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3사 모두 올해 하반기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 뛰어든다. 기존의 해외 게임들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구독형 모델로 제시하고 있지만 IT·게임업계에서는 흥행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뉴시스·SK텔레콤
국내 이동통신3사 모두 올해 하반기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 뛰어든다. 기존의 해외 게임들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구독형 모델로 제시하고 있지만 IT·게임업계에서는 흥행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뉴시스·SK텔레콤

시사위크=송가영 기자  글로벌 게임 시장이 클라우드 게임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게임 시장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클라우드 게임의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한 기반은 여전히 구축되지 않은데다, 콘텐츠 역시 턱없이 부족함에 따라 국내 클라우드 게임 시장 활성화는 더욱 늦어질 전망이다.

◇ 통신3사 클라우드 게임 진출… 망 지연, 타이틀 부족은 여전

국내 클라우드 게임 시장은 게임업계가 아닌 이동통신 3사를 중심으로 구축되고 있다. SK텔레콤(이하 SKT)은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와 함께 5G를 기반으로 하는 클라우드 게임 공동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양사는 1년여간의 협업 끝에 오는 9월 15일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임’을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원스토어 또는 갤럭시스토어를 통해 ‘엑스박스 게임 패스’를 설치하면 국내외 인기 클라우드 게임 100여종을 이용할 수 있다. 

SKT보다 먼저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 뛰어든 이통사는 LG유플러스다. 엔비디아와 클라우드 게임 ‘지포스 나우’를 서비스 중이며 지난 5월부터는 LG유플러스 가입자들이 올해 하반기 인터넷TV(IPTV)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상품을 준비했다.

후발대로 뛰어든 KT는 오는 9월 구독형 스트리밍 게임서비스 ‘게임박스’를 선보인다. 기기에 상관없이 100여종의 게임을 즐길 수 있고 심리스 기능을 더해 크로스 플레이까지 지원한다.

이통3사가 모두 클라우드 게임 시장 진출을 선언했지만 클라우드 게임의 핵심인 망이 원활하게 제공되지 못하고 타이틀 수급 등의 문제점을 노출하면서 제대로된 시장을 형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IT업계에서 나온다.

각 게임사들마다 경쟁하듯 내놓는 공성전, 이용자간 전투(PVP), 대규모 전장 등과 같은 다대다, 일대일 전투를 치러야 하는 게임의 경우 1초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일이 다반사다. 현재 클라우드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제대로 망이 제공되지 않고 있어 이들 콘텐츠를 즐기는데 한계가 발생한다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에 국내 게임 이용자들도 ‘서비스가 안정될 경우’ 클라우드 게임을 이용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28일 IT‧게임 업계에 따르면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이 발표한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에서 게임 이용자 총 1,995명 중 클라우드 게임을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38.3%였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때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1.0%로 이용할 의사를 밝힌 응답 비율보다 높았다. 이용할 의향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20.7%였다. 

여기에 이통사별로 제공할 수 있는 독점 타이틀, 신규 타이틀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올해 연말 새로운 콘솔기기 ‘엑스박스 시리즈X’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독점 타이틀을 속속 공개하고 있는 MS와 협업하고 있는 SKT도 이렇다 할 독점 및 신작 타이틀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 게임사 진출, 쉽지 않아… 시장, 이용자 반응 오면 가능성 있어

게임업계에선 망 품질, 타이틀 부족 문제뿐만 아니라 국내 게이머들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 게이머들은 타이틀을 별도로 소유해 언제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선호하는 반면 이통사가 제시하고 있는 서비스가 대부분 ‘구독형’이라는 점을 꼬집었다.

콘진원이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실시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발표한 ‘2020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클라우드 게임 이용시 선호하는 지불 방식 조사 결과 응답자 총 2,174명 중 별도‧건별 구매 방식을 선호한다고 응답한 이용자 비율이 47.7%였다. 사용량 상관없이 일정 기간 정해진 요금을 지불하는 정액제 구독 방식은 25.8%를 차지했고 사용량에 따라 이용 요금을 지불하는 방식은 23.7%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해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용자들은 많은 게임을 하기보다는 선호하는 몇 가지의 게임을 직접 구매해 소유하거나 시간, 비용을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부분 일반 콘솔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100여가지의 게임을 플레이 하기 위한 구독형 요금제를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내 게임사들이 시장에 접근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비용, 인력 등 다방면에서 쉽지 않다는 주장을 게임업계에서 내놓고 있다. 구글, MS 등 클라우드 게임 사업에 뛰어든 글로벌 IT기업들도 사업을 견인하기 위해 적잖은 비용과 인력 등을 투자하고 있음에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진을 극복하지 못했던 국내 게임사들이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모험이나 도전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올해 코로나19로 게임산업이 특수를 누리고 있지만 국내 게임사들은 완전히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지 않았다고 판단, 최근 이용자들의 니즈에 따라 모바일에서 벗어나 PC, 콘솔 등의 플랫폼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클라우드 게임 시장의 잠재적인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어느 정도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하면 각 사의 수익성, 사업성 등 다방면을 검토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온다.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완전히 가능성이 없는 시장은 아니기 때문에 진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나 성과들이 나온다면, 이용자들의 니즈가 클라우드 게임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진출을 망설이지 않을 것”이라며 “확실한 지표가 나올 때까지 국내 클라우드 게임 시장도 활발해지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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