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국민의힘이 박덕흠 의원의 피감기관 1,000억원대 공사수주 의혹과 새 당색·로고 변경·공정경제 3법 관련 찬반 이견 등의 악재가 겹치며 삐그덕거리는 모습이다.

박 의원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국토교통위원회 간사를 지낼 때 본인 및 가족이 대주주로 있는 건설사가 국토교통부 등 피감기관으로부터 1,000억원대 공사를 수주토록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 특혜 문제를 놓고 정부여당을 맹공해 왔지만 박 의원 건으로 역습 위기에 몰린 형국이 됐다. 당 방향성과 관련한 당내 이견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리더십 논란으로 불이 옮겨붙을 상황에 놓였다.

◇ 박덕흠 진상조사위 구성

국민의힘은 21일 박 의원 의혹 관련 긴급진상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에서 “검경 출신·예산조달 공공수주 등 전문능력을 갖춘 원내외 인사로 구성할 것”며 “신속하게 진상을 밝혀 응분의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박 의원 입장을 듣고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본인이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힌다니 듣고나서 당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박 의원은 자신의 의혹을 모두 반박, 정부여당의 정치공세라며 정면돌파에 나섰다. 따라서 공은 다시 비대위로 넘어갔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의원으로 있으며 정부 부처 및 산하기관에 공사수주와 관련한 외압을 행사하거나 청탁을 한 적이 전혀 없다”며 “최근 문제가 되는 여당발(發) 이슈를 어떻게든 물타기하려는 정치공세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20대 국회의원 당선 전후 5개 회사의 매출액 비교 표를 공개하며 “당선 후, 특히 국토위 간사로 있으면서 공사가 확연히 감소한 것이 뚜렷이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이어 “(외압 의혹을 받는) 산하기관과 자치단체는 제가 의원이 되기 전부터 관계 회사들이 꾸준히 수주해왔던 기관"이라며 “의원이 된 후 새롭게 수주한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당 차원의 특위 구성 결정에는 “성실히 임해 소명하겠다”고 했고, 언론을 향해선 “근거 없이 제기된 막연한 추측성 의혹을 그대로 보도하는 일이 없도록 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논란이 된 이후 국토위를 사임하고 환경노동위원회로 이동했다. 연일 제기되는 의혹이 당에 부담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당시 가족 명의 건설회사를 통해 피감기관들로부터 수천억원대 공사를 특혜 수주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당시 가족 명의 건설회사를 통해 피감기관들로부터 수천억원대 공사를 특혜 수주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민주당의 대대적 역습

추 장관 아들 의혹으로 지난주 대정부질문 내내 수세에 몰렸던 더불어민주당은 모처럼 역공에 나섰다.

신동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공직자윤리법·부패방지법 위반일 수 있고 제3자 뇌물죄에 해당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국민의힘이 정당한 조치를 발 빠르게 취해야 한다”며 사실상 제명을 촉구했다.

노웅래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역대 최악의 이해충돌사건이 발생했는데 담당 상임위 바꾸는 게 전부”라며 “전화로 휴가 승인한 게 특혜라며 (추 장관에게) 장관직 내놓으라고 남의 티끌에는 난리를 치더니 제 눈의 들보는 모른 척 한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이 정부여당의 국면 전환용 역습 빌미를 제공했고, 국민의힘의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추 장관 아들 의혹을 앞세운 ‘불공정 프레임’ 대여(對與)공세도 상승곡선이 꺾일 전망이다. 박 의원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거나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징계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정적 한 방’이 부족한 추 장관 경질 요구도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당색·공정경제 3법 이견 

국민의힘은 박 의원 의혹 대응 외에도 당색·로고 변경 및 공정경제 3법 등 현안 관련 내부 이견도 서둘러 처리해야 할 과제다. 국민의힘은 이날 공개할 예정이던 당색·로고 발표를 내일(22일) 의원총회 의견 수렴 이후로 미뤘다.

당초 국민의힘은 전날(20일) 빨강·노랑·파랑을 혼용하는 당색과 자음을 이용한 로고를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기존 당색(분홍)을 지지하는 내부 이견이 대립하면서 발표일이 하루 연기됐다.

그러나 이날 역시 최종 의견 조율에 실패하면서 연이틀 당색 발표가 연기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곧 결정날 테니 너무 염려하지 말라”고 일축했지만, 발표 공지 자체가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결론나지 않은 것을 발표한다고 해놓고 왜 하루씩 연기하는지 의문”이라며 “당의 단합력이나 지도부 리더십에 문제가 있어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일명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 관련, 김종인 위원장의 옹호 입장에 대한 당내 반발 기류도 무시할 수 없다. 개정안에는 다중대표소송제·대주주 3% 의결권 제한 등이 포함됐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법 자체가 큰 문제가 있는 법이 아니다”라며 “몇 사람이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논의 과정에서 시정할 부분이 몇 개 있으면 고쳐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김종인 체제가 들어서기 전인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시절 공정경제 3법이 시장 자율성을 해치는 기업규제 강화 법안이라며 반대해왔다. 

이와 관련, 당 관계자는 “결국 김 위원장이 원하는대로 갈 것 같다”면서도 “다만 그럴 경우 비토가 대놓고 나올 수 있어 (김 위원장이) 당내 불협화음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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