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운을 띄운 ′부동산 감독원′이 정치권의 부동산 전면전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정치권이 부동산 전면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국토교통부 산하 ‘부동산 감독원’ 설치로 아킬레스건이 된 ′부동산 국면′ 전환에 나서자 야권이 이를 맹렬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화두를 먼저 꺼낸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부동산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시 부동산시장 감독기구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운을 뗐다. 

정부와 여당의 의지는 확고하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가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는 것에 대한 처절한 몸부림인 셈이다. 지난 달 23일부터 25일까지 케이스탯‧엠브레인‧코리안리서치‧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부동산 정책을 ‘잘못하고 있다’라는 평가는 71%로 ′잘하고 있다(21%)′의 세 배를 넘어섰다.

쿠키뉴스의 의뢰로 데이터리서치가 지난 1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 신뢰도’에 대한 질문에 65.3%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향후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지 않을 것이란 대답도 66.9%에 이르렀다. 정부와 여당이 국면 전환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는 이유다.

◇ 정부·여당, ‘부동산 감독원’ 띄우기 본격

대통령이 입을 열자 정부와 정치권도 움직임에 나섰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이에 대한 본격 논의에 나섰다. 

이들은 분산돼 있던 부동산 감시 역할을 한곳에 모아 투기를 근절하고,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토부의 ‘부동산시장불법행위 대응반’과 한국감정원 내 ‘실거래조사팀’ 등 비슷한 역할을 하는 기구들이 있지만, 인적·법적 한계에 의해 사실상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주식시장이나 금융시장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원과 유사하게 부동산감독원 같은 것을 별도로 설치해서 강제조사권을 갖고 불법행위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인력과 조직을 갖춰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며 기구 설치에 힘을 실었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 또한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부동산 시장 감독기구가 설치된다면 여러 기관에 흩어진 부동산 시장 안정 기능을 유기적으로 잘 통합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보다는 상당히 강한 기능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 감독원′ 띄우기에 나서자 보수 야권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뉴시스 

◇ 보수 야권, ‘과도한 규제’ 비판

정부·여당이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지만, 보수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해 등으로 잠시 주춤했던 정치권의 부동산 전면전이 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특히 이들은 정부의 정책이 과도한 감시와 규제에 방점이 찍혀있다고 비난했다. 권성동 무소속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에서 “통제사회도 아니고 전체주의 국가도 아니고 민간 부분에서 수요와 공급 원리에 의해서 일어나는 부동산 매매까지 감시하겠다는 것”이라며 “감시, 감독, 규제 일변도의 정책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힐난했다. 

이들은 이미 정부 기관별로 부동산 감시·감독 체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기구를 설치한다는 것은 정부가 통제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미래통합당은 이러한 분위기가 자유 시장경제 질서를 왜곡하는 것은 물론 개인 사적영역을 침범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윤희석 통합당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국민이 집을 사고팔거나 임대료 받는 것을 정부가 감시하겠다는 것”이라며 “집 가진 사람을 우범자로, 부동산을 독극물로 본다는 느낌”이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시장을 흔들어 부동산 지옥을 만들어 놓고 누가 누구를 감독한다는 것인가”라고 쏘아붙였다.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김상훈 통합당 의원이 이날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 소속 부동산시장불법행위 대응반이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내사에 착수해 완료한 110건 중 증거 불충분 혹은 혐의없음으로 종결된 건은 절반인 55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이를 근거로 사실상 부동산 감시기구의 출현도 ‘전시성 행정’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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