개 밑으로 내려갔던 점포수도 최근 300점을 돌파했다.

씨스페이스 관계자는 “이익배분 형식이 아닌 월회비를 받는 독립형 편의점 형식의 가맹타입을 신설한 것이 주요한 요인”이었다며 “직영물류센터를 늘리고 물류 효율화를 추진한 점도 경영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요인이 되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담배 및 주류의 원스톱물류 △본부 차원의 판촉행사 기획 및 판촉물 무상 지원 △슈퍼바이저(OFC) 정기 방문 서비스 등도 씨스페이스의 강점으로 꼽았다.

그러나 여전히 경영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씨스페이스의 한 해 영업익은 1억원 남짓한 수준이다. 재무 건전성 회복도 시급하다. 부채비율은 400%에 이르며 유동비율은 100%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무엇보다 하루 빨리 자본잠식에서 탈출해 한국편의점산업협회 회원사에 걸맞는 브랜드로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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