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약품이 제약업계 중 매출 대비 상품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제일약품
제일약품이 최근 경영권 승계 소식으로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 제일약품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제일약품그룹의 경영권 승계 소식이 제약업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제일약품그룹 경영권 승계는 지난 2017년, 제일파마홀딩스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한 차례 이목이 집중된 바 있다. 최근에는 한승수 제일약품그룹 회장이 자녀들에게 수십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증여한 것을 두고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한 기초작업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 한상철 부사장, 그룹 지배력 확고히 하기 위해선 지주사 지분율 늘려야

지난 2017년 6월, 기존의 제일약품은 인적분할 되면서 존속법인인 제일파마홀딩스가 지주회사로 바뀌었고 전문의약품 사업부문이 제일약품으로 신설됐다. 일반의약품회사인 제일헬스사이언스와 의약품판매대행사 제일앤파트너스도 제일파마홀딩스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지주사인 제일파마홀딩스의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는 제일약품의 창업주인 한원석 전 회장의 손자이자 한승수 회장의 장남인 한상철 제일약품 부사장이 올랐다. 한상철 제일파마홀딩스 사장은 앞서 10년 이상 경영수업을 받으면서 후계자 구도를 굳혀왔다.

당시 업계 관계자들은 제일약품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자체가 한상철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와 연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상철 부사장이 한승수 회장의 뒤를 이어 제일약품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는 전망은 현재도 바뀌지 않고 있다.

다만, 제일약품과 제일파마홀딩스 보유지분이 적은 점과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는 좋지 않다.

한상철 제일약품 부사장은 경영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신약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 대표이사에 오를 당시에도 경영능력도 보일 수 있고 제일약품을 한 단계 성장시키기 위해 신약 개발을 목표로 세운 바 있다.

현재 제일약품은 뇌졸중·당뇨·전립선비대증 치료제 등 총 12개의 신약을 개발 중이다. 최근에는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당뇨병 신약 후보물질 ‘JP-2266’의 유럽 임상 1상 시험을 승인받았다. 이러한 신약 연구개발을 통해 자사 제품 비중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한상철 부사장이 신약 개발로 제품 비중 증대에 집중하는 이유는 제일약품 매출의 대부분이 글로벌제약사의 약을 도입해 판매하는 상품매출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2020년 상반기 누적 매출을 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77.2%가 상품매출이다. 또한 다수의 상품이 다국적제약사 화이자 제품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한국화이자제약 부사장 출신인 성석제 제일약품 대표이사가 구축한 네트워크에 의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성석제 대표는 2005년부터 제일약품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해 6연임을 이어가고 있다.

성석제 제일약품 사장의 연임으로 향후 3년간은 한상철 부사장이 경영권 승계 작업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한상철 부사장이 경영권 승계를 확실히 하기 위해선 제일파마홀딩스와 제일약품 지분율을 늘려나가는 것이 최대 과제로 꼽힌다.

현재 제일파마홀딩스 지분구조는 △한승수 회장 57.79% △한상철 부사장 9.70% △한상우 제일약품 개발본부 이사 2.86% △한응수 1.88%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한상우 이사는 한승수 회장의 차남이며, 한응수 씨는 한승수 회장의 동생이다.

제일약품의 지분구조는 제일파마홀딩스가 최대주주로 49.64%를 차지하고 있으며, 한승수 회장이 3.00%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지배주주다. 이어 △한응수 6.91% △한승수 회장 부인 이주혜 씨 2.40% △한상철 0.61% 등이다.

한상철 부사장이 지주사인 제일파마홀딩스 지분을 9.70% 보유하고 있지만, 그룹의 중추 역할을 하는 제일약품의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일각에서는 경영권을 두고 눈치싸움을 할 것으로 내다보기는 시각도 존재한다.

최근에는 한승수 회장이 강남권에 위치한 본인 명의의 아파트를 한상철 부사장과 한상우 이사 두 아들에게 증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향후 주식 증여 등 경영권 승계 작업에 필요한 현금 확보를 위한 초석이란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미약하긴 하나 부동산을 담보로 현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상철 부사장이 경영권을 확실히 쥐기 위해선 지주사의 지분율을 늘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주사인 제일파마홀딩스의 지분을 늘리면 제일약품을 비롯한 계열사들의 지분은 자연스레 늘릴 수 있으며, 지배력을 공고히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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