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취임 이후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치고 의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취임 이후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쳤다. 유력 대권주자인 이 대표가 연설을 통해 자신의 국가비전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현 정부의 기조와 큰 차이가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사진은 연설을 마친 이 대표가 의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섰다.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국회에서 교섭단체가 있는 정당을 대표하는 의원이나 교섭단체의 대표 의원이 소속 정당 또는 교섭단체를 대표해서 행하는 40분 이내의 연설을 뜻한다. 이에 통상적으로 정기·임시국회 때 당 대표나 원내대표가 나서며, 이번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이 대표 취임 후 첫 연설이었다.

◇ 유력 대권주자의 첫 연설

보통 교섭단체 대표연설에는 자당의 비전·정책 등에 대해 설명을 한다. 하지만 이 대표가 집권여당의 유력 대권주자라는 위치 때문에 연설에 자신의 국가비전이 담길 것으로 예상됐다.

이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고통을 겪는 국민을 위로하는 것으로 연설을 시작했고, 위기 극복을 위한 연대와 협력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과제를 설명하며 “제가 꿈꾸는 대한민국은 함께 잘사는 일류국가”라는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아울러 코로나19 사태 속 민생지원을 강조하며 정치권의 협치를 요청했다. 특히 ‘협치’부분을 언급할 때 가장 큰 박수소리가 나왔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연설에 대해 “여당의 전향적인 변화에 야당은 얼마든지 협력하고 공조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이낙연 대표의 연설이 문재인 정부의 종전 실패, 독선과 과감하게 단절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우호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 대선출마 선언 연상

이 대표가 차기 대선주자로서 구체적인 국가상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국회 연설이라기보다는 대선 출마 선언문을 연상시킨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연설에서 보인 국가비전은 ‘문재인 정부 계승’ 외에 다른 점을 찾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대표는 연설에서 ▲건강안전망 ▲사회안전망 ▲한국판뉴딜·신산업 ▲성평등 ▲균형발전 등을 핵심 주제로 삼았다. 또한 ‘함께 잘사는 일류국가’를 설명하며 제시한 5대 비전은 행복·포용·창업·평화·공헌 국가였다. 그러면서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전국민고용보험, 경제민주화 실현, 균형발전, 한국판뉴딜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와 대동소이하다. 즉 차별화보다는 계승·발전에 무게를 둔 셈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를 두고 “이 대표가 제시한 것은 현 정부가 이미 하고 있거나, 해야 할 일들을 나열한 것”이라며 “유력 대권주자지만 ‘포스트 문재인’에 대한 청사진 없이는 대선 국면에서 돋보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기조를 계승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당내 친문계의 지지를 받아서다. 유력한 대권주자지만 어설프게 현 정부와 각을 세우거나 차별화에 나설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기조와 큰 차이가 없는 연설임에도 야당이 우호적인 반응을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이 대표가 취임 후 보여준 행보에 답이 있다. 이 대표는 취임 직후 재난지원금의 ‘선별 지급’에 대해 야당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협치를 강조하고 있다. 핵심 지지층보다 외연 확장에 초점을 맞춘 행보다.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극한대립 구도의 한국 정치 풍토에서 야당의 호평은 드문 일”이라며 “현 정권의 기조와 비슷함에도 ‘집토끼’들이 의구심을 갖게 할 연설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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