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당정청의 2차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 방침에 대해 문재인 정부를 직접 거론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하자 정치권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뉴시스(사진=경기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당정청의 2차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 방침에 대해 문재인 정부를 직접 거론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하자 정치권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뉴시스(사진=경기사진공동취재단)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대선주자 지지율 1·2위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연일 ‘이슈’를 주도하며 정국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전국민에게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온 이 지사는 최근 ‘선별 지원’ 방침을 밝힌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과 각을 세워왔다. 이 지사는 지난 6일에는 당정청 고위인사들이 고위당정협의회 회의를 열고 ‘선별 지원’기조를 공식화하자 ‘문재인 정부’를 직접 거론하며 비판의 강도를 더욱 높였다.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분열에 따른 갈등과 혼란, 배제에 의한 소외감, 문재인정부와 민주당, 나아가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원망과 배신감이 불길처럼 퍼져가는 것이 제 눈에 뚜렷이 보인다”며 “적폐세력과 악성 보수언론이 장막뒤에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권토중래를 노리는 것도 느껴진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공화국에서 모두가 어렵고 불안한 위기에 대리인에 의해 강제당한 차별이 가져올 후폭풍이 너무 두렵다”며 “어쩔 수 없이 선별지원하게 되더라도 세심하고 명확한 기준에 의한 엄밀한 심사로 불만과 갈등, 연대성의 훼손이 최소화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가 2차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을 주장하며 정부와 각을 세우자 친문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제기됐다.

친문인 신동근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지사를 향해 “고위직 공무원인 이 지사님이나 제가 지원금을 받을 이유가 있나”라며 “안정적인 직장에서 안정적으로 월급 받는 분들이 지원금을 받느니 그 돈을 진짜 어려운 분들이 쓰게 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고 따져 물었다.

강성 친문 지지자들은 이 지사의 제명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이재명을 제명해주라. 당과 정부에 해당행위를 하고 있다” 등 이 지사를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이 지사는 자신의 발언이 여권과의 갈등으로 해석되자 곧바로 진화에 나섰다. 이 지사는 뒤이어 올린 글에서 “지금까지 많은 논의들이 있었습니다만, 저 역시 정부의 일원이자 당의 당원으로서 정부여당의 최종 결정에 성실히 따를 것”이라며 “이는 변함없는 저의 충정”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이어 “보수언론은 더 이상 저의 견해를 ‘얄팍한 갈라치기’에 악용하지 말라”며 “저의 충정과 의무를 왜곡하지 말아주시라”고 강조했다.

◇ ‘친문 반발’ 감수한 이유

이 지사가 진화에 나섰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그가 ‘문재인 정부’를 직접 거론하며 강한 비판을 가한 것은 대권 경쟁자인 이낙연 대표는 물론이고 임기말 문재인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지사는 지난 2017년 19대 민주당 대선 경선과 2018년 지방선거 민주당 경기도지사 경선 과정에서 친문과 극심한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지사가 민주당의 대선주자로 낙점을 받기 위해서는 ‘친문’의 마음을 끌어오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그럼에도 이 지사가 친문의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를 고리로 대통령 실명까지 거론하며 비판 수위를 높인 것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이 지사가 이낙연 대표를 제치고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경우 ‘친문 적통’ 대선주자가 없는 친문도 대안이 없기 때문에 결국 자신을 지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이 지사의 ‘친문 갈라치기’ 전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7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친문은 단일대오를 유지하고 있지 않고 분화돼 있다. 강성 친문은 이재명 지사를 반대하지만 누가되든 본선 경쟁력이 높은 사람을 밀겠다고 생각하는 친문도 있다”며 “이재명 지사는 그것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지사는 강성 친문은 반대하겠지만 자신의 주장에 동의하는 친문도 많을 것이라고 보고 친문을 갈라치기 하면서, 비문과 중도가 자신을 지지할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고 본다”며 “이 같은 판단 아래 뚜렷한 정책으로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발언을 세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 지사의 행보가 대권 경쟁으로 인한 당 내 갈등으로 비쳐지는 것에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tbs 라디오에서 “여러 가지 의견이 있고 주장이 있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경제 위기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리고 서로 주장하는 바가 다를 수 있지만 ‘이 길이 아니면 잘못된 길이다’ 절대 이런 논쟁으로 빠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한 의원도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 지사가 차별화에 나선 것이라기보다는 평소 전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면서 보편적 복지를 주장해왔기 때문에 자신의 주장을 더욱 강하게 한 것이라고 봐야한다”며 “대선은 아직 멀었는데 지금부터 이 지사가 갈라치기를 시작하면 본인에게 기회가 오겠나”라고 주장했다.

한편 야당은 이 지사가 친문의 반발이 두려워 입장을 바꿨다고 비판을 가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지사가 전국민 재난지원금 주자는 자신의 주장을 수용 않는다고 문 대통령을 저주했다가 친문 지지자들의 비난을 받고 곧바로 태도가 돌변했다”며 “‘문 정부 향한 원망과 배신감이 불길처럼 번진다’가 ‘오로지 충심으로 따른다'로 바뀌는데 한나절도 걸리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아무리 친문의 위세가 무섭다고 해도 대권주자란 분의 발언이 새털처럼 가벼워서야 되겠나”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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