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사장의 항고심 선고가 오는 9일로 예정돼있다. /뉴시스
조현범 사장의 항고심 선고가 오는 9일로 예정돼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최근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구 한국타이어그룹) 조현범 사장이 또 하나의 중대기로를 마주하고 있다. 항소심 선고공판이 오는 9일로 다가온 것이다. 항소심 결과가 경영권 분쟁 국면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요 변수들이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 조현범 사장, 임박한 항소심 판결이 중요해진 이유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이 전격 구속된 것은 지난해 11월. 혐의는 협력업체로부터 납품을 대가로 뒷돈을 받고,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것이었다. 협력업체로부터는 무려 10년에 걸쳐 매달 500만원씩 총 6억1,500만원을 받아 챙겼고, 계열사 자금은 2억원가량 빼돌렸다. 또한 이 과정에서 유흥주점 여종업원 아버지 명의의 차명계좌를 활용하기도 했다.

이후 재판과정에서 철저하게 ‘반성전략’을 구사한 조현범 사장은 지난 3월 보석으로 풀려났으며, 4월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실형을 면했다. 그런 그의 항소심 선고공판은 오는 9일로 다가온 상태다.

항소심 결과는 1심에 비해 더 많은 관심이 쏠린다. 1심 선고 이후 나타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경영권 분쟁 때문이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오너일가 3세 사이에서 발생한 경영권 분쟁은 조현범 사장과 조현식 부회장 및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의 대립구도를 띄고 있다. 조현범 사장이 부친 조양래 회장의 지분을 모두 넘겨받고 후계구도의 주도권을 잡자 조현식 부회장과 조희경 이사장이 반발하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상태다. 

이런 가운데, 항소심에서 1심과 달리 실형이 내려질 경우 조현범 사장은 경영권 분쟁에 있어 불리한 위치에 놓이는 등 여러모로 비상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자신을 후계자로 낙점한 부친 결정의 명분이 흔들리고, 반대편에 선 형과 누나의 목소리에 무게가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현식 부회장과 조희경 이사장이 조양래 회장에 대해 신청한 성년후견이 받아들여질 경우 상황은 더욱 난처해진다.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잃을 뿐 아니라, 수감생활로 인해 원활한 대응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따라가 보면, 항소심에서의 실형 선고가 후계구도에서 밀려나는 결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 분쟁과 쏟아진 탄원서… 조현범 반성에 물음표 붙다

이런 가운데, 조현범 사장의 항소심엔 여러 변수가 등장하고 있다.

먼저, 경영권 분쟁이다. 1심 재판과정에서 보석으로 풀려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조현범 사장은 줄곧 반성전략을 구사했다. 혐의를 일체 인정하며 반성의 뜻을 밝혔고, 달라진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1심 판결 이후이자 그리고 본격적인 항소심 재판을 앞둔 시점에 전격 단행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 사퇴 역시 반성의 일환이었다. 이에 대해 조현범 사장은 항소심 재판에서 “재판을 받는 신분으로 죗값을 다 치르지 못해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표이사 사퇴 직후 조현범 사장은 부친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을 모두 넘겨받으며 그룹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대표이사 직을 내려놓고 실질적으로는 더 높은 자리에 오른 셈이다. 

또한 조현범 사장의 이 같은 행보는 경영권 분쟁의 도화선이 됐다. 이 역시 반성의 진정성에 물음표가 붙게 만든다. 

조현범 사장은 1심 최후변론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가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비상경영 체제를 이끌고 우리 사회와 국가 경제에 미력이나마 기여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은 사회 및 국가 경제에 대한 기여는 물론 정도경영과도 거리가 멀다. 오히려 회사와 관련업체들을 혼란과 위기에 빠뜨리고, 사회적 질타를 피하기 힘든 모습이다.

선고 공판을 앞두고 쏟아진 탄원서들도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항소심 재판부엔 현재까지 8건의 탄원서 및 의견이 제출됐다. 대부분 조현범 사장에 대한 것으로 보인다. 이중엔 그룹 계열사 한국아트라스BX 소액주주들의 탄원서도 포함돼있다. 자진상장폐지 추진과 관련해 최대주주 및 사측과 오랜 기간 갈등을 벌여오고 있는 이들이다. 

<시사위크>가 입수한 일부 탄원서에는 조현범 사장의 과거 전력과 각종 경영상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조현범 사장의 반성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핵심이다.

조현범 사장이 항소심이란 중대 기로에서 어떤 운명을 마주하게 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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