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순이'또봇' 등을 보유한 영실업이 교육기업 미래엔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 영실업
'콩순이' '또봇' 등을 보유한 영실업이 교육기업 미래엔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 영실업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창업 40주년을 맞은 토종 완구 기업 영실업이 전환점을 맞았다. 난항 끝에 조우한 새 주인과 함께 시너지를 창출하며 다가올 40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 8년 만에 고국 땅 밟은 ‘국민 여동생’

‘국민 여동생’ 콩순이가 마침내 한국 국적을 되찾았다. 지난 2012년 경영 악화로 인해 홍콩계 사모펀드에 회사가 팔린 지 8년 만이다. 콩순이를 외국 자본으로부터 되찾아 온 건 교과서·참고서 등을 제작하는 교육출판전문기업 미래엔이다. 영실업 100% 지분 매입가는 1,5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콩순이가 고국 땅을 밟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미래엔이 영실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지면서 차질이 빚어졌다. 중국 현지 생산공장 등 기업 실사가 매끄럽지 이뤄지지 않으면서 SPA(주식 매매 계약) 체결이 지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일각에선 미래엔이 영실업 인수 포기로 돌아섰다는 부정적인 견해도 제기됐다.

그러나 미래엔은 40여년간 완구 산업에 몸담아 온 영실업의 저력에 다시금 주목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가운데서도 비교적 상반기 실적이 선방하자 재추진으로 돌아섰다. 온라인이 선전해 준 덕분에 충격파를 최소화했다. 어린이집, 유치원에 등원하지 못해 늘어난 집콕 육아가 온라인 매출 증대를 견인했다. 온라인을 통한 장난감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 이웃사촌 ‘교육-완구’ 시너지 창출 기대감↑

손오공과 함께 국산 완구업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영실업은 1997년 IMF 사태로 부침을 겪었다. 이후 완구인형 ‘콩순이’(1999년)와 로봇 캐릭터 ‘또봇’(2009년)이 국민 장난감 반열에 오르며 재기의 발판을 다졌다. ‘재창업 원년’으로 삼은 2008년 당시 143억원이던 매출은 4년 뒤 542억원까지 뛰었다. 이어 ‘시크릿쥬쥬’(2012년), ‘베이블레이드(2017년) 등 히트작을 잇따라 배출했다. 다수의 메가급 콘텐츠를 보유한 영실업에 외국계 자본이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고, 결국 2012년 홍콩계 PEF로 넘어가 타향살이를 해 왔다.

앞으로 영실업은 모기업과 상당한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엔과 업종은 다르지만 초등학생 등 미성년을 수요층으로 두고 있어 두 회사 간 연대가 수월하다. 특히 미래엔의 3대 사업인 출판 분야에서 영실업 캐릭터의 적극적인 활용이 예상된다. 미래엔은 코로나19 국면 속에서도 올해 상반기 영업익이 전년 동기 때 보다 23% 증가해 청사진 실현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다.

또 영실업은 국내 복귀를 계기로 자금력이 개선되는 효과도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매각 주체인 PAG(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는 2016년부터 매년 200억원에 가까운 금액으로 배당금으로 챙겼다. 한 해 순익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행여 새 주인이 배당금을 회수해 가더라도 시너지 창출을 위한 투자 목적에 투입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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