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은 24일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에 의해 사살·화장 사건과 관련, 해당 공무원이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라 사살되고 시신이 불태워지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24일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해상에 정박된 실종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 관계자들이 보이는 모습. /뉴시스
군은 24일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에 의해 사살·화장 사건과 관련, 해당 공무원이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라 사살되고 시신이 불태워지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24일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해상에 정박된 실종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 관계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북한이 서해 소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어업지도원에게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운 것이 알려지자 논란이 일고 있다. 설령 북한이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이같은 대처를 했다고 가정하더라도, 과잉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유엔총회 연설 당시 ‘종전선언’을 언급한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대화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 군 당국도 예상 못한 북한의 행동

24일 합동참모본부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전 11시 30분쯤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 있던 어업지도선에서 A씨가 실종됐음을 확인됐다. 이에 같은날 오후 1시 50분부터 해경·해군·해수부 선박 20척과 해경 항공기 2대가 정밀 수색에 나섰다. 이들은 22일 대연평도, 소연평도, 해안선 일대까지 정밀수색했지만 A씨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다 22일 오후 3시 30분쯤 A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북한 쪽에서 발견됐다. 북한 수상사업소 선박이 황해도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A씨로 추정되는 인물과 접촉하는 장면이 우리 군 감시망에 포착된 것이다. 군은 당시 구명조끼를 입은 채 부유물에 탑승해 있는 A씨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군에 따르면 북한 선박은 A씨를 해상에 그대로 둔 채 표류 경위 등을 물었고, 6시간 만에 갑자기 단속정을 현장으로 보내 A씨에게 사격을 가했다. 같은날 오후 9시 40분의 일이었다. 이후 오후 10시 11분에는 시신에 기름을 붓고 불태웠다. 군은 북한이 A씨를 사살하고 불태울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그렇게까지 나가리라 예상 못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국민을 몇 시간 뒤에 사살할 거라 판단했다면 가만 안 있었을 것이다. 예상치 못하게 일어났다”며 “적 지역은 우리가 즉각 대응이 어렵다. ‘왜 사살하게 나뒀느냐’고 하는 건 군에 할 얘기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연설 구설

서주석 NSC 사무처장(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24일 “북한군이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고, 저항 의사가 없는 우리 국민을 총격·살해하고 시신을 화장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며 “북한군의 이런 행위는 국제규범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행위로 정부는 이를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에 청와대는 북한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질 것과, 책임자 엄중 처벌, 재발방지 조치 등을 요구했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6시 36분 실종된 직원이 북한에서 발견됐다는 첩보가 문 대통령에게 처음으로 서면 보고됐다. 같은날 오후 10시 30분 북한이 A씨를 사살 후 시신을 훼손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23일 새벽 1시부터 1시간 30분 간 국가안보실장·비서실장·통일부장관·국방부장관·국정원장 등이 참석하는 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해당 첩보의 신빙성에 대한 분석과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시각, 새벽 1시 26분부터 16분간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이 방송됐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유엔연설문은 지난 15일 녹화됐고, 18일 유엔으로 발송됐다. 이번 사건과 대통령의 유엔연설을 연계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이미 발송된 상황이고, 첩보가 확실한지 확인하는 작업을 거치던 중이라 취소하거나 연설문을 수정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23일 관계장관회의가 끝난 후 첩보에 대한 분석을 밤새 진행했다. 이후 청와대는 오전 4시35분에 유엔사 군사정전 채널을 통해서 사실관계를 파악해달라고 요청하는 통지문을 발송했다. ‘유엔사의 사실관계 확인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있었냐’는 질문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까지 반응이 없다”고 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인 서주석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2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 룸에서 연평도 실종 공무원 피격 사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인 서주석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2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 룸에서 연평도 실종 공무원 피격 사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 대통령이 첫 대면보고를 받은 것은 23일 오전 8시 30분부터 9시까지다.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노영민 비서실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은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북한에도 확인하라. 만일 첩보가 사실로 밝혀지면 국민이 분노할 일”이라며 “사실관계를 파악해서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두 번째로 대면보고를 받은 것은 24일 오전 9시다. 앞서 오전 8시에는 관계장관회의가 소집됐고, 국방부로부터 이번 실종사고 관련 분석결과를 통보받은 후였다. 문 대통령은 첩보의 신빙성에 대해 다시 묻고, 신빙성이 높다는 답변을 받은 후 “NSC 상임위를 소집해서 정부 입장을 정리하고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을 국민들게 있는 그대로 발표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가 22일 밤 10시 30분에 사실 첩보를 입수했지만 곧바로 대면보고를 하지 않은 것은 첩보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당시 첩보는) 신빙성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익일 아침 신빙성이 높다는 첩보로 분석돼 대면보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북한, 코로나19 방역 때문?… 남북관계 개선 어려워져

통상 북한은 월북 사실을 확인하면 신원과 배경을 조사 후, 송환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6시간 만에 A씨를 사살하고, 불에 태우는 조치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며 강화된 코로나19 방역지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올초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국경을 봉쇄하고, 중국과의 국경 뿐 아니라 해상 경계를 강화해 왔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10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화상토론회에서 북한이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 지역에 특수부대까지 동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과 국경에 1~2km의 완충지대를 추가로 설정해 특수부대(SOF)를 배치했으며, 이들에게 (불법 월경자들을) 사살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또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밀수를 강행하던 주민 6명이 지난 6월 사살됐고, 최근 탈북을 강행하던 중개인과 주민 6명이 현장에서 사살됐다. 사실상 밀수와 탈북이 불가능할 정도로 국경 감시를 강화하며 코로나19 방역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국경 감시 강화, 그리고 월경자에 대한 가혹한 처벌을 주문했기에 벌어진 일로 추정된다.

북한 지역에서 우리 민간인이 목숨을 잃은 것은 지난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건 이후 12년 만이다. 이번 사건은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언급하는 등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 노력하는 와중에 일어난 것이다.

이에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어떤 명분이든 인명을 중시하는 한국 정서상 이번 사건으로 북한에 대한 인식이 나빠졌고, 장기적으로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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