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프리미엄 내세워… 독일차 아성 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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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기함급 세단 CT6. 플래그십 모델 중 가성비가 좋은 차량으로 손꼽힌다. / 캐딜락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미국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캐딜락이 한국시장에서의 파이를 넓히기 위해 차량 라인업을 강화하고 나섰다. 캐딜락은 올해에만 총 5종의 신규 차량을 국내에 선보일 계획을 일찌감치 밝혔으며, 현재까지 4종이 공개됐다.

캐딜락이 한국 시장에 판매 중인 차종은 브랜드의 기함급 대형세단 CT6 리본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에스컬레이드, XT6, XT5 등 총 4종이다. 여기에 지난달 CT5와 CT4 등 세단 2종을 새롭게 투입하고 사전계약을 진행 중이다. CT5와 CT4의 고객인도 시점은 오는 9월부터다.

올해 가장 먼저 공개된 신차는 준대형 SUV XT6며, 이후 더 뉴 XT5(페이스리프트 모델)가 출시됐다. 이후 ATS와 CTS의 후속모델인 CT4와 CT5이 공개되면서 세단 라인업을 완벽히 새롭게 구축했다. 올해 마지막으로 출격을 앞둔 준중형 SUV XT4의 한국 데뷔 시기는 4분기쯤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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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의 중형 세단 CT5의 선전이 기대된다. / 캐딜락

◇ 경쟁 브랜드 대비 동급 판매가격 저렴한 세단 3종

캐딜락은 지난 2017년 9월 플래그십 모델 CT6에 터보엔진을 얹은 다운사이징 모델을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마케팅에 나섰다. CT6의 경쟁모델로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 등이 거론되는데, 2016년 국내 첫 론칭 후 2017년 출시한 CT6 2.0터보의 판매가격은 6,897만원으로 책정돼 파격적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현재 해당모델은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지 않지만, 국내 판매 중인 3.6 가솔린 모델 역시 가성비 갑(甲)으로 꼽히는 대형 세단이다. 수입 자동차 브랜드 중 자사의 기함급 모델을 8,000만원대 후반 가격에 판매하는 브랜드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외관이나 편의사양, 출력 등은 뒤지지 않아 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CT6는 올해 7월까지 캐딜락 판매량의 절반 이상(472대·59.2%)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지원사격을 나선 CT5와 CT4 역시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의 동급 차종 대비 저렴한 몸값을 내세워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CT5는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 아우디 A6 등 유럽 프리미엄 세단들과 경쟁을 벌이며 파이를 뺏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책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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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들에게 인도를 앞두고 있는 캐딜락 스포츠세단 CT4. / 캐딜락

CT4 역시 벤츠 C클래스와 BMW 3시리즈, 아우디 A4, 볼보 S60 등과 쉽지 않은 경쟁을 해 나가야 한다. CT4는 미국 현지 판매 트림 중 최고급 트림인 ‘스포츠’ 트림만을 국내에 도입한 점을 감안해 동급 차종들의 상위 트림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몸값을 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다.

CT5와 CT4 모두 외관 디자인부터 실내 인테리어까지 캐딜락 패밀리룩을 잘 녹여내 캐딜락다운 느낌을 한층 끌어올렸다. 특히 실내 마감이 과거 미국차와는 달리 더욱 꼼꼼해졌으며,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고급 소재를 대거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아직 공식적으로 출고가 이뤄지지는 않고 있지만, 9월 고객들에게 인도가 시작된다면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큰 차체로 존재감 자랑하는 캐딜락 SUV 형제

캐딜락은 많은 부분에서 미국차 DNA를 탈피하며 고급스러움을 더하고 있지만, 미국차의 특유의 큰 차체는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일장일단이 있다. 먼저 차체가 크면 넓은 실내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공차중량은 무거워질 수 있고, 이는 연료효율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연료효율성이 떨어지는 점을 단점으로 지적하기 보다는 차량 고유의 특성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적합해 보인다. 대형 SUV를 몰면서까지 연비(ℓ당 주행거리)를 따지는 운전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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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이 내년 국내 도입을 계획 중인 에스컬레이드 5세대. / 캐딜락

캐딜락 SUV 라인업 중 맏형 에스컬레이드는 전장과 전폭이 각각 5,180mm, 2,045mm에 달한다. 거대한 덩치로 일각에서는 에스컬레이드를 ‘도로 위의 탱크’로 부르기도 한다. 축거(휠베이스)도 2,946mm로 약 3m에 달해 광활한 실내공간을 자랑한다. 차체가 큰 만큼 연료탱크 용량도 98ℓ로 크게 설계해 공인연비 6.8㎞/ℓ 기준 서울에서 부산까지 무급유로 주행할 수 있다. 에스컬레이드는 지난 7월까지 올해 101대가 판매돼 캐딜락 판매량의 12.7% 차지하고 있다.

