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마지막 방송을 방영한 SBS '본격연예 한밤' / SBS '본격연예 한밤' 방송화면
지난 26일 마지막 방송을 방영한 SBS '본격연예 한밤' / SBS '본격연예 한밤' 방송화면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연예가중계’ ‘섹션TV 연예 통신’ 그리고 ‘본격연예 한밤’까지. 과거 30~40% 시청률을 기록하며 각 방송사를 대표하는 장수 프로그램으로 위상을 펼쳤던 지상파 연예 정보 프로그램들. 하지만 이젠 이들을 TV에서 만나볼 수 없게 됐다.

지상파 연예 정보 프로그램 중 유일하게 살아 남아있던 SBS ‘본격연예 한밤’이 지난 26일 방송 3년 9개월 만에 결국 마침표를 찍었다. 2004년 10월 첫 방송된 SBS ‘한밤의 TV 연예’는 지난 2016년 12월 ‘본격연예 한밤’으로 개편을 시도,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패러다임을 바꾸고자 하는 시도를 보였다.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PD뿐 아니라 MC와 패널까지 모두 바꾸었고, 변화하는 흐름에 발맞춘 연예 정보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본격연예 한밤’ 기자간담회에서 안교진 PD는 “시청률이 30~40% 나올 때도 있었다. 그때는 그때에 맞는 가치가 있었다면, 지금 시점에 맞는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지금에 맞는 연예 프로그램의 가치가 무엇인지 정하는데 시간이 가장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내노라하는 스타들을 MC로 캐스팅하며 남다른 화제성을 자랑했었던 연예 전문 프로그램들 / KBS2TV '연예가중계' 방송화면
내로라하는 스타들을 MC로 캐스팅하며 남다른 화제성을 자랑했었던 연예 전문 프로그램들 / KBS2TV '연예가중계' 방송화면

이어 “지금의 연예 정보 프로그램에서는 매주 일어나는 사건들의 영향이 이전처럼 크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발상을 전환해서 연예인에 대한 관심보다는 드라마나 영화 같은 콘텐츠에 집중하기로 했다. 사건을 다룰 때는 그 사건을 보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반면교사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덧붙였다.

사실 안 PD의 고민은 모든 연예 정보 프로그램이 변화하는 세월에 이겨내야 하는 숙제였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대중이 정보를 접하는 시간은 빨라졌고, 언론은 치열한 실시간 속보 경쟁을 통해 연예 소식들을 쏟아냈다. 여기에 스타들이 유튜브를 통해 자신들의 일상을 직접 공개하고, SNS를 통해 차기작 홍보를 하는 흐름을 보임에 따라 일주일에 한 번 소식을 전하는 지상파 연예 정보 프로그램을 향한 대중의 관심도는 급속도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에 최근 몇 년 사이에 KBS2TV ‘연예가중계’(1984~2019)와 MBC ‘섹션 TV 연예 통신’(1999~2020년 1월)가 모두 종영하며, SBS ‘본격연예 한밤’만이 지상파 연예 정보 프로그램으로서 위상을 지켜나갔다.

하지만 결을 달리해 새 출발을 알린 ‘본격연예 한밤’도 이미 본 뉴스를 다시 보는 듯한 느낌을 지워내진 못했다. 심층 취재로 나름의 메리트를 드러내긴 했지만,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작품 홍보성 인터뷰는 실시간 온라인 라이브를 이용한 홍보 방식에 뒤처지는 느낌을 안기며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아내는 데 한계를 자아냈다. 26일 ‘본격연예 한밤’은 기존처럼 연예가 소식을 전하는 한편, 그동안 인터뷰 비하인드 스토리와 연예인들의 소식들을 ‘희노애락’으로 엮어 엔딩을 장식했다.

26일 방송을 통해 그동안의 행보를 되돌아 본 SBS '본격연예 한밤' / SBS '본격연예 한밤' 방송화면
26일 방송을 통해 그동안의 행보를 되돌아 본 SBS '본격연예 한밤' / SBS '본격연예 한밤' 방송화면

SBS 측은 ‘본격연예 한밤’ 폐지와 관련해 “제작 환경의 변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취재 한계 등 이유로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단순한 연예 소식을 종합적으로 알려주는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정보는 이미 포화상태고, 시청자들은 매체에서 공개되지 않은 새롭고도 신선한 소식을 갈망한다. 기자들의 취재 비하인드 이야기로 채워지는 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는 이러한 시청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사례다.

1990~2000년대 초반까지 스타와 시청자들의 소통 창구 역할을 했던 지상파 연예 정보 프로그램들. 비록 이젠 대중의 추억 속 한 켠에 자리하게 됐지만, 취재를 위해 발로 뛰고, 동시에 박슬기를 비롯한 많은 인기 리포터들을 발굴했던 지상파 연예 정보 프로그램이 남긴 결과물들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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