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미래통합당이 연일 극우세력과 선 긋기에 주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등 일부 극우 인사 주도의 8·15 광화문 집회를 통합당과 엮어 ‘극우 프레임’ 공세에 나선 데 따른 대응이다.

5만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되는 광화문 집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의 촉매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통합당은 강성보수계열 반(反)정부 광화문 집회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수준을 넘어 이들과 결 자체가 다르다는 입장이다.

전 목사 뿐 아니라 민경욱·김진태 전 의원 등 강성보수 아이콘이 된 통합당 소속 인사를 정리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지만, 이들을 따르는 다수 보수 지지자까지 극우로 매도해 잘라내선 안 된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 중도실용 노선 걷는 통합당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25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 “소위 사회에서 극우라고 하는 분들이나 당은 우리와 다르다”며 “일반 국민이 (극우세력과 통합당을) 뭉뚱그려 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극우는 별개 세력이라는 취지의 주장이다.

이어 “보편적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 그런 주장 때문에 당 전체가 그런 생각을 가진 정당으로 비치고, (국민이) 쉽게 지지하지 못하게 되는 건 틀림 없다”며 “극단적 주장을 그냥 두지 말고, 우리는 저런 생각과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야 중도 국민이 우리 당을 지지할 수 있다는 조언을 많이 받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통합당은 4·15 총선 이후 중도실용 노선으로 탈바꿈 중이다. 특히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정비한 뒤에는 기본소득 의제로 정치권을 수놓은 데 이어 5·18 민주화 정신을 당 정강정책에 담는 등 과거와 다른 차원의 행보를 밟고 있다.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시절 오른쪽으로 치우져 있던 당 운전대를 왼쪽으로 틀면서 중도로의 외연 확장 토대를 닦는 분위기다. 전략이 먹혀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무려 199주 만에 더불어민주당을 정당 지지율에서 넘어서기도 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10~12일 전국 성인 1,507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8월 2주차 통합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1.9%p 오른 36.5%였다. 반면 민주당은 1.7%p 내린 33.4%였다. (95% 신뢰수준·표본오차 ±2.5%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통합당이 민주당을 당 지지율에서 앞선 것은 새누리당(통합당 전신) 시절 2016년 10월 3주차 집계 이후 199주 만이다.

상대적으로 당내 강성보수 인사는 설 자리가 좁아졌다. 처참한 성적을 받은 4·15 총선도 결정적 계기였다. 황교안 전 대표·나경원 전 원내대표 등 대규모 장외투쟁을 이끈 지도부를 비롯해 김진태·민경욱 전 의원 등 강성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대거 낙마했다.

통합당의 한 초선 의원은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장기적으로 보면 총선의 가장 큰 수혜는 보수정당이 받은 것”이라며 “국민이 싫어할 만한 그런 요소가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홍문표 의원과 지역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진태·민경욱 전 의원도 지난 8·15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다. 여당에서는 이를 빌미로 통합당 책임론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통합당은 개별 인사의 일탈 정도로 보고 불길이 번지는 것을 차단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와 관련,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지난 21일 언론 인터뷰에서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당 인사들을 향해 “언론·카메라에 주목받고 박수소리에 취한 것 같은데, 오히려 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이끌고), 국민 지지를 모으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비판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등 강성보수성향 인사들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주변에서 대규모 집회를 주도했다. /뉴시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등 강성보수성향 인사들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주변에서 대규모 집회를 주도했다. /뉴시스

◇ 극우 잘라내다 보수 지지층까지 잃을라

통합당의 적극적 ‘극우 잘라내기’ 기조에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각도 나온다. 광화문 집회에 통합당 지지자들도 참가했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들까지 극우로 매도하는 것은 다소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당 관계자는 “김문수·김진태·민경욱 전 의원 등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소위 ‘극우의 아이콘’이 된 분들은 정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그들을 따르던 우리 지지자까지 다 버리냐는 것은 별개 문제”라고 했다.

이어 “(광화문) 집회에 당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정도의 스탠스가 맞는 것 같다”며 “민주당 프레임대로 집회 참가자 모두를 (극우로)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적절한 해법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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