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국민께 오해를 사거나 걱정을 드리는 언동은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일 최고위원회의 자리에서 당내 의원들에게 한 당부다. 윤영찬 민주당 의원의 ‘카카오 들어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 논란을 낳은 다음날이었다. 이에 비판 여론이 커지자 대표가 나서서 ‘입단속’을 당부했다. 

17일 민주당은 정기국회를 앞두고 주요 입법 과제로 ▲방역 체계 강화·소상공인 피해 극복 지원 등 코로나 국난극복 ▲노동존중·복지와 돌봄 등 민생경제 활성화 ▲디지털 뉴딜과 그린뉴딜 등 한국판 뉴딜 ▲총선공통공약 및 공동정책을 추진하는 여야 협치 ▲국정과제 실현과 권력기관 개혁과제 등을 선정했다. 이 대표로서는 취임 후 첫 정기국회인 만큼 입법 성과도 중요한 상황이다.

◇ 입단속 일주일 만에 말실수 발생

그러나 이 대표의 당부는 지켜지지 않았다. 입단속 지시가 내려온 지 일주일 만에 민주당에서 연일 말실수가 발생하고 있다. 

전 원내대표이자 4선 중진인 홍영표 의원은 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관련 질의를 하는 야당 의원들을 향해 “과거 군을 사유화하고 군에서 정치에 개입했던 세력들이 민간인을 사찰하고 공작을 하고 쿠데타를 일으켰다가 국회에 와서 공작하고 있다”고 발언했다가 거센 항의와 비판을 받았다. 

또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윤건영 의원은 “가족이 민원실에 전화한 것이 청탁이라고 하면, 동사무소에 전화하는 것 모두가 청탁이 되느냐”고 말해 하루 종일 화제가 됐고, 원내대변인인 박성준 의원은 추 장관 아들을 안중근 의사에 비유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앞서 김태년 원내대표의 ‘카톡 휴가신청’, 정청래 의원의 ‘김치찌개 종용’ 발언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여당 의원들의 말이 논란을 키우고, 사과·수습하는 상황이 연이어 벌어졌다. 

◇ 말실수로 무색해진 민생국회 전략

민주당은 17일 정기국회를 대비한 의원 워크숍을 열고 예산·입법 전략을 논의했다.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된 워크숍에서 이낙연 대표는 4차 추가경정예산안 신속한 처리를 강조했다. 또 민주당은 이 자리에서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주요 입법 과제를 정리하고 내년 예산안 심사 방향을 공유했다.

하지만 당내 의원들의 연이은 말실수는 민주당의 ‘민생국회 만들기’ 전략을 무색하게 했다. 21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에서 성과를 내는 거대 여당의 모습을 보여 줘야 하는 시점에 추 장관 관련 논란이 정국의 중심이 되면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말실수만 부각됐다. 

그러자 당내에서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말해야 한다’는 비판과 자중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박용진 의원은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군대 다녀온 평범한 청년들이 갖는 허탈함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 대표의 비서실장인 오영훈 의원도 이날 최근 소속 의원들의 일부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 “당 대표께서는 대표 취임 수락 연설을 통해서 민주당의 기풍을 쇄신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하나씩 실천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이 유감의 뜻을 밝힌 것은 정기국회를 ‘추미애 국회’로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혀진다. 연일 이어지는 야당의 공세에 여당 출신인 추 장관을 엄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엄호하려다 잘못된·과도한 비유를 들어 논란을 키울 경우, ‘176석으로 성과도 못 낸 여당’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 사과의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낙연 대표는 갈길이 바쁜 사람이다. 당 대표에 당선된 뒤 첫 정기국회여서 나름의 성과를 내야 하는 입장이다. 그래야만 당내 입지를 탄탄하게 할 뿐 아니라, 대선정국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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