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박병석 국회의장 주최 교섭단체 정당대표 오찬 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박병석 국회의장 주최 교섭단체 정당대표 오찬 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21대 국회 개원 직후부터 원 구성 협상을 놓고 대립하던 여야가 9월 들어서도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이다. 여야는 틈날 때마다 협치를 강조하고 있지만, 굵직한 현안마다 온도차를 보이며 정쟁의 불씨를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여야 대표는 최근 회동에서 4차 추가경정예산·월례회 개최 합의 등 협치의 진전을 이루는 듯 했다. 그러나 갈등의 시발점인 원 구성 재협상부터 정부의 13세 이상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 대책 등에서 큰 이견을 보이며 경색 기류가 흐르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특혜 의혹과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포털 외압 의혹 등 여권발 악재도 협치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국민의힘이 추 장관·윤 의원 문제를 놓고 정부여당에 연일 공세를 가하면서 여야 협치는 점차 요원해지는 분위기다.

◇ 한 치 물러섬 없는 여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야 교섭단체 대표는 전날(10일) 국회 사랑재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오찬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두 대표는 4차 추경·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한 민생법안 입법, 월 1회 정례회동 개최 등의 합의를 도출했다. 다만 코로나19 장기화로 민생경제가 파탄에 이르는 상황에서 추경이나 긴급재난지원금 등은 큰 이견이 없었기 때문에 크게 평가할 만한 성과로 보기 어렵다.

뇌관인 법제사법위원장직을 둘러싼 원 구성 재협상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이견을 보였다.

이 대표가 “(9일) 문 대통령을 뵀는데 협치를 많이 강조했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협치를 하려면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받아쳤다.

이어 김 위원장은 “21대 총선 이후 원 구성 과정에서 종전 관행이 지켜지지 않아 여야 균열이 생겼고 아직 봉합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개원 협상 과정에서 두세 달 겪은 우여곡절을 또 반복할 겨를이 없다”고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지난 13대 국회부터 줄곧 야당 몫으로 배분해왔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을 21대 국회에서 여당이 수적 우세를 내세워 차지한 점을 다시 한번 꼬집은 것이다. 앞서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은 법사위원장 확보에 실패하자 18개 전 상임위원장을 포기하는 강수를 뒀다.

여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도 마무리하지 못한 상황에서 야당에 법사위원장을 내줄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이 원 구성 재협상을 사실상 협치의 첫 단추로 내세운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협치를 말하는 여당에 진정성이 없다는 것을 에둘러 비판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민주당의 협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여당이 하라는대로 야당이 따르는 게 협치라고 생각한다면 (이 대표는) 생각을 바꾸셔야 한다”고 했다.

정부의 통신비 지원책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국민들은 정부의 돈에 맛을 들이면 떨어져나가려 하지 않는다”며 “정치적으로 그런 결정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 재정운영,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7조8,000억원 규모의 4차 추경 중 약 1조원을 통신비 지원에 할당키로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통신비가 증가하지 않았는데 1조원 가까운 돈을 통신사에 주겠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제정신으로 할 일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혈세 낭비’로 보고 내주 예정된 예결특위 심사에서 바로잡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4차 추경은) 가급적 추석 연휴 이전에 집행해 돈이 절박한 취약계층을 지원토록 하겠다”며 야당의 동참을 주문했다. 민주당은 내주 중으로 예산 심사를 마친 뒤 18일 본회의에서 추경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박성중 간사(가운데)와 조명희(왼쪽), 허은아 위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포털 뉴스 개입 논란과 관련해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회 상임위원회 사임 요구서를 복기왕 국회의장 비서실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뉴시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박성중 간사(가운데)와 조명희(왼쪽), 허은아 위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포털 뉴스 개입 논란과 관련해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회 상임위원회 사임 요구서를 복기왕 국회의장 비서실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뉴시스

◇ 국민의힘, 대정부질문서 파상공세 예상

다음주 14일부터 17일까지 대정부질문이 예정된 가운데 국민의힘은 추미애 장관 의혹을 집중 타격하기 위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추 장관 아들 서모(27)씨와 관련, 2017년 군복무 당시 ‘황제 휴가’ 특혜 의혹, 용산 부대 배치·평창올림픽 통역병 선발 과정에서의 청탁 의혹 등 연일 새로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10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다음주 대정부질문이 있는데 추 장관이 사퇴하지 않으면 4일 동안 계속 추 장관 문제가 거론될 것”이라며 “곧 국정감사도 있어 추 장관이 현 정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본인이 이쯤 되면 사표를 내는 것이 맞다”고 했다. 이어 “늦어도 9월 말까지는 아마 (추 장관이) 사표를 내지 않겠나”라고 추측했다.

국민의힘은 포털 외압 논란을 빚은 윤 의원에 대해서도 소속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사보임을 요구하는 등 전방위 공세에 나섰다.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의장실에 윤 의원 사임요구서를 제출했다.

윤 의원은 지난 8일 본회의장에서 주 원내대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듣던 중 관련 기사가 포털 다음 메인에 오르자 보좌진에게 “카카오(다음 모회사) 너무하군요. 들어오라고 하세요”라는 문자를 보내는 모습이 사진기자에 찍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야당이 정부여당의 국정을 정조준할 수 있는 대정부질문과 국정감사가 예정된 데다 추 장관과 윤 의원 논란이 갈수록 거세지면서 여야 감정의 골이 메워지기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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