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이동통신 ‘5G’의 전자파가 건강에 유해하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확산시키는 주범이라는 주장까지 나오자, 불안감을 조성하는 5G에 대한 가짜뉴스들이 팽배하는 이때, 전문가들은 5G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향후 ICT산업의 중추가 될 것으로 평가받는 5세대 이동통신 ‘5G’에 대한 일반인들의 불안감이 지속되는 추세다. 특히 기존 통신망보다 높은 주파수의 5G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건강 등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등의 음모론은 이 같은 불안감에 기름을 붓고 있다.

세계 각국의 언론과 전문가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5G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팩트체크를 지속해왔으나 여전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다수 존재하는 실정이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이동통신 기지국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불안과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점이다. 지난해에도 과기정통부에 접수된 국내 기지국 관련 민원은 498건에 달한다. 주된 이유는 5G기지국 설치에 대한 안전성 점검 요구와 기지국을 혐오 및 소음시설이라 보며 철거 및 이전을 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통신기지국은 우리 생활과 모든 산업분야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도 전자파 분야 전문가들을 초청해 5G전자파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과기정통부 산하 국립전파연구원은 14일 일반인들에게 전자파에 대한 이해와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5G 이동통신 전자파 팩트체크’를 주제로 ‘제 8차 전자파 안전포럼’을 개최했다. 사진은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는 전자파 안전포럼./ 온라인 포럼 캡처
과기정통부 산하 국립전파연구원은 14일 일반인들에게 전자파에 대한 이해와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5G 이동통신 전자파 팩트체크’를 주제로 ‘제 8차 전자파 안전포럼’을 개최했다. 사진은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는 전자파 안전포럼./ 온라인 포럼 캡처

◇ 5G전자파, 주파수 높아 ‘인체 투과율’ 매우 낮아… 대부분 피부에서 반사

과기정통부 산하 국립전파연구원은 14일 일반인들에게 전자파에 대한 이해와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5G 이동통신 전자파 팩트체크’를 주제로 ‘제 8차 전자파 안전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발표 주제는 5G전자파가 인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지였다. 이는 러시아 국영방송 RT의 미국지사가 지난해 5월 5G의 유해성에 관해 보도하면서 불거진 논란이다. 당시 RT 미국지사는 5G 스마트폰 사용은 뇌종양, 자폐증, 불임, 알츠하이머 등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포럼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5G의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할 정도의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는 것에 공통된 의견을 내비쳤다. 5G의 경우, 높은 주파수 대역을 가지고 있어, 기존의 낮은 주파수 대역을 가진 통신전파보다 오히려 인체 투과율이 낮다는 것.

최형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박사는 “전자파가 몸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열적인 영향(체내 온도 상승 등)’이 대부분”이라며 “현재 5G 전자파 측정결과 인체의 온도를 상승시킬만큼 그만큼 세기의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으며,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언급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안영환 아주대학교 의과대학교수도 “주파수가 10GHz 이상의 고주파는 반사가 쉽기 때문에 생체 내부 치투 에너지는 매우 작아, 5G에서 사용될 28GHz 영역이 생체 내부로 침투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5G가 체내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실제 5G통신망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의 양도 국내 연구진의 실험결과에서 전자파 인체보호기준 노출 지수를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전파연구원 김기회 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5G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방법은 두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체내 온도변화를 통해 인체 내부로 흡수되는 전자파의 양을 측정하는 ‘전자파 흡수율’ 측정 방식이다. 이는 10GHz 대역폭 아래의 주파수를 가진  LTE와 현재 상용화된 3.5GHz 대역의 5G의 전자파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인체 표면에 흡수되는 전자파량을 측정하는 ‘전력밀도’ 측정법이다. 이는 10GHz이상의 높은 주파수를 가진 전자파를 측정할 때 사용되는 방법이다. 인체 내부에 투과되지 못하고 반사되는 고주파 5G전자파 중 인체 피부 표면에 흡수되는 전자파의 전력밀도를 측정한다. 향후 상용화 예정인 28GHz의 5G의 전자파를 측정하는데 이용된다.

김기회 연구원은 “전자파 흡수율 측정방식을 통해 현재 상용화된 3.5GHz 5G를 사용하는 휴대전화의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의 4.8~30%로 나타났다”며 “이는 28~79%수준인 LTE보다 전자파 출력이 낮았다”고 밝혔다.

