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당권 주자들이 더불어민주당과의 관계에 대한 입장 차를 보였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정의당 당 대표 후보들이 ‘더불어민주당’과의 관계를 두고 온도 차를 보였다. 그간 당의 선명성을 부각하며 독자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이어졌던 만큼 이 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부각되는 모습이다.

당권 도전 출사표를 던진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정점으로 과거 민주대연합이라고 하는 정치적 대연합은 끝났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이유로 배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거대 여당이 된 상황에서 더 이상 힘을 합칠 이유가 없다는 점을 꼽았다. 배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본인들의 역할을 다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진보정당은 진보정당으로서 가치를 분명하게 들고 새로운 판을 만드는데 정의당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의당에게 민주당과의 관계는 오랜 숙제였다. 그간 사안 별로 비슷한 목소리를 내면서 일체감을 보여 왔지만, ‘범여권’과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이 뒤따르는 부작용을 나았다. 결국 ‘조국 사태’와 지난 총선 당시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 창당을 겪으면서 근본적 관계를 고쳐야 한다는 기류가 확고해졌다.

최근 정의당의 행보에서 이같은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 정부와 여당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고, 2차 재난지원금 등에 대해서도 주관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범여권’이라는 용어 대신 ‘진보 야당’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달라는 공개적 선언이 나오기도 했다.

정의당은 지난 총선 직후 민주당과 본격적으로 선을 그으며 독자성을 강조했지만, 그로 인해 당내에서 크고 작은 잡음이 새어나오기도 했다. /뉴시스

◇ ‘민주당 2중대’ 두고 이견

문제는 정의당이 그간 민주당과 선을 그으면서 당내에서 크고 작은 잡음이 새어 나왔다는 점이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모친상에 조화를 보낸 여권 인사들을 비판한 논평이 나오자 당내에서 찬반이 갈렸고,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조문 거부 사태에서 당원들의 집단 탈당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오히려 당이 지나치게 ‘선명성’을 부각하려다 기존의 지지층과 아젠다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달 혁신안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2030 여성’이라는 새로운 지지층이 열리고 있다는 오류와 착각에 당이 빠져 있다”고 비판이 나온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와 관련해 박창진 정의당 갑질근절특별위원장은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올린 ‘국민에게 드리는 편지’에서 “국민들이 말씀하고 계신다. ‘내가 알고 지지하던 정의당이 아닌 것 같다’. 지도부부터 평범한 당원들까지 모두가 이 위기 앞에 고뇌하고 있다”며 “정의당의 정치는 다수 서민의 생존을 지키고 소외된 이들에게 시민의 권리를 찾아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당 2중대에서 벗어나겠다면서 더 작아지지 않겠다”며 “가장 진보적인 것이 가장 대중적인 정치임을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이번 당직 선거는 정의당의 노선을 결정할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이날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김종민 정의당 부대표는 상무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이번 당 대표 선거는 민주당 2중대의 길을 걸을 것인가, 독립 정의당의 길을 걸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선거”라며 “이번 당직선거를 통해 독립선언의 물결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작아지는 것이 두려워 민주당 2중대의 길을 걸을 수 없다”라며 “정의당의 정체성은 커지는 것, 그 자체가 아니다. 정의당의 길을 걸을 때 커질 수 있다는 신념”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반면 박 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지지층이 얇아지고 당원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우리가 얘기하는 게 선명함보다는 국민의 삶과 떨어져 있다고 느끼시면 안 된다는 것이 오히려 민주당이나 기타 세력들이 원하는 바라고 생각한다”며 전혀 상반된 입장을 견지했다.

이와 관련해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정의당은 뭘 하려고 하는지 진보의 좌표나 아젠다를 제시하지 못해왔다”며 “가고자 하는 바가 분명하다면 (민주당과) 때로는 협조 관계, 때로는 비판적 관계일 수 있는 것인데, 정책과 아젠다가 없는 상태에서는 이러한 것들이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국민들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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