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우리의 기존 가치들을 바꾸고 있다. 이것이 사람들이 코로나19 이후의 '뉴노멀'시대가 다가온다고 말하는 이유다. 특히 인공지능(AI)분야는 향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을 선두할 것으로 전망되는 기술이다./ Getty images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사태는 기존 우리가 알고 있던 가치들을 하나씩 바꾸고 있다. 

당연한 줄 알았던 등교, 출근 등은 이제 ‘언택트(비대면)’와 함께 온라인 강의, 재택근무 등으로 전환됐다. 여행, 외출 등 기존 여가생활의 아쉬움은 가상·증강현실(VR·AR),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으로 달랜다.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향후 진정된다면 기존 우리 사회를 지배했던 기준 대신 ‘새로운 기준’이 도래할 ‘뉴노멀’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분야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뉴노멀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현재만해도 방역을 위한 AI로봇이 회사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언택트 시대에 맞춘 AI 무인공장, 무인 매점 등이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19 팬데믹이 AI산업 발전에 미친 영향과 향후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 코로나19, AI 최적의 ‘실전 무대’… “AI 발전의 큰 전환점될 것”

SK텔레콤이 10일 개최한 ‘ai.x2020’ 컨퍼런스에 국내외 저명 AI전문가들은 세계적 재난인 코로나19의 팬데믹 사태가 아이러니하게도 AI발전에는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우경우 AI 개발 그룹장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미래 AI서비스의 관점에서 굉장히 큰 ‘전기(轉機: 어떤 사물이나 현상이 전환되는 시기)’를 맞이했다고 생각한다”며 “2020년은 AI에 있어서 굉장히 높은 수용성을 가지고 기술이 확산될 수 있는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경우 그룹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는 AI발전에 큰 효과를 미친 일종의 ‘장치’로 작용했다고 봤다. AI기술의 실전 테스트를 하기에 아주 적합한 환경이라는 것.

새로운 과학기술이 개발됐을 경우, 우리 사회와 산업 분야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기존 기술이나 인력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AI의 경우, 지금 당장은 인력을 밀어내고 자리를 대체하기엔 부족한 수준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를 겪고 있는 현재 비대면 근무가 요구되면서 사람이 직접 근무환경에 투입돼야 하는 산업 분야의 경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AI다. 따라서 현재 사람의 능률보다 떨어지는 AI라 할지라도 당장 실전에 투입될 수 있는 현 상황이 AI 산업 발전에 불을 댕길 수 있는 환경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세계적 재난인 코로나19 팬데믹이 AI에겐 좋은 실전 무대가 되고 있다고 봤다. 기존에 얻기 어려웠던 데이터 수집과, AI가 인력을 대체해야하는 산업상황이 강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픽사베이

신한은행 장현기 AI센터장도 “금융 분야인 은행 관점에서도 근무시간 52시간 요청과 코로나19로 인해 물리적 근무시간에 한계가 생기면서 AI 활용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그동안 사람의 노동력으로 하던 일들을 AI로 대체해야 하는 상황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과거엔 AI부서만이 금융에 AI를 어떻게 대입할지 고민했는데, 이젠 은행의 모든 부서가 이를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기존에 수집하기 힘들었던 데이터들이 엄청난 속도로 쌓이고 있는 것도 AI산업이 발전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예를 들어 회의 데이터의 경우에도 기존엔 녹음을 하거나 간단히 문서화하는 정도의 한계가 있었으나, 현재 화상회의 등을 통해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들이 실시간으로 저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경우 그룹장은 “최근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도 데이터 축적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되고 있다”며 “AI의 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제품, 서비스들에 새로운 퍼포먼스가 수용성 좋게 들어가고 있으며, 기존에 AI가 진출하지 않았던 분야의 기술들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SK텔레콤이 10일 개최한 ‘ai.x2020’ 컨퍼런스에 국내외 저명 AI전문가들은 향후 AI발전을 위해선 기업, 정부, 연구 분야가 함께 시너지를 내서 뉴노멀 시대에 맞는 AI솔루션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고 전망했다./ 온라인 컨퍼런스 캡처

◇ AI 발전 위해선 각 분야 ‘초협력’ 필수… ‘그린 AI’ 도입도 준비해야

그렇다면 ‘새로운 기준’이 도래할 ‘뉴노멀 시대’에 맞춰 AI가 지향해야 할 발전 방향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뉴노멀 시대의 AI는 산업, 의학, 금융,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기술로 자리잡을 것이기에 각 분야의 ‘초협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나의 회사가 아무리 큰 기업일지라도 대한민국과 세계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만들고 발전시키긴 어렵다. 따라서 기업, 정부, 연구 분야가 함께 시너지를 내서 뉴노멀 시대에 맞는 AI솔루션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경우 그룹장의 설명에 따르면 향후 AI분야에서 함께 해결해야할 과제는 크게 3가지 정도로 나뉜다. 첫 번째는 AI가 빠르게 우리 사회에 수용되면서 극도로 효율화가 될 경우 필요 또는 부족한 AI모델 등의 문제다. 

두 번째는 AI의 상용화로 ‘극도로 효율화된 시대에 사람은 무엇을 해야하는가’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AI로 인해 택배 배송, 생산 작업, 식당 종업원 등 단순 노동직의 경우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국가적으로 ‘뉴노멀 라이프’에 대한 계획을 대비하고, 정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할 전망이다.

마지막은 AI에 대한 표준을 함께 만들어 AI가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여지를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다. 특히 딥페이크(Deepfake: AI가 사람의 얼굴이나 음성을 복제해 합성하는 기술)를 활용해 개인의 음성이나 얼굴을 합성하는 것에 대한 규약 등을 만들고 지키는 것은 향후 중요한 안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향후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린(Green) AI’의 도입에 대한 주제도 논의했다. AI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뛰어난 연산 능력이 필요하다. 문제는 AI의 연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커다란 데이터 센터의 운영과 많은 수의 컴퓨터 운영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많은 양의 전력이 소모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가까운 곳에 수력발전소, 태양광 발전소, 수소 연료전지발전소 등이 위치한 지역에 AI·데이터 센터를 건설하거나, 대량의 빅데이터 대신 각 디바이스에 필요한 데이터만을 저장해 연산하는 ‘스몰 데이터’ 시스템을 구성하는 방법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은 그린 AI를 도입하긴 힘들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카카오브레인 김남주 CTO는 “카카오 공동체 차원에서 AI, 데이터의 경량화 기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곤 있으나, 카카오 브레인은 아직까진 학습과 연산 능력 향상에 관심이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다”라고 답했다.

SK텔레콤 김윤 CTO도 “SK텔레콤 역시 지금은 그린 AI의 도입에 대해 상각을 시작하는 단계”라며 “다만 앞으로 환경문제 등의 해결을 위해 그린 AI는 중요한 기술일 것으로 전망돼, 오늘 컨퍼런스에 참여한 회사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들이 생각해봐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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