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본계약을 체결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왼쪽)과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 하지만 이후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인수·합병은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3월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본계약을 체결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왼쪽)과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 하지만 이후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인수·합병은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은 지난해 1월 수면 위로 떠올라 지난해 3월 본계약 체결로 공식화됐다. 하지만 본계약 체결 이후 1년 6개월이 훌쩍 지난 현재,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여전히 한 지붕 아래 놓여있지 않다. 당초 이르면 지난해 인수·합병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으나, 해를 넘겨 가을이 무르익도록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있다. 올해도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연내 마무리가 가능할지 주목된다.

◇ 본계약 체결 후 1년 반… 올해도 넘길까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추진은 그야말로 ‘깜짝’ 소식이었다. 조선업계가 수년 전부터 심각한 위기를 겪어오고 있었던 데다, 전 세계 1·2위 조선사 간의 입수·합병이었기 때문이다.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먼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경쟁력 강화를 기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조선업계의 오랜 숙원이자 난제가 풀리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면 양사 노조는 일방적 인수·합병 추진이라며 거세게 반발했고, 지역사회 역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아울러 독과점에 대한 우려와 함께 산업생태계를 집어삼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인수·합병 사전작업에 해당한 현대중공업의 기업분할과 대우조선해양 실사 과정에서는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우여곡절 끝에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은 지난해 7월부터 우리나라를 비롯한 6개 국가 경쟁당국의 심사대 위에 오르게 됐다. 이 역시 전망은 엇갈렸다. 무난하고 신속한 진행이 예상되기도 했으나, 일본의 비토와 EU의 까다로운 심사 등의 변수 및 우려도 제기됐다.

결과적으로 전 세계 주요 경쟁당국의 인수·합병 심사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카자흐스탄이 첫 승인 결정을 내리며 순항을 기대하게 했으나, 이후 별다른 소식이 들리지 않았고 특히 EU 등은 심사기한을 거듭 연기하며 면밀히 살피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심사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서도 난항을 겪었다.

물론 분위기가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다. 지난 8월엔 싱가포르에서도 승인 결정 소식이 전해졌고, 우리 공정거래위원회는 심사를 연내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중국과 일본에서는 마찬가지로 대형 조선사가 탄생하면서 반대의 명분이 약해지게 됐다. 

인수·합병 당사자 입장에선 길어지는 과정이 결코 달갑지 않다. 여러모로 뒤숭숭한 분위기가 지속될 수밖에 없고, 이번 코로나19 사태처럼 불확실성 또한 크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중공업 역시 최대한 빠른 심사 결과 도출을 기다리고 있으며, 연내 마무리에 희망을 걸고 있다.

결국 관건은 EU의 심사 결과 및 시점이 될 전망이다. 여기엔 전 세계, 특히 유럽의 코로나19 확산세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내용을 떠나, 언제 결과가 내려질지 예상하기 쉽지 않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각국 경쟁당국의 심사가 원만하게 끝나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텐데, 이때 노조 및 지역사회는 또 다시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국내 조선업계에서 거대 조선사의 갑질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고,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어려움도 심각해 인수·합병 추진 초기에 비해 사회적 논란 및 반발이 더욱 거셀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019년 새해의 시작과 함께 출항했던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이 올해 안에 무사히 목적지에 입항할 수 있을지, 또 다시 해를 넘기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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