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명을 바꿨던 농업기술의 발전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정보통신(ICT)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농업’의 시대가 다가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아주 오래 전, 열매를 따고 사냥을 하면서 오늘은 배고프지 않고 버틸 수 있기를 바라던 인간들은 농사를 통해 영양가 풍부한 곡식을 수확할 수 있게 됐다. 남은 곡식은 가축의 먹이로 사용되며, 축산업도 크게 발전하게 됐다. 이는 인구수의 급증을 가져왔고, 인간들은 마을 단위의 부족생활에서, 거대한 국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지금의 인류 문명의 토대가 농업을 시작으로 구축된 셈이다.

이로부터 긴 시간이 지난 현재, 인류의 농업기술은 여전히 발전하고 있다. 유독했던 농약은 친환경 농약으로, 소, 당나귀, 말 등을 통해 얻던 노동력은 트랙터 등 기계로 대체되면서 농업 효율은 극대화됐고, 이제 인류에게 ‘굶주림’이란 단어는 점점 사라져가는 추세다. 

과학자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정보통신(ICT)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농업’의 시대가 다가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과연 ICT기술은 우리의 미래 농업 시장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게 될까.

스마트 농업은 농업 가치사슬(Value chain) 전반에 걸쳐 사물인터넷(IoT), ICT, 5G통신, 빅데이터 로봇, 드론 등 다양한 첨단 ICT기술이 적용돼 농업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킨다./ 픽사베이

◇ “빅데이터, AI부터 드론까지”… ICT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농업'

스마트 농업은 농업 가치사슬(Value chain) 전반에 걸쳐 사물인터넷(IoT), ICT, 5G통신, 빅데이터 등 첨단 과학기술을 적용한 클라우드 기반의 농장관리 소프트웨어를 통해 농업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농업기술이다. 

유리 온실, 비닐하우스에 작물을 재배하는 스마트 원예 분야의 경우, 온도와 습도, 이산화탄소(CO₂) 농도 등은 실시간으로 스마트폰과 PC를 통해 모니터링하고, 산소 농도 조절, 영양분 공급 등을 데이터로 저장한다. 저장된 데이터는 인공지능(AI)이 분석한다. 

논과 밭에서 진행되는 일반 농사의 과정에도 ICT기술을 접목된다. 야외 작물 재배지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온도·습도, 기상 상황 등을 빅데이터로 분석한 AI는 가뭄이나 홍수시에 원격으로 물을 공급하거나 빼서 관수(농작물이 침수되는 상태) 및 가뭄 등에 대비한다. 특히 이 같은 기술은 올해 여름과 같은 홍수의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농장관리 소프트웨어는 AI를 통해 토양과 주변 환경 정보도 분석해 병충해 및 작물 재배에 필요한 영양분 관리 정보도 농가에 제공한다. 농작물 재고 및 노무 관리 등도 가능해 농업 종사자들의 업무 효율을 크게 증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로봇 기술을 활용한 무인자동화 식물공장, 파종 로봇 기술과 5G통신을 이용한 드론, 트랙터 등의 첨단 농업기계의 도입도 농업 종사자들의 수고를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5G통신으로 실시간 원격 조종이 가능한 드론과 트랙터는 파종(작물의 씨앗 등을 뿌리는 일), 농약 살포 등에 이용될 수 있다. 특히 드론의 경우엔 작물별 재배면적을 현황 및 변화를 조사·분석해 국가 농업정책 수립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5G통신도 스마트 농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은 지난해 LG유플로스가 29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농지에서 U+5G 스마트 농기계 시연회를 하는 모습./ LG유플러스

◇ 스마트 농업, “농업 진입장벽 낮춰 농업인구 감소 문제 해결한다”

ICT와 농업 분야 전문가들도 스마트 농업이 미래의 농업 시장을 책임질 중요한 기술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농업경쟁력 강화’‘고령화 및 농업 인구 감소 문제 해결’ 등에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재배되는 작물은 셀 수 없이 많다. 과거에는 단순히 쌀, 밀, 옥수수, 보리 등 기본적인 작물 재배만으로도 농업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건강과 기호에 맞는 농산물을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난 상태다. 또한 같은 농산물이라도 품질이 우수한 제품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어, 품질 경쟁을 위해 빅데이터와 분석을 통한 스마트 농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령화되고 소수정예화되고 있는 농업 인구 구조도 스마트 농업의 필요한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농촌지역의 고령화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인데,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농업인 최고 경영자 평균 연령은 67세다. 

