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테크놀로지그룹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차녀 조희원 씨의 선택이 중요해졌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차녀 조희원 씨의 선택이 중요해졌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국테크놀로지그룹(구 한국타이어그룹)이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 양상에 접어든 가운데, 오너일가 3세 4남매 중 가장 드러나지 않은 인물인 ‘차녀’ 조희원 씨가 핵심인물로 부상하게 됐다. 법원의 판단 못지않게 조희원 씨의 선택 또한 ‘형제의 난’ 판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 ‘막내’ 조현범에 맞선 ‘장녀’ 조희경-‘장남’ 조현식

국내 1위, 세계 7위 타이어 생산업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최근 오너일가 3세간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지난 4월 비리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바 있는 오너일가 3세 막내이자 차남 조현범 사장은 뒤 6월 계열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뒤 돌연 부친 조양래 회장의 지주사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을 모두 넘겨받고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그러자 지난달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조양래 회장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성년후견을 신청했다. 이에 조양래 회장은 오래 전부터 조현범 사장을 후계자로 낙점해뒀으며 장녀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 발표로 맞받았다. 급작스러운 지분 변동 이후 제기됐던 경영권 분쟁설이 현실로 나타나는 순간이었다.

최근엔 침묵을 지켜오던 ‘장남’ 조현식 부회장도 공식 입장을 발표해 조양래 회장의 결정에 반기를 들었다. 이는 장남으로서 ‘형제경영’의 균형을 맞춰오다 동생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당사자의 본격 참전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끌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최근 3세 형제경영의 구도가 깨지고,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 양상에 접어든 상황이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최근 3세 형제경영의 구도가 깨지고,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 양상에 접어든 상황이다.

◇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10.82%의 ‘남다른’ 의미

이런 가운데, 오너일가 3세 4남매 중 외부에 가장 노출되지 않은 차녀 조희원 씨의 향후 행보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경영권 분쟁의 키를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양래 회장의 둘째 자녀이자 차녀인 조희원 씨는 그동안 경영에 일체 참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외부에 공개된 것도 거의 없었다. 재미교포와 결혼한 것과 조현식 부회장의 횡령 혐의에 연루된 것 정도뿐이다.

하지만 지분구조에 있어서는 존재감이 상당하다. 조희원 씨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10.82%를 보유 중인 3대주주다. 특히 이번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조희원 씨가 보유한 지분의 가치는 더욱 크다.

부친의 지분을 모두 넘겨받은 조현범 사장은 현재 42.9%의 지분을 쥐고 있다. 조현식 부회장의 지분은 19.32%, 가장 먼저 문제를 제기한 조희경 이사장의 지분은 0.83%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조현식 부회장과 조희경 이사장의 지분을 더해도 20%가 조금 넘는 수준으로, 조현범 사장에 비해 20% 이상 부족하다.

이런 가운데, 만약 조희원 씨가 조현식 부회장 측에 합류할 경우 이들의 지분은 30.97%까지 급상승하게 된다. 여기에 6.24%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까지 더하면 37.21%로, 조현범 사장과의 차이는 5%대까지 좁혀지게 된다. 17.57%의 지분을 보유 중인 소액주주들의 선택에 따라 충분히 반격이 가능한 시나리오가 나온다.

반대로 조현범 사장은 조희원 씨를 자기편으로 두게 될 경우 과반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아울러 조현식 부회장 측의 반격 여지를 완전히 제거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신청이 받아들여지고, 궁극적으로 조현범 사장의 지분이 원상복귀 될 경우엔 조희원 씨의 행보가 더욱 중요해진다. 이 경우 조현범 사장의 지분은 기존의 19.31%로 돌아와 조현식 부회장과 ‘막상막하’가 되기 때문이다.

즉,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리든 조희원 씨가 보유 중인 지분은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하게 된다.

◇ 조현식 부회장 횡령 혐의에 연관… ‘차녀’의 선택은?

이처럼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핵심인물로 떠오른 조희원 씨는 아직 직접적인 언급 및 움직임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앞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측은 조희원 씨의 입장이 ‘중립’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확정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측은 경영권 분쟁설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며 형제경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러한 해명은 완전히 뒤집어졌다.

오히려 조희원 씨와 조현식 부회장이 4남매 중에서도 특히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실제 조현식 부회장은 지난해 횡령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진행 중인데, 여기엔 조희원 씨가 깊숙이 연관돼있다. 조현식 부회장의 구체적인 혐의는 조희원 씨가 미국법인에 근무하는 것처럼 꾸며 1억1,000여만원의 급여를 지급한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조현식 부회장은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며 “희귀질환에 걸린 조카의 치료를 돕겠다는 생각이 앞섰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서 언급된 조카는 조희원 씨의 자녀를 의미한다.

그동안 재계 경영권 분쟁 사례에 비춰봤을 때, 조희원 씨가 끝까지 중립을 유지할 가능성은 낮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형제의 난’을 좌우할 ‘누나’ 조희원 씨가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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