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IT기업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무역제재가 심화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도 거래를 중단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공급을 오는 15일부터 전면 중단할 예정이다./ 뉴시스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세계 IT업계의 ‘큰 손’이라 불리던 중국의 화웨이가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글로벌 주요 IT기업들이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무역제재와 글로벌 ‘반(反) 중국’ 정서가 거세지면서 화웨이에 불똥이 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미국 상무부 제재안에 따라 화웨이에 메모리, 모바일 AP 등 시스템 반도체 공급을 전면 중단할 예정이며,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도 거래를 정지할 전망이다.

◇ 삼성·SK·LG, 화웨이에 반도체·디스플레이 모두 ‘전면 공급 중단’

9일 IT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은 오는 15일부터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중단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달 17일 미국 행정부가 발표한 화웨이 추가 제재안에 따른 조치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달 추가한 제재안에 따르면 미국 내 업체들뿐만 아니라 제3국 반도체업체들도 미국의 소프트웨어나 기술, 장비 등을 사용할 경우, 화웨이에 납품하기 전 사전 승인을 받아야한다.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거의 대부분의 반도체 업체가 증착(Deposition) 및 식각(Etching)에 미국 장비와 부품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전 세계 반도체 업체를 대상으로 한 제재안이라 볼 수 있다.

이는 디스플레이 역시 마찬가지인데, 디스플레이를 구동하는 드라이버IC칩 역시 미국의 제재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오는 15일부터 화웨이에 스마트폰용 패널 공급을 중단하게 된다. 

이번 제재로 화웨이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SA)도 기존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던 화웨이가 올해엔 미국의 애플에 3위로 밀려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SA는 “올해 화웨이는 판매량 1억9,000만대, 점유율 15.1%로 올해 3위를 유지하겠지만, 화웨이가 비축한 칩셋(컴퓨터나 스마트폰 메인보드의 핵심부품)을 다 사용할 경우, 오는 2021년에는 시장 점유율이 4.3%까지 폭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화웨이의 제재가 세계 IT업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은 미국이 화웨이 제재안을 유지할 경우,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3~5년 내 각각 8%p, 16%p에 달하는 시장점유율 하락 및 매출 감소를 겪을 것이며, 이로 인해 최대 4만명의 미국 내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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