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좀처럼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창궐한 코로나19는 발생한지 불과 두 달 만에 전 세계로 퍼져나가 온 지구를 삼켰고, 계절이 세 번이나 바뀐 지금까지도 우리를 지독히 괴롭히고 있다. 코로나19는 개인의 일상뿐 아니라, 교육‧경제‧문화 등 사회 전반을 바꿔놓았는데, 다수가 좁은 공간에 밀집하는 극장을 기본 플랫폼으로 하는 영화산업 역시 큰 타격을 입었다. 극장가 최대 ‘대목’으로 꼽히는 추석 연휴에도 코로나19로 인한 ‘보릿고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이 위기 속에서 영화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편집자주]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상반기 전체 관객 수가 전년 대비 70.3%(7,690만명↓) 감소한 3,241만명을 기록했다. /그래픽=이현주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상반기 전체 관객 수가 전년 대비 70.3%(7,690만명↓) 감소한 3,241만명을 기록했다. /그래픽=이현주 기자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2월부터 영화계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대부분의 한국영화 제작현장이 멈췄고, 배급 및 상영 일정도 꼬였다. 개봉이 임박했던 한국영화를 비롯해 할리우드 대작들까지 일제히 개봉을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관객도 신작도 없는 ‘기근 현상’에 극장업은 큰 위기를 맞았고, 이는 투자 위축‧고용 불안 등 영화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전체 관객 수는 전년 대비 70.3%(7,690만명↓) 감소한 3,241만명을 기록했다. 2020년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70.6%(6,569억원↓) 줄어든 2,738억원으로 관객 수와 매출액 모두 2005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2020년 상반기 한국영화 관객 수는 전년 대비 64.9%(3,689만명↓) 감소한 1,999만명이었고, 매출액은 전년 대비 64.5%(3,095억원↓) 줄어든 1,706억원이었다. 2020년 상반기 외국영화 관객 수는 전년 대비 76.3%(4,002만명↓) 감소한 1,242만명이었고, 매출액은 전년 대비 77.1%(3,474억원↓) 줄어든 1,032억원이었다. 올해 상반기 한국영화와 외국영화 역시 2005년 이후 최저 관객 수와 매출액을 기록했다.

지난 7월에는 6월 영화관 입장료 할인권 배포와 중예산 규모 이상의 한국영화 개봉하면서 관객 수가 늘어났다. 7월 전체 관객 수는 전월 대비 45.4%(175만명↑) 증가한 562만명을 기록했다. 관객 수 상승세는 8월까지 이어졌다. 전체 극장 관객 수는 전월 대비 57.2%(322만명↑) 늘어나 884만명이었다.

8월 관객 수 상승을 견인한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 /CJ엔터테인먼트
8월 관객 수 상승을 견인한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 /CJ엔터테인먼트

8월 관객 수 상승을 견인한 것은 같은 달 5일 개봉한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다. 개봉 첫 토요일인 8월 8일 73만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는데, 이는 지난 1월 28일 이후 최고 일 관객 수에 해당한다. 주말 관객 수 역시 8월 둘째 주말(7~9일)에 181만명을 동원하며 지난 2월 이후 최고 주말 관객 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극장 관객 수가 다시 급감하기 시작했다. 8월 첫째 주말(7월 31일~8월 2일) 이후 3주 연속으로 주말 관객 수가 100만명을 넘어섰는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8월 넷째 주말(21~23일) 관객 수가 48만명으로 떨어지면서 증가세가 꺾였고, 극장가는 다시 얼어붙었다.

영진위가 지난 5월 발표한 ‘코로나19 충격: 한국 영화산업 현황과 전망’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영화산업은 지난해와 비교해 연말까지 60~70% 매출 감소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약 1조3,000억원 규모다. 코로나19 확산 혹은 진정 국면이 어떻게 펼쳐질지는 다양한 변수로 인해 정확한 예측이 어렵지만, 영진위는 “백신 개발 일정 및 경기 회복 전망만을 고려해 추정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개봉 연기 및 제작 중단 등으로 인한 피해액도 크다. 지난 5월 4일까지 영진위 설문에 응답한 82편의 작품 가운데 절대다수가 코로나19로 인해 진행하던 일정을 중단하거나 취소, 혹은 연기했다. 영진위 조사에 따르면, 1월부터 4월까지의 피해 총액은 213억8,993만원으로, 작품 당 평균 2억6,289만원이다. 이후에도 수많은 작품들이 코로나19 타격을 입었기 때문에 실제 피해액은 훨씬 증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고용 불안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극장매출의 감소 규모에 취업유발계수(소비‧투자‧정부지출 등 최종수요 10억원이 발생할 때 산업별로 늘어나는 전체 취업자 수를 산정한 것)를 적용해 올해 영화산업 및 관련 인근 산업의 고용자(전체 3만4,835 추산) 가운데 2만명 이상이 고용불안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전망했다.

영진위는 “장기적으로 보면 영화 관람이 여가활동의 하나라는 점과 2년가량 소요되는 상품 생산 사이클의 영향으로, 영화산업의 경기회복은 타 산업 경기회복에 후행할지 모른다”며 “현재의 제작 중단과 배급 일정 혼란은 미래의 공급 약화 요인이며, 1~2년 이후에도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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