캐딜락 판매량 2위인 에스컬레이드는 지난 3월 풀체인지 모델이 공개됐다. 풀체인지를 거친 2021 캐딜락 에스컬레이드(5세대)는 전장 5,382mm, 전폭 2,059mm로 차체를 전체적으로 키우고 휠베이스도 3,071mm로 넓혀 실내공간을 더 넓혔다.

5세대 에스컬레이드의 파워트레인은 브랜드 최초로 디젤 엔진도 탑재한다. 3.0ℓ 6기통 디젤 엔진과 10단 하이드라매틱 자동변속기가 결합된 이 모델은 최고출력 277마력 최대토크 63.5kg.m의 힘을 내뿜는다. 캐딜락은 이전까지 디젤 엔진을 적용한 차량을 단 한 번 출시한 이후 매번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만을 고집했다. 새롭게 탄생한 에스컬레이드 디젤모델은 미국 시장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가에서 디젤 차량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5세대 에스컬레이드는 디젤엔진 인증 및 생산량 등의 문제를 거쳐야 해 국내 상륙은 내년 하반기쯤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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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국내 출시된 캐딜락의 준대형 SUV XT6. / 캐딜락

지난 3월 16일 국내에 출시된 XT6도 큰 차체를 자랑한다. 에스컬레이드 동생뻘인 준대형 SUV XT6도 5m가 넘는 차체 길이(5050mm)를 자랑하며, 자연흡기 엔진을 품었다. 5050mm 이상의 차체 길이는 같은 GM그룹의 쉐보레 트래버스를 제외하고는 동급 경쟁차량 중 가장 긴 편에 속한다. 긴 차체를 지닌 XT6는 3열 좌석을 제공해 6인승과 7인승을 선택할 수 있다. 동급 경쟁차종들이 보통 2열까지만 설계해 5인승으로 구성한 것과는 다른 점이다.

또 XT6는 경쟁차종들이 다운사이징을 적용한 싱글터보나 트윈터보 엔진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3.6ℓ V6 자연흡기 엔진이 장착됐다. 자연흡기 엔진의 장점은 가속페달을 밟음과 동시에 엔진의 응답이 빠른 것과 부드러운 엔진음이다. 자연흡기 엔진은 터보엔진에 비해 부품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으로 구조가 간단하고 정비가 편리한 이점도 존재한다.

국내 도입된 트림은 최상위 트림인 ‘스포츠(sport)’ 단일 트림이다. 판매가격은 개별소비세 인하분을 적용하면 8,347만원으로 책정돼, 미국 본토 판매가격(9,000만원대)보다 저렴하다.

더 뉴 XT5는 XT6와 동일한 심장을 가져 경쟁 브랜드의 중형SUV보다 넉넉한 출력을 내뿜는다. 또한 체격 역시 경쟁 차종들보다 길다. 연초에 판매하던 XT5와 페이스리프트 모델 더 뉴 XT5의 올해 누적 판매대수는 각각 91대와 30대로, XT5는 올해 총 121대가 판매된 셈이다. 캐딜락 베스트셀링 모델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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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이 올해 4분기 중 국내 도입을 계획 중인 준중형 SUV XT4. / 캐딜락

캐딜락은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준중형 SUV 수요에 대응하고자 4분기쯤 XT4를 투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XT4 역시 타 브랜드 준중형 SUV 대비 더 길고 넓은 차체를 뽐내며, 실내공간을 가늠하는 휠베이스도 더 길게 설계했다. XT4에는 2ℓ 직렬 4기통 싱글터보 엔진이 탑재됐으며, 출력과 토크 면에서도 경쟁 모델을 압도한다.

XT4의 미국 현지 판매가격은 3만5,790달러(약 4,255만원)다. 국내 들여올 시에는 5,000만원 이하로 책정 전망이다. XT4가 국내 출시된다면 캐딜락은 세단과 SUV 라인업을 모두 구축하게 된다. XT4의 국내 판매가격이 합리적으로 책정된다면 가성비를 중시하는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지로 제시될 것이다.

캐딜락이 새롭게 구축한 세단과 SUV 라인업은 모두 캐딜락 디자인에 대한 미래가치를 담은 에스칼라 콘셉트의 디자인 철학을 그대로 물려받아 직선미를 강조하면서도 우아함을 함께 품었다. 이번에 새롭게 출시된 세단 2종과 연내 출시할 SUV 1종이 하반기 캐딜락의 판매량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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