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퇴진으로 파국 직전인 한일관계의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사진은 아베 총리가 지난 28일 도쿄 총리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에 앞서 마스크를 벗고 있는 모습. 일본 최장수 총리인 아베 총리는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 재발이 8월 초 확인됐다면서 총리직을 사임한다고 정식으로 밝혔다. /뉴시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퇴진으로 파국 직전인 한일관계의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사진은 아베 총리가 지난 28일 도쿄 총리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에 앞서 마스크를 벗고 있는 모습. 일본 최장수 총리인 아베는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 재발이 8월 초 확인됐다면서 총리직을 사임한다고 정식으로 밝혔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아베 신조의 총리직 사퇴로 악화일로였던 한일관계가 새 국면을 맞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국가 정상이 교체될 경우 외교정책을 재점검하면서 주변국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바꾸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일본은 현재 자유민주당(자민당) 집권 체제 상태이므로 한국과의 관계가 획기적으로 달라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 한일관계 복원 어려운 이유

아베 총리는 지난 28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청와대는 아베 총리가 사의를 표명하자 즉각 “아베 총리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면서 “우리 정부는 새로 선출된 일본 총리 및 새 내각과도 한일간 우호 협력관계 증진을 위해 계속해서 협력해 나갈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아베 총리의 사임으로 파국으로 치닫던 한일관계가 변화를 맞을 수 있다고 판단해 향후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포스트 아베’ 시대가 오더라도 극적인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우선 아베 총리 집권 기간 불거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 배상 판결 때문이다. 이 판결 이후 일본의 일방적 수출규제 조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문제 등으로 상호 보복조치가 오가면서 한일은 서로 감정이 상해 있다.

후임 총리의 임기는 1년에 불과하다. 아베 총리의 임기가 2021년 9월까지였으므로, 잔여 임기만 총리직을 수행하는 ‘과도기 총리’인 셈이다. 그러다보니 전임 총리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대외정책을 내세우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기존의 외교정책인 미일동맹에 기초한 미국 편승 외교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한일관계의 진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북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한 한일 간 입장차가 큰 것도 양국 관계 개선의 걸림돌로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한반도 프로세스’의 진전을 위해 주변국에 협력을 구할 예정이지만, 일본의 지지를 끌어내기는 힘들 전망이다.

또 후임 총리는 대외정책 보다는 내치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아베 내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므로 후임 총리는 코로나19 방역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도쿄올림픽이 내년 7월로 연기된 상태라, 후임 총리는 올림픽 개최를 위해 국내 수습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 "희망적인 전망 신중해야"

정부도 향후 상황을 낙관적으로만 보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3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아베 총리 사임 이후 한일관계 개선’에 대해 “현실적인 전망을 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강 장관은 “양국 관계가 어렵게 된 것은 과거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있고 과거를 직시하는 일본의 인식에 부족함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특히 강제 징용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판결 이후 일본이 여기에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하는 등 (양국이 갈등하고 있는) 사안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희망적 전망은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일본 총리 교체로 한일관계에 다소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도 이번 교체를 계기로 양국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아베 총리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고노 다로 방위장관 등이다. 스가 장관이 총리가 될 경우 전임 총리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정책을 펼치지는 않겠지만, 현재의 경색된 분위기와는 달라질 수도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스가 장관이 친한파로 알려진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과 이시바 전 간사장과 가깝기 때문이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친한파로 알려져 있고, 극우 색채가 강한 아베 총리에 비하면 합리적 보수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2차 세계대전 당시 자국이 저지른 태평양 전쟁에 대해서 ‘침략전쟁’이라고 발언하고, 야스쿠니 신사에 대해서는 A급 전범들의 분사가 이뤄지지 않는 한 가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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