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콜로라도가 지난해 8월 국내에 출시된 후 올해 파이를 본격적으로 늘리는 등 기지개를 켜고 있다. / 쉐보레
쉐보레 콜로라도가 지난해 8월 국내에 출시된 후 올해 본격적으로 파이를 늘리면서 쉐보레를 견인하고 있다. / 쉐보레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은 크게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양강구도를 이루고 있으며, 여기에 한국GM(쉐보레),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스몰 3사’가 뒤따르고 있다. 스몰 3사는 한때 수입자동차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보다 판매대수가 뒤처지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이에 한국GM과 르노삼성이 살아남기 위해 택한 방법은 해외에서 생산·판매 중인 차종을 국내로 들여와 판매하거나, 해당 차종을 국내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외 브랜드 차종을 다수 들여온 양사는 실제로 판매대수를 늘릴 수 있었다.

다만, 수입 차종 비중을 확대한 양사의 행보에 ‘국적논란’ 꼬리표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양사 모두 국산 브랜드인지, 수입 브랜드인지 정의하기가 어려운 애매한 탓이다.

◇ 한국GM, 성공적인 투트랙 전략… 수입차 업계에선 톱5

한국GM은 현재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등록돼 있으며, GM(제너럴모터스)의 쉐보레 브랜드는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등록돼 있다. 차종에 따라 국산차와 수입차를 나눈 것이다. 총괄은 한국GM에서 맡아서 한다.

한국GM이 국내에서 판매 중인 차종은 총 11종이다. 이 중 국산차로 분류되는 차량들은 △스파크 △말리부 △트랙스 △트레일블레이저 △다마스 △라보 등 6종이다. 나머지 △콜로라도 △트래버스 △이쿼녹스 △카마로 △볼트EV 등 5종은 수입차로 분류된다.

한국GM이 국내 판매 차종 중 국산차와 수입차로 나눈 기준은 국내 생산 여부다. 국산차로 분류되는 6개 차종은 인천 부평이나 창원 공장에서 생산된다. 수입차로 분류되는 5개 차종은 미국 현지에서 수입해 판매한다.

이러한 투트랙 전략을 취한 한국GM은 쉐보레 브랜드를 수입차로 등록한지 1년 만에 업계 ‘톱5’로 올라섰다. 미국 본사로부터 수입·판매하는 픽업트럭 콜로라도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래버스, 전기차 볼트 EV 등이 선전한 결과다.

한국수입차협회의 수입차 등록자료에 따르면 쉐보레는 올해 1~7월 수입차 누적 판매 8,486대를 기록하며 전체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5위를 차지했다.

수입차종의 선전에 힘입어 한국GM의 올해 7월까지 누적 판매대수는 4만8,080대를 기록해 전년 동기간(4만2,352대) 대비 판매대수가 13.5% 늘어나는 효과를 보였다.

한국GM은 투트랙 전략을 통해 판매량 증대 등 올해 꾸준히 준수한 성적표를 받아 들고 있어 한동안은 현 체계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더 뉴 SM6. 직전 모델보다 세련미와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 르노삼성자동차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더 뉴 SM6. 르노 탈리스만을 기반으로 한 차량임에도 국내 공장에서 생산되는 이유로 국산차 취급을 받고 있다. / 르노삼성자동차

◇ 르노삼성, 언제까지 ‘국산차인 척?’… 속 들여다보면 전부 수입차

르노삼성은 국산브랜드로만 등록을 해 국내에서 생산 및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속을 들여다보면 ‘국산차’라고 할 차량은 없고 전부 수입차다.

르노삼성이 현재 국내에 판매 중인 차종은 세단 SM6(탈리스만)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6(꼴레오스)·XM3(아르카나)·캡처(QM3 후속), 소형 해치백 전기차 조에, 승합 밴 마스터 등이 있는데, 이는 모두 프랑스 르노 차량이다.

르노삼성 차량 중 영문과 숫자 조합으로 차량명을 사용하는 SM6, QM6, XM3, SM3 Z.E 4개 차종은 ‘메이드 인 코리아’ 차량이다. 이 외 QM3 후속 모델인 캡처, 전기차 조에, 승합 밴 마스터 등 3개 차종은 전량 유럽에서 수입해 판매한다.

그러나 국내에서 생산된다는 것만으로 SM6와 QM6, XM3를 국산으로 보기에는 애매한 구석이 있다. 모두 르노의 차량을 토대로 한 것이며, 생산만 국내에서 해 판매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르노삼성은 아직 한국수입차협회 회원사에 등록을 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르노삼성이 최근 출시하는 차량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만큼 ‘르노’ 브랜드로 사명을 전환해 수입차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르노삼성처럼 외국계 국산차 브랜드인 쉐보레는 미국에서 들여오는 차종에 한해서라도 수입차로 분류해 집계를 달리하고 있다. 이에 르노삼성 측도 수입차종에 대해 별도 관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지만 아직 100% 확정되지는 않은 듯 하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은 국내 자동차시장 파이를 늘리면서 자사 라인업을 강화할 목적으로 과거와 다르게 주력 차종의 국내 도입을 더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러한 방식은 기업 입장에서는 이점이 있을 수 있으나 국가나 노동자 입장에서는 좋은 점이 없다. 국내생산 차량을 줄이면서 수입 차량을 늘리면, 국내 공장의 생산인력 축소가 불가피해 결국 국내 완성차 업체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다만 이 경우 노선을 확실히 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수입차업계 한 관계자는 “국산차업체가 해외 자동차 브랜드의 차량을 수입해 판매하는 모델의 통계는 수입차로 잡혀야 마땅하다”며 “일본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이 같은 경우 수입차로 통계를 매기는데, 국내는 조금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러한 수입 차량을 국산으로 둔갑시킬 경우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책정되는데, 해외에서 경쟁하는 모델의 경우 상대적으로 차량 총 구입비 면에서 이점을 차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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