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 피해가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가운데 여야는 4대강 사업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경기도 여주시 금사면 이포보에서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 회원들이 '4대강 보 해체하라'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집중호우 피해가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가운데 여야는 4대강 사업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경기도 여주시 금사면 이포보에서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 회원들이 '4대강 보 해체하라'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연일 이어진 집중호우로 각 지역에서 침수 피해가 일어나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4대강 사업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4대강 사업(4대강 정비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한반도대운하 사업으로 시작했다 여론의 반대에 부딪치자 수정해 실시한 사업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 사업에 22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에 대형 보를 설치했다. 2012년에 완료된 사업이 2020년 집중호우 상황에서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 4대강 피해 여부 놓고 격돌

4대강 사업을 먼저 들고나온 곳은 미래통합당이다. 4대강 사업이 이번 수해에서 그 필요성이 입증됐으며, 섬진강 인근의 홍수 피해가 커진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 4대강 사업을 반대한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역임한 정진석 통합당 의원은 지난 9일 SNS를 통해 “4대강 사업이 없었으면 이번에 어쩔뻔 했냐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며 “4대강 사업을 끝낸 후 지류 지천으로 사업을 확대했더라면, 지금의 물난리를 좀 더 잘 방어할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고 주장했다.

이후 통합당 인사들은 4대강 사업 옹호에 나서기 시작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지난 10일 “섬진강이 4대강 사업에 빠졌던 것을 굉장히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이야기한 사람이 있었는데 이번 홍수를 겪으면서 그것이 결국 잘못된 판단 아니었나 생각할 수밖에(없다)”고 했다. 송석준 의원은 11일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았으면 이번 폭우로 인한 피해가 더욱 컸을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그러자 여당은 즉각 4대강 사업의 폐해는 이미 증명됐으며, 통합당이 수해마저도 정쟁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역임한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통합당 일부에서 섬진강 등에 4대강 사업을 했다면 이번 물난리를 막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며 “4대강 사업의 폐해는 이미 온갖 자료와 연구로 증명됐다. 이런 식으로 한다고 해서 당신들의 과오가 용서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도 같은날 “통합당은 홍수와 산사태로 인명피해가 발생하는데 4대강 예찬론을 다시 끌고 오면서 수해마저 정부 비방 소재로 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MB정부는 홍수와 가뭄을 예방한다면서 22조원의 막대한 예산을 썼지만 2013년과 2018년 감사원 감사에서 4대강 사업은 홍수 예방사업이 아닌 한반도 대운하 재추진을 위한 사전 작업 성격이 크다는 결론이 났다”고 강조했다.

◇ 여야, 4대강 공방 참여의 속내

야당이 ‘4대강 공방’을 시작한 것은 문재인 정부에 의해 ‘실패한 사업’으로 낙인찍힌 4대강 사업에 대한 재평가와 이명박 정부의 명예회복 시도로 풀이된다. 4대강에 대해 먼저 언급한 것도 친이(명박) 계열 정치인이다. 4대강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해 이번 집중호우 피해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정부의 실정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인 셈이다. 특히 현재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시장 불안정 등으로 지지율이 흔들리면서 통합당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된 것도 이들이 움직인 이유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야권 일각에서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4대강 이슈를 꺼내 전선을 확대하는 것을 꺼리는 모양새다. 이미 감사원에서 ‘4대강 사업이 폭우지역의 홍수피해액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유의한 결과가 도출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 사업을 ‘명예회복’ 용도로 쓰는 것은 실책이라는 지적이다.

여당이 즉각 맞받은 것도 이슈 전환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부동산 논란과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사건 등으로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도 지난 10일 “4대강 보가 홍수 조절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실증·분석할 기회”라며 “댐 관리와 4대강 보 영향에 대해서도 전문가와 함께 깊이 있는 조사와 평가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여권 인사들이 일제히 야당의 주장을 비판한 것도 여론전에서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다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1일 “대통령 지시는 있는 그대로 봐달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여야가 ‘사상 최악의 물난리’ 앞에서 4대강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는 장면은 “수해 앞에서도 정쟁이냐”는 비판을 부르고 있다. 추가 피해 예방과 이재민 지원, 피해 복구가 시급한 때인데 여야 모두 여론전에만 신경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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