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전지사업부문의 분사를 추진하고 나선 가운데,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뉴시스
LG화학이 전지사업부문의 분사를 추진하고 나선 가운데,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LG화학의 전지사업부문 분할 결정에 따른 거센 후폭풍이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소액주주들의 불만 뿐 아니라, 각종 논란과 의혹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다. LG화학의 야심찬 발걸음이 잡음으로 얼룩지게 됐다.

◇ 배터리 사업 분사 결정… 소액주주는 ‘부글부글’

LG화학이 회사분할을 공식 결정한 것은 지난 17일이다. 이날 긴급 이사회를 열고, 전지사업부문을 가칭 ‘LG에너지솔루션’으로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분할방식은 물적분할, 분할기일은 오는 12월 1일이다. 

LG화학은 이번 분사 결정이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배터리 사업의 전문성 및 효율성을 강화시켜 세계 1위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은 거센 후폭풍을 몰고 오고 있다. 먼저,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상당하다. 분사 결정 이후 LG화학의 주가는 크게 곤두박질쳤다. LG화학의 주가엔 배터리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부분 반영돼있었는데, 이것이 일순간 사라지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청원을 올리는 등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투자자를 무시한 결정이라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물론 이에 대한 반박도 만만치 않았다. 이미 분사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돼왔고, 분사 이후 기업가치 상승을 통해 주주가치 또한 상승할 수 있다는 반박이었다. 특히 대다수 증권사들은 LG화학의 분사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적극적인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LG화학은 향후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지분을 유지하겠다며 주주달래기에 나서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들은 LG화학 주식을 줄줄이 처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분사 추진 소식이 전해진 지난 16일부터 분사가 공식 결정된 직후인 18일까지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들은 LG화학 주식 2만6,500주를 순매도했다. 200억원이 넘는 규모다. 이들이 LG화학의 향후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앞서도 꾸준히 제기돼왔던 금융투자업계와 대기업 간의 유착관계를 다시금 확인시켜주며 소액주주들을 더욱 들끓게 만들고 있다.

◇ 금소원 ‘불매운동’ 경고… 미공개정보 유출 의혹도

금융소비자원은 LG화학 분사와 관련해 적절한 조치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불매운동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시스
금융소비자원은 LG화학 분사와 관련해 적절한 조치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불매운동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시스

소액주주들의 불만은 단순히 분사에 있지 않다. 소액주주들 역시 LG화학의 분사 추진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문제는 분할방식에 있다. 소액주주들은 인적분할이 아닌 물적분할 방식을 택한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다.

인적분할의 경우 분사하는 기업의 주식이 기존 주주들에게 주어진다. 반면, 물적분할은 분사하는 기업의 주식을 기존 기업이 100% 보유하게 된다. 주주들에게 부여되는 분사 기업 주식은 없다. 주주들 입장에선 성장가능성이 큰 분사 기업을 한 다리 건너 투자하게 되는 셈이다. 

특히 향후 분사 기업이 상장하면 기존 기업의 지분은 희석될 수밖에 없다. 이는 기존 기업 주주들의 분사 기업 지배력을 더욱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애초에 해당 사업부문을 보고 투자했던 주주 입장에선 자신의 투자 목적을 강탈당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반면, 배터리 사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고 이를 통해 투자재원을 확보해야 하는 LG화학 입장에선 물적분할 방식이 적합하다. 즉, 기업과 소액주주의 엇갈린 이해관계가 이 이번 논란의 출발점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소비자원은 지난 21일 “소액주주들이 우려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재벌 지배주주들이 소액주주에 손해를 끼치고 본인들의 이익을 위해 분할, 합병, 자진 상장폐지를 통한 소액주주 축출 등 다양한 형태의 주주간 이해상충 자본거래를 법의 흠결을 악용해 쉽게 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은 향후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것이고, LG화학은 구주매출로 투자금을 회수할 것이다. 향후 LG화학은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게 될 것이고 현재 주식시장에서 지주사는 주가순자산비율(PBR) 0.6배 전후로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LG화학 주주들은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LG화학과 LG그룹이 향후 시장발전과 소액투자자를 위한 조치를 외면하고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금소원도 LG 불매운동 전개 등 할 수 있는 조치들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후폭풍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각에선 LG화학이 분사 결정에 따른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공개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LG화학의 분사 추진 관련 소식은 공식 발표 전부터 ‘설’이 돌았고, 언론 보도로 이어지기도 했다. 

LG화학은 사실무근이란 입장이지만, 이로 인해 분사 결정에 따른 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만약 사전유출 정황이 사실로 확인되고 이와 관련된 주식거래까지 드러날 경우 더 큰 파문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 반발도 빼놓을 수 없다. LG화학 직원들 역시 본격적인 분사 추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불만 또한 적잖이 제기됐다. 노조는 22일 LG트윈타워 앞에서 사측의 일방적인 분사 추진에 반대하는 활동에 돌입한 상태다. 노조는 향후 투쟁의 수위를 높여갈 전망이며, 이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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