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수도권에 확산되는 와중에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광화문 집회가 강행하자,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여권이 이례적으로 초강경 메시지를 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보수단체들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열린 8·15 대규모 집회에 참가한 가운데 집회를 마친후 경찰 저지선을 뚫고 사직로에서 청와대로 가는길로 몰려와 경찰들과 대치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수도권에 확산되는 와중에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광화문 집회가 강행하자,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여권이 이례적으로 초강경 메시지를 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보수단체들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열린 8·15 대규모 집회에 참가한 가운데 집회를 마친후 경찰 저지선을 뚫고 사직로에서 청와대로 가는길로 몰려와 경찰들과 대치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와중에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광화문 집회를 강행한 것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여권이 이례적으로 초강경 메시지를 냈다. 특정 종교가 주최하는 집회에 대해 메시지를 낼 경우, 정치적 오해를 낳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강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그만큼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 문재인 대통령, 집회 두고 “비상식적 행태” 비판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 목사의 집회를 겨냥해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온 국민이 오랫동안 애써온 상황에서 국민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대단히 비상식적 행태”라며 “국가방역 시스템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며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대규모 집단 감염원이 되고있는 일부 교회의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방역 당국의 지속적인 협조 요청에도 불구하고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고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면서 확진자가 대량으로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집단 감염 이후에도 검사와 역학조사 등 방역협조를 거부하고 있어 방역 당국이 큰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며 “대규모 감염이 발생하고 있는 교회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비상식적 행태’, ‘용서할 수 없는 행위’ 등 강한 어조로 작성됐다. 이 강경한 메시지가 겨냥한 것은 지난 15일 열린 전 목사의 정권규탄 광화문 집회다. 전 목사는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서울 사랑제일교회의 담임목사인데다 본인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 것에 대한 비판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8일 기자들과 만나 전 목사의 확진판정 및 광화문 집회에 대해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라며 “방역당국의 경고에 비협조로 일관해왔으나, 집회에 참석한 분들은 전원 진단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부분을 실증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검사는 본인의 안전뿐 아니라 국민 안전을 위한 것”이라며 “뒤집어 말하면 검사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국민 안전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방역을 방해하는 행위는 엄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특정 종교를 콕 집어 ‘방역에 협조하라’고 강조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날 정부는 수도권 소재 교회에 대해서는 비대면 예배만 허용하고, 그 외의 모임과 활동을 금지하는 등의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19일부터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 16일 전 목사를 감염병예방법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종교계에서 반발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방역이 우선이라는 기조를 재확인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실을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분투 중인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비롯한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더불어민주당은 전 목사의 집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민주당은 미래통합당 일부 인사가 집회에 참석한 것을 두고 '코로나 확산 방조'라고 규정했다. 반면 통합당은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지난 3월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실을 방문해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비롯한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 민주당 “통합당 방조 사과해야” vs 통합당 “비판 목소리 받아들어야”

대통령과 청와대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전 목사 집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이 집회에 미래통합당 인사들이 참여한 데 대해 대국민 사과와 참석 인사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며,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보수 진영 책임론을 부각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통합당은 당원들을 대상으로 집회 참석 금지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어떤 지침도 내리지 않았다. 8·15 집회를 사실상 방조한 것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면서 “전 목사가 역학조사를 방해한 것은 국기 문란의 심각한 범죄다. 통합당은 전 목사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비호한 당내 인사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설훈 최고위원도 같은날 라디오인터뷰에서 “코로나 폭탄을 터뜨린 것과 마찬가지”라며 “통합당은 사태를 수수방관한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독려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이같은 태도를 취한 것은 청와대와 같은 ‘방역 우선’ 기조 때문이다. 민주당은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전국대의원대회도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상황이다. 집회 주최 측이 방역에 비협조적으로 일관하는데, 통합당이 비공식적으로 집회에 가담한 것은 의도적인 방해행위라는 인식으로도 보인다. 또한 전 목사 행태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들끓고 있어, 최근 악재로 인한 민주당 지지율 하락 국면을 전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통합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장외집회를 주도하는 전 목사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하지도, 외면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김종인 비대위’는 중도층을 공략하는 것이 목표라 전 목사와 선을 그어야 하지만, 이 경우 전통적 지지층인 강경 보수를 포기해야 한다. 그러나 강경 보수를 챙기면 중도층 이탈을 불러온다.

통합당은 지난 16일 광화문 집회에 대해 “정부 실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정부·여당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광복절 집회에 홍문표 의원, 유정복 전 인천시장, 김진태·민경욱 전 의원 등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통합당은 확실한 입장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집회를 한 것은 비판했지만, 집회의 주제를 봐달라고 강조하고 있다. 집회를 옹호할 경우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지지율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같은 딜레마는 주호영 원내대표의 1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나타난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서울에서 계속 늘어 어려운데, 방역 측면에서 보면 광화문 집회는 잘못된 것이고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면서도 “감염 위험에도 불구하고 폭우가 쏟아지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정권에 반대한 메시지는 달리 봐야한다”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