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보건기구(WHO)에 처음 보고된 날이 작년 12월 31일이었으니 8개월이 다 되어가는군. 2020년은 답답하고 우울한 날들의 연속일세. 어제(19일) 14시 기준 집계를 보면, 전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200만명을 넘어섰고, 78만 명이 넘은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죽었네. 문제는 아직도 전세계적으로 확진자가 하루에 30만명 가까이 늘고 있고, 이 지긋지긋한 팬데믹이 수그러질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거야. 오히려 확산세가 더 거세진다고나 할까.

지금 코로나19에서 자유로운 국가는 어디에도 없네. 얼마 전까지 코로나 방역 모범국으로 칭송이 자자했던 뉴질랜드도 다시 코로나19가 퍼지고 있어. 그래서 9월 17일에 치르기로 했던 총선을 10월 17일로 한 달 연기한다는 거야. 뉴질랜드는 5월 1일 이후 102일 동안 확진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아 지난 6월 8일 코로나19 종식을 공식적으로 선언했었거든. 하지만 지난 11일부터 북부 섬 최대도시인 오클랜드에서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해서 지금 하루에 10명 안팎의 감염자가 계속 나오고 있네.

‘K 방역’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방역 모범국으로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우리 상황도 마찬가지야. 조금만 방심하면 그 허점을 놓치지 않고 파고드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순발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네. 확진자 수가 한때 한 자리 숫자까지 내려가서 이제 좀 안심해도 되나 했더니 지난 14일부터 다시 7일 연속 세 자릿수로 증가하고 있어. 오늘(20일)은 0시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전날보다 288명 늘어났다는군. 지난 일주일 동안에만 확진자가 1,576명 증가한 걸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가 “대규모 유행이 전국으로 번질 것인가, 통제할 수 있을 것인가를 결정할 중대한 고비가 되는 한 주라고 본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매우 심각한 위기 상황인 게 확실해. 지금 코로나19가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교회 카페 학교 가정 직장 군부대 방송사 등 다양한 공간으로 퍼져나가고 있으니 저런 우려가 기우는 아니지. 지난 몇 달 동안 느슨해졌던 긴장의 끈을 다시 조여야 할 때가 된 건 같네.

지난 8개월 동안 ‘코로나19 팬데믹’시대를 살면서 참 답답하고 우울했지? 마음이 지옥인 사람들이 많았을 걸세.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공격하고 있거든. 그래서 팬데믹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손 잘 씻고 마스크 쓰는 것도 필요하지만 스스로 마음의 면역력을 높이는 지난한 노력도 해야 하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거든.

그러면 어떤 마음으로 감염병 시대를 살아가야 할까? 먼저 인류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네. 우리가 자본주의적 삶의 양식을 버리지 않는 한 이런 바이러스들은 주기적으로 계속 나타날 수밖에 없거든. 인간의 과도한 욕망이 가져온 숙명적인 비극이라고나 할까.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오래전에 인류의 미래가 식량부족과 기후변화, 전염병 유행으로 위험에 처할 거라고 경고했었네. 신종 전염병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며 살아온 인간의 오만에 대한 자연의 경고이자 보복이야. 우리는 주기적으로 등장하는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들과 함께 살아갈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네. 그래서 너무 과도한 불안과 공포는 감염병 시대를 사는 현명한 방법이 아니야. 불안을 없애려고 억지로 애쓰기보다는 내가 견뎌낼 수 있는 ‘적정 수준의 불안’이 어느 정도인지 찾아보는 게 오히려 마음 건강에 도움이 될 걸세. 감기나 독감에 걸리면 어쩌나 적당히 걱정하면서 조심스럽게 살았던 코로나 이전처럼.

마음의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들 중 하나로 내가 좋아하는 시 읽기를 추천하고 싶네. 심리기획자인 이명수 씨도 ‘내 마음이 지옥일 때’에서 “시는 그 자체로 부작용 없는 치유제”라며 “눈물 흘리고 상처받은 이들에게 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옳다. 경험칙에서 비롯한 일종의 詩 임상실험 결과다”라고 말하더군. 맞는 말일세. 지금처럼 혼자 있어야 하는 시간이 많은, 그래서 답답하고 우울한,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시만큼 좋은 친구는 없을 것 같네.

천양희의 <밥>이란 시일세. 감염병 시대 잘 버텨내길 바라네.

외로워서 밥을 많이 먹는다던 너에게/ 권태로워 잠을 많이 잔다던 너에게/ 슬퍼서 많이 운다던 너에게/ 나는 쓴다/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 어차피 삶은 너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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