때문에 농업인구도 해마다 3.1%씩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1998년 440만여명이던 국내 농업인구는 2017년 기준 242만명으로 약 45% 크게 감소했다. 통계청은 향후 농업인구는 연평균 2.2%씩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오는 2028년에는 국내 농업인구가 191만명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같은 농업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젊은 세대의 진출이 필수적이다. 다만 기존의 관행농업은 젊은 세대가 진출하기엔 높은 진입 장벽을 가진다. 작물의 재배 환경, 토양 정보, 병충해 예방, 기후 변화 대응 등은 고령 농업 종사자들이 오랜 세월 경험으로 축적한 ‘빅데이터’이며, 삽과 곡괭이, 호미질 등 직접적인 노동은 고령의 농업 종사자들이 익힌 ‘기술’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관행농업은 고령의 베테랑 농업 종사자가 아니면 따라가기 힘든 고난이도 산업이었다. 하지만,  빅데이터와 AI, 원격 조종 트랙터 등이 도입된 스마트 농업기술을 이용하면 초보 농업 종사자도 얼마든지 농산업에 뛰어들 수 있다. 사진은 영국에서 개발된 농업 전용 로봇./ 뉴시스

하지만 빅데이터와 AI, 원격 조종 트랙터 등이 도입되는 스마트 농업기술을 이용한다면 초보 농업 종사자도 베테랑 농업 종사자와 비슷한 수준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젊은 사업가들이 스마트 기술을 기반으로 진입장벽이 줄어든 농업 시장에 진출한다면 줄어드는 농가 인구와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창길 연구원장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IoT, 빅데이터, 무인드론, 로봇, 인공지능 등을 농업 분야에 적용할 경우, 단순 생산단계에서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유통, 소비 그리고 전후방산업까지 동시에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우리나라 농업시스템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직 우리나라의 농업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낯선 개념이나 이 연구를 시작으로 농업 분야에서도 4차 산업혁명 기술 적용을 위한 다양한 연구와 제도적 장치 마련이 활발히 진전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세계적으로 스마트 농업 시장 규모가 급성장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은 오는 2022년 세계 스마트 농업 시장 규모가 4,08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은  마리암 알-무하이리(Mariam Al-Muhairi) UAE 식량안보 특임장관(오른쪽)이 아부다비 시내에 있는 우리나라 기업의 컨테이너 수직농장을 방문한 모습./ 뉴시스

◇ 커져가는 글로벌 스마트 농업 시장, 우리나라 정부도 지원 나서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이 지난해 11월 발간한 ‘스마트팜 기술 및 시장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22년 세계 스마트 농업 시장규모는 4,080억 달러(한화 약 49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2017년 4조4,493억원인 스마트 농업 시장은 오는 202년 5조9,588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스마트 농업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등 글로벌 국가들도 기술 발전과 시장 진출을 서두르는 추세다. 90년대부터 장기 지속 가능한 농업을 국가 주요전략으로 채택해 진행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현재 미국 농무부를 중심으로 농업과 ICT를 융합하는 연구개발 정책을 활발히 추진 중에 있다. 

네덜란드,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세계 농업 강국들이 모여있는 유럽연합(EU)은 지난 2009년부터 스마트 농업 프로젝트 ‘ICT-Agri’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집행위의 기금으로 추진되는 해당 프로젝트는 정밀 농업 분야에 대한 EU차원의 연구와 회원국 간 협력 네트워크 강화를 토대로 농업 분야에 ICT 및 로봇기술 도입해 효율성 높이는 것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다.

특히 세계 원예산업의 중심인 네덜란드는 작물의 생육분석 플랫폼, 영상분석 등 데이터기반 생산기술과 자동화, 생산·품질관리, 수출 등의 농업 전 과정에 적용가능한 스마트 농업 기술을 연구 중이다. 

우리나라도 스마트 농업 기술 발전을 위해 정부도 정책 마련과 지원에 나서고 있다. 2017년 11월 스마트팜 확산을 혁신성장 핵심 선도사업의 하나로 선정한 농림축신식품부는 2018년 4월 스마트팜(Smart Farm: 스마트 농장) 확산 방안을 마련했다. 이를 토대로 2022년까지 ‘스마트팜 혁신밸리 4개소 구축’을 목표로 삼았다.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청년창업, 기술혁신(R&D), 판로개척의 기능이 집약된 농업인·기업·연구기관 간 시너지를 창출하는 거점을 말한다.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농업인은 생산을, 기업은 연구·개발을 담당하게 되고, 특히 중소기업이 참여해 개발한 신제품과 기술을 향후 농촌에 널리 보급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1일 발표한 2021년 예산안에 따르면 스마트팜 혁신밸리 4개소 완공 지원과 스마트팜 실증, 차세대 연구 등을 위해 신규 178억원이 지원된다. 또한 스마트팜 농가의 생육환경 정보 등 수집·제공 확대와 데이터 서비스 개발 지원, 혁신밸리 2차 지역 빅데이터 센터 구축에도 77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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