국립전파연구원 김기회 연구환이 발표한 5G휴대전화 전자파의 인체흡수 특성. 전자파는 주파수가 길수록 인체 침투 깊이가 짧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전자파는 10GHz를 넘어가면 피부 1mm의 두께조차 투과하지 못한다./ 온라인 포럼 화면 캡처
국립전파연구원 김기회 연구환이 발표한 5G휴대전화 전자파의 인체흡수 특성. 전자파는 주파수가 길수록 인체 침투 깊이가 짧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전자파는 10GHz를 넘어가면 피부 1mm의 두께조차 투과하지 못한다./ 온라인 포럼 화면 캡처

◇ “5G가 코로나19 확산은 황당한 주장”… 면역 체계에도 영향 ‘無’

아울러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과 5G가 관련이 있다는 음모론에 대해서는 이날 포럼에 참가한 전문가들 모두 ‘황당하고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모든 바이러스는 무선전파나 네트워크를 타고 이동할 수 없다는 것.

최형도 ETRI 박사는 “5G가 코로나19를 확산시킨다는 가짜뉴스가 팽배하는 것은 더욱더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며 “WHO도 공식적으로 5G와 코로나가 상관없다고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어 “5G기지국이 설치된 나라는 우리나라, 일본, 중국, 미국 정도인데, 아프리카나 아직 5G기지국이 설치되지 않은 유럽 등 국가에도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 같은 사실은 5G 음모론이 거짓이라는 반증”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5G전자파가 면역체계를 파괴해 코로나19의 확산을 더 가속화하고 있다는 주장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안영환 교수는 “5G는 대부분 피부에서 반사되거나 표면에서만 흡수될 뿐이며, 28GHz에 해당되면 피부 1MM 두께도 뚫지 못한다”며 “면역체계에 영향을 미치려면 인체 깊숙한 내부까지 전자파가 도달해야하는데 그것이 불가능하므로 코로나19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최형도 ETRI 박사는 “일반인들의 경우 5G 등 통신 전자파에 대한 것은 뉴스 등 언론으로 먼저 접하게 된다”며 “이 경우 정치적 상황, 사회적 주장에 따라 훨씬 더 위험하다고 왜곡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5G의 안전성과 관련된 사항들은 전문가들을 통해 올바르게 평가하고, 그 결과를 법에 반영해 인체보호기준을 설정하고, 5G의 안전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한다”며 “우리는 전자파 환경속에서 살아가는만큼, 이것이 무조건 위험하다는 생각보단, 하나의 위험요소를 어떻게 해결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가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5G네트워크를 통해 코로나19를 포함한 모든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은 불가능하며, 면역체계에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진은 지난 5월 2일 런던 메트로폴리탄 경찰청 본부 근처에서 5G, 코로나19 백신 등을 거부하는 시위 모습./ AP, 뉴시스

◇ 5G전자파, 피부와 안구 영향 미칠 가능성은 존재… “추가적인 연구 필요할 것”

다만 의료계 전문가로 포럼에 참가한 안영환 아주대학교 의과대학교수는 5G가 체내에 유해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겉으로 드러난 안구와 피부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추가적인 연구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영환 교수는 “고주파를 사용하는 5G의 경우, 거의 대부분 피부에서 반사돼 생체내부에 침투되는 에너지는 매우 작겠지만, 아직 상용화가 되지 않은 28GHz에 대해선 피부와 안구에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5G에서 사용되는 3.5GHz와 28GHz 대역의 전자파가 생체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된 논문 94편 중 단 두편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30GHz 이상의 고주파 대역으로 모두 전자파 치료 등과 관련이 있고, 실제 휴대전화나 기지국과 관련된 것은 없다. 두 편 역시, 인체와는 관련이 없고, 곰팡이, 박테리아 정도로만 실험한 정도에 그쳤다.

이에 안영환 교수는 향후 5G와 인체의 영향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선 △피부와 안구 등 표면 조직의 국부에 열 유발 △피부에 대한 노출 및 관련 조직의 염증반응△피하 말초 신경 자극에 대한 연구, 5G전자파 노출량 평가 등의 추가 연구분야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영환 교수는 “현재 5G에 대해 생체 영향이 ‘있다’ ‘없다’로 단정 지을 수 있는 결과 분석은 어렵다”며 “전자파 노출세기, 주파수 생체 영향과 연관성, 실험조건정보 등 안정성 평가를 위한 충분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연구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실험 설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5G전자파는 무조건적으로 위험하다고 해서 일부 국가에서 의회차원으로 설치를 유보하는 등은 문제가 있지만, 현재 규명된 연구가 상당히 제한적인 것은 사실”이라며 “안전성 평가에 대해선 체계적인 연구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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