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이 경쟁사 비방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핵심 책임자급 실무 직원에 대해 어떤 인사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어 뒷말을 낳고 있다. /남양유업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남양유업이 경쟁사 비방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책임자급 실무 직원에 대해 어떤 인사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어 뒷말을 낳고 있다. 앞서 남양유업 측은 경쟁사 비방 논란과 관련해 “실무자가 자의적으로 판단해 벌어진 일”이라는 취지로 해명을 했다. 이처럼 사건의 대한 책임을 직원에게 넘겼음에도 정작 사건 실무자에겐 업무배제 등 최소한 후속 인사 조치마저도 취하지 않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경쟁사 비방’ 혐의 책임자급 직원, 기존 업무 그대로 수행 

서울 종로경찰서는 경쟁사에 대한 비방 내용을 담은 글과 악성댓글을 온라인상에 남긴 혐의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등 관련자 7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남양유업 측은 홍보대행사를 동원해 맘카페 등에 경쟁업체 제품을 비방하는 내용의 게시물과 댓글을 게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쟁사인 매일유업은 지난해 초부터 맘카페 등에 “우유에서 쇠 맛이 난다” “우유가 생산된 목장 근처에 원전이 있다” 등 자사 관련 비방글이 수시로 게시되는 것을 확인하고 아이디를 특정해 그해 4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IP 추적과 압수수색을 통해 부산의 한 홍보대행사가 수십 개의 아이디를 동원해 조직적인 비방 댓글 작업을 한 정황을 파악했다. 경찰은 남양유업 측과 공모 정황도 포착했다. 

경찰은 남양유업 직원 3명이 홍보대행사와 업무를 논의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경찰은 남양유업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홍원식 회장, 남양유업 직원 3명, 홍보대행사 핵심 관계자 등 7명을 입건해 고강도 수사를 펼쳐왔다. 

이 같은 수사 내용은 지난 5월 6일 한 언론 보도로 외부에 알려졌다. 회사의 조직적인 개입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남양유업은 “실무자가 자의적으로 판단해서 벌어진 일”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남양유업 측은 지난 5월 7일 “온라인상 과열된 홍보 경쟁 상황에서 실무자가 온라인 홍보대행사와 업무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매일 목장이 원전 4㎞ 근처에 위치해 있는 건 사실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해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며 “당사자는 1년여 간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해왔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이 지난 5월 7일 경쟁사 비방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사안과 관련해 밝힌 입장문. /남양유업

문제는 ‘사건에 대한 책임이 실무 직원에게 있다’고 밝혔음에도 정작 해당 직원을 상대로 현재까지 어떠한 후속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남양유업 전·현직 직원들의 말에 따르면 따르면 회사 내에서 온라인 마케팅 업무를 책임지는 직원 A씨는 이번 경쟁사 비방 사건에 연루된 핵심 실무 인사로, 경찰의 고강도 조사를 받아왔다. 경찰은 A씨에 대해 수차례의 소환조사, 압수수색, PC·스마트폰 압수, 포렌식 등을 통해 사건에 연루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 회사 “실무자 자의적 판단” 해명에도 후속 조치 없어  

이처럼 업무 과정에서 불미스런 논란에 휩싸였지만 남양유업은 A씨를 기존 업무에서 배제하지 않고 있다. A씨는 경찰 조사를 1년 넘게 받고 있음에도 기존 부서에서 동일한 업무를 그대로 수행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 관계자는 “기존 부서에서 그대로 근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경찰 조사가 나온 후에 후속 인사 조치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직장인 익명 앱인 ‘블라인드’ 통해서 일부 직원은 경쟁사 비방 사건에 대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보

이 같은 조치를 두고 사내 안팎에선 수개월째 뒷말이 무성하다. 직장인 익명앱인 ‘블라인드’를 통해서 일부 직원들은 회사가 강도 높게 책임자 처벌에 나서야 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본지가 제보를 통해 입수한 한 익명 글에 따르면 남양유업 직원으로 추정되는 글쓴이는 블라인드를 통해 “보도 이후 또 대충 넘어가는데 누가 한 짓인지? 대표 오너 관련된 거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 관계가 된 직원들은 엄중 처벌하고 해당 업무에서 손 떼게 해야 한다. 직원들 보기 부끄럽지 않나. 반드시 규명하라”고 주장했다. 

◇ 사내 분위기 수개월째 뒤숭숭… 직원 ‘비호 논란’ 뒷말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 해당 직원에 대해 조직적인 비호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남양유업 전 직원 B씨는 “작은 문제를 일으켜도 인사 조치를 해왔던 회사가 이처럼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상황에서 해당 책임자를 인사조치 하지 않고 동일한 업무를 수행케 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무 전문가 역시 이 같은 조치가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정해명 노무법인 상상 노무사는 <시사위크>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일반적인 기업들의 인사규정상 직원이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를 했을 경우, 그 자체만으로도 인사 조치가 가능한 부분이 있다. 대부분이 기업들이 이와 관련된 인사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최소한 기존 업무에서 빼는 조치라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경찰 조사 결과 및 법원 판결 근거가 없더라도, 회사가 내부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인사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남양유업은 비방글 작업 논란을 산 홍보대행사와의 계약관계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해당 대행사에 여전히 홍보대행 업무에 대한 비용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 측은 “홍보대행사와 계약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향후 후속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홍보대행 계약에 대한 비용이 지급되고 있는지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종로경찰서는 조만간 이번 사건 관련자에 대한 기소 등 신병 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경찰은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홍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수사가 1년 넘게 진행된 만큼 빨리 사건을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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