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의료계 집단휴진에 대한 강경대응을 시사하면서도 ‘정부·국회 대화 협의체 이행’ 등을 언급했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3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의사들의 집단휴진이 끝나지 않자 ‘정부·국회 대화 협의체 이행’ 등을 언급하며 대화를 촉구하는 한편, 현장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또한 의사들의 진료 거부에 대해 비판 강도를 높이며 정부의 단호한 대응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언급하며 “이 엄중한 국면에 의료계가 집단적인 진료 거부를 중단하지 않아 대단히 유감”이라며 “지금처럼 국민에게 의사가 필요한 때가 없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코로나가 위중한 상황에서 의료 공백만은 막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여러 차례 양보안을 제시했고, 합의가 이뤄져 해결이 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며 “그 경과와 그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정부가 따로 발표했기 때문에 제가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대한전공의협회(대전협)는 수차례 협상했지만 대전협이 무기한 집단휴진 입장을 고수하며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된 후 정부가 약속한 협의체와 국회가 제안한 국회 내 협의기구 등을 통해 모두가 공감대를 표명한 의료 서비스의 지역 불균형 해소와 필수 의료 강화, 공공의료 확충뿐 아니라 의료계가 제기하는 문제들까지 의료계와 함께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의체에서 실질적인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보증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의사들이 의료 현장으로 돌아오는 데 그 이상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의사가 있어야 할 곳은 환자 곁이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 번째로 생각하겠노라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어 “코로나 상황이 급박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시간이 많지 않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법을 집행하여야 하는 정부의 입장에서 선택지가 많지도 않다”며 “하루속히 업무에 복귀하여 환자들을 돌보고, 국민의 불안을 종식시키는 의료계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에서 많은 양보안을 제시했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엄중한 시국에도 진료 거부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강경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민주당도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명백한 불법 진료 거부로 규정하며 강하게 압박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정치 투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하루속히 의료 현장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와 국회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단체행동을 고집하는 건 사태를 어렵게 만들 뿐”이라며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생명이 촌각을 다투는 위급한자가 의료진을 기다리고 있다”고 촉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부가 의료계의 요구를 수용해 의사국가시험을 연기했고, 대통령도 의료계를 향해 코로나 해소 이후 협의 기구를 통한 의료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의료계는 대통령과 국회의 약속을 믿고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복귀해주기를 바란다. 정부와 국회가 의료계 의견을 충분히 듣고 성실하게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협의체를 신뢰할 것을 당부한 것이다.

앞서 전날에도 김 원내대표는 “정부의 약속과 인내에도 불구하고 의료계가 집단행동을 계속한다면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할 것을 주문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지도부인 노웅래 최고위원은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은 파업이 아니라 명백한 불법 진료 거부라고 비판했고, 치과의사 출신인 신동근 최고위원은 어떤 명분도 환자 목숨보다 먼저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의사 국가시험(국시) 일주일 연기 등 의료계의 요구 사항을 수용하면서 정부와 대전협의 의대 정원 증원 등 정책에 대한 논의가 재개될 전망이다. 지난 21일부터 열흘 이상 지속돼 온 의료계 파업 사태는 이번주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