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웰다잉(Well Dying)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웰다잉’ 준비가 우리의 삶의 가치를 더욱 향상시켜 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웰다잉(Well Dying)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웰다잉’ 준비가 우리의 삶의 가치를 더욱 향상시켜 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우리나라에서 지난 2003년 후반부터 ‘웰빙(well-being)’ 붐이 일기 시작한 데 이어 최근에는 웰다잉(Well Dying)이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웰빙을 넘어서 웰다잉에 관심을 갖는 것일까. 

‘웰빙’은 물질적 가치나 명예보다는 육체와 정신의 조화를 통해 행복하고 안락한 삶을 지향하는 것을 뜻한다. 반면 ‘웰다잉’은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고독사 등 사회적 요인과 맞물려 등장한 개념으로 살아온 날을 정리하고 죽음을 잘 준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이라는 민족적 아픔을 겪은 이후에 우리 사회는 ‘개인의 삶’보다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시대적 과제가 더 중요시됐다. 그 과정에서 치열한 사회‧경제적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개인’은 멍들고 병들어갔다. ‘묻지마 범죄’ ‘우울증’ ‘자살’ 등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웰빙’은 물론이고 ‘웰다잉’은 사회 전체에 활력과 안정을 부여해줄 수 있는 중요한 과제가 됐다. ‘웰다잉’은 고령화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과제이기도 하지만 ‘죽음’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준비하는 과정은 현재의 삶의 가치도 더욱 높여줄 수 있다.

◇ “삶에 대한 마무리, 자신이 결정해야 행복해져”

이 같은 ‘웰다잉’의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웰다잉’ 운동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 중 사단법인 웰다잉시민운동은 지난 2018년 12월 28일 창립총회를 거쳐 출범한 이후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웰다잉시민운동에는 정계‧경제계‧학계 등 다양한 분야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사장은 차흥봉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동대표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박재갑 한국세포주연구재단 이사장, 손숙 예술의전당 이사장,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 정갑윤 전 국민의힘 의원,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이 맡고 있다.

웰다잉시민운동은 ‘웰다잉 문화’ 전파를 위해 ‘시니어 토크콘서트’와 ‘웰다잉 포럼’을 개최하고 있고 국회와 연계해 웰다잉 법제도 개선 및 정책 연구 활동도 펼치고 있다. 추모 문화 조성사업의 일환으로는 개인의 삶을 가족, 지인과 함께 나누고 기억하기 위해 작성하는 ‘생애보’와 장례식장에서 유족이 조문객에게 전하는 인사 문서인 ‘조문보’ 제작 사업을 펼치고 있다. 웰다잉시민운동은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 및 등록기관이기도 하다.

원혜영 민주당 전 의원(두 번째 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은 ‘웰다잉’의 중요한 요건 중 하나는 ‘자기 결정권 행사’라고 강조했다./웰다잉시민운동 홈페이지
원혜영 민주당 전 의원(두 번째 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은 ‘웰다잉’의 중요한 요건 중 하나는 ‘자기 결정권 행사’라고 강조했다./웰다잉시민운동 홈페이지

웰다잉시민운동 공동대표인 원혜영 전 민주당 의원은 ‘웰다잉’을 ‘삶의 마무리’에 대한 자기 결정권으로 정의내렸다. 자기 결정권 행사를 통해 삶을 마무리해야 행복의 길을 걸을 수 있고, 가족과 사회에 부담도 줄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원혜영 전 의원은 2일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웰다잉 운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게 되는데 연명의료에 대한 문제, 유산 처리, 장기 기증 등에 대한 문제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로 부각이 되고 있다”며 “삶에 대한 마무리는 자신이 결정해야 행복해지고 가족이나 사회에 부담을 덜 주기 때문에 이 같은 모든 문제에 대해 자기 자신이 결정하는 문화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의원 활동 기간 연명의료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는 법을 제정하는데 앞장섰었고 그때부터 초고령 사회를 맞이해서 자기 삶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는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겠다고 판단을 했다”며 “그래서 정치 은퇴 이후 사회봉사 사업 과제로 설정하고 활동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죽음 준비되는 만큼 인생의 가치 향상”

전국 각 지자체나 복지관, 개인 연구소 등에서도 ‘웰다잉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웰다잉 프로그램에서는 주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버킷리스트, 사진 자서전, 유언장, 사전 장례 의향서 등 죽음 준비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짚어보는 기회를 갖게 하고 ‘삶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뜻이 맞는 지인들과 함께 ‘웰다잉’ 연구원을 만들어 한 달에 두 번 세미나를 갖고 있는 부천웰다잉문화연구원 송계순 원장은 ‘웰다잉’ 준비의 의미를 ‘삶의 가치 향상’에서 찾았다.

송계순 원장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웰다잉은 인간의 욕구라고 볼 수 있다”며 “죽음은 피해가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인생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운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 원장은 “사람이 꼭 늙어서만 죽는 것이 아니라 젊어서도 죽을 수 있다. 죽음을 준비하면 준비되는 만큼 인생의 가치를 증진하고 향상시킬 수 있다”며 “죽음을 전제로 한 삶은 그 가치가 달라진다. 내일 죽을 것처럼 생각하고 오늘을 살자는 것”이라며 ‘웰다잉’ 준비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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