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이 셧다운을 번복하고 다시 비행을 하기 위해선 유동성을 우선 확보해야 한다. / 이스타항공
이스타항공이 재매각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가운데 또 다시 정리해고 카드를 꺼내 들어 직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 이스타항공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이스타항공이 매각주관사를 선정하고 재매각을 추진하고 나섰다. 그러나 인수합병(M&A)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전략적 투자자(SI)’를 아직 선정하지 못한 상황이라 매각 마무리까지는 시일이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이스타항공 사측은 대규모 인력감축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알려져 직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스타항공의 이번 인력감축이 투자자 측의 요구사항에 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스타항공 관계자에 따르면 그 누구의 요구도 아닌 사측의 자발적 행위로 확인됐다.

사측은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재매각 및 회사 정상화를 위해 구조조정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며,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어 항공업계의 상황이 나아지고 회사가 정상화되면 재고용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재고용이 가능한지, 정리해고 규모와 기준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 제갈민 기자
현재 이스타항공은 김유상 이스타항공 전무(왼쪽)가 매각 업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29일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유상 전무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 제갈민 기자

◇ 매각주관사 선정 및 FI와 인수 논의 시동… SI 선정은 난항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이스타항공은 최근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법무법인 율촌·흥국증권 등 세 곳의 주관사를 선정하고 재매각 시동을 걸었다. 이와 동시에 재무적 투자자인 사모펀드 2곳과 인수 조건을 협의하면서 전략적 투자자인 중견기업 2곳과도 M&A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적 투자자란 기업이 M&A를 행할 때 경영권 확보를 목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주는 투자자를 뜻한다.

매각주관사 세 곳은 이스타항공에 대한 실사 및 투자자에게 투자설명서(IM)를 발송하는 등 매각 작업을 진행한다. 안진-율촌-흥국증권 세 자문사는 앞서 지난해 제일병원 회생 건에서 호흡을 맞춰 난이도 높은 사안을 풀어내 주목받은 바 있다.

그러나 현재 거론되는 중견사 2곳은 아직 인수의사가 불분명하다. 중견사 2곳이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배경에는 이스타항공의 거대한 부채와 자본잠식 재무상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항공업계 불황 등이 있다.

이스타항공 경영권을 목적으로 투자를 할 경우, 인수자 측은 현재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과 체불임금 등 부채 전부를 끌어 안아야 하는 리스크가 뒤따른다. 코로나19로 인해 국제선 운항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 2,000억원 규모의 부채와 매달 고정비용으로 120억원 지출되는 점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말 셧다운을 선포한 후 운항정지 상태가 60일을 초과해 운항증명(AOC) 효력이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사실상 당장 비행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를 해제하기 위해선 국토교통부를 통해 셧다운을 철회하고 운항재개 신청을 해야 하는데, 먼저 비행 준비를 모두 끝마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임금 문제와 운항자격 상실 조종사의 문제를 해결하고, 바로 운항이 가능한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은 약 100억원 정도로 추산되며, 기간은 3개월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운항증명 효력 회복을 신청하더라도 연말쯤 비행이 가능하다.

이스타항공 측은 회사를 하루빨리 정상화하기 위해 “8월 말까지 매각을 위한 실사를 마치고 다음달 초에는 법정관리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스타항공은 국내선 운항을 재개하기 우선 제2금융권으로부터 초기 자금을 조달할 계획도 세웠다. 경영진은 운항증명을 재발급받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제2금융권에서 빌리겠다고 노조 등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과정에서 또 한 번 구조조정을 하기로 결정하면서 근로자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경영진은 14대의 항공기 중 6대만 남기고 8대를 리스사에 반납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그에 따른 인력 700여명을 이번달 말까지 구조조정 하겠다고 통보했다.

/ 제갈민 기자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위치한 이스타항공 본사 양서빌딩. / 제갈민 기자

◇ ‘재고용 전제’ 약속 지켜질지 미지수… 체불임금·퇴직금 수령도 불확실

현재 이스타항공에 남아있는 직원은 약 1,134명이다. 이스타항공은 이들 중 3분의 2를 해고, 직원수를 420여명 수준으로 줄여 회사 규모를 감축 추진 중이다. 사측은 이번 구조조정 대상 직원에 대해선 항공 수요가 회복 되고, 회사가 정상화 되면 순차적으로 재고용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직원들은 사측의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EPU) 측은 이번 정리해고 기준이 명확치 않고 ‘재고용 약속’도 지켜질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해고직원의 체불임금과 퇴직금 등은 어떻게 처리되는지 의문을 던졌다.

EPU 관계자는 “사측에 사모펀드(재무적 투자자)·전략적 투자자·매각주관사 중 어느 곳에서 정리해고를 요구한 것인가라고 물으니 전부 아니라고 대답하면서 ‘회사에서 선제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며 “그 누구도 몸집을 축소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는데 사측에서 마음대로 정리해고를 하려 한다. ‘정리해고 직원에 대한 재고용 약속’ 내용을 M&A 계약서에 삽입하더라도 인수자 측에서 이 조항은 수용이 불가능하다고 해버리면 답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또 문제인 것은 만약 이번에 정리해고 대상 직원에 한해 재고용을 약속하고 이것이 이행이 된다면 앞서 제주항공과 M&A를 논의 중이던 시기에 먼저 정리해고 및 퇴사한 직원들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며 “단순히 몸집을 줄여 매각 금액을 낮추려 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전산도 마비된 상태로 알려진다. EPU 관계자는 “전산으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누구를 어떤 기준으로 정리해고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문의를 했는데 앞서 제주항공과 M&A를 논의하던 때 세워둔 구조조정 명단 순서대로 할 것이라고 답하더라”며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완전 바뀌었는데 지난 것을 들고 와서 그대로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EPU 관계자는 법정관리와 관련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한 매체에서 이스타항공이 9월 법정관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기사를 확인하고 이에 대해 김유상 이스타항공 전무에게 물어보니 ‘그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문자로 답을 했는데, 결국 법정관리를 할지도 미지수다”고 꼬집었다.

이번 정리해고 대상자는 체불임금과 퇴직금 수령도 불가능해 보인다. 이스타항공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이면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게 없다. 이에 정리해고 대상자로 선정되는 직원들은 정부에 실업급여 신청과 소액체당금 제도를 활용해 최소한의 임금이라도 수령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소액체당금 제도는 체불된 임금이나 퇴직금 일부를 사업주 대신 정부가 근로자에게 지급해준 후 향후 구상권을 청구하는 제도로 최대 1,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실업급여는 최대 6개월간 받을 수 있다.

한편,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은 공식일정이 아님에도 서울 강서구 을 지역구를 방문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강서구 을 지역구에는 김포국제공항과 방화뉴타운이 속하며, 이곳에는 이스타항공 본사가 위치해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는 “어제(20일) 오후 4시쯤 이상직 의원이 김유상 이스타항공 전무와 이스타항공 재무팀장을 만난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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