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피격된 해양수산부 어업지도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25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인근 해상에 정박되어 있다./뉴시스
북한에서 피격된 해양수산부 어업지도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25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인근 해상에 정박되어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정부에서 서해 북단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에서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씨의 월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유족 측은 사실이 아니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군은 지난 24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A씨가 자진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을 밝혔다.

군 당국은 A씨가 월북 의도가 있었다고 보는 이유는 지난 21일 어업지도선에서 이탈할 때 자신의 슬리퍼를 가지런히 배에 벗어 놓았고,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부유물에 몸을 실은 채 북한 등산곶 해상에서 발견됐다는 점에서다. 또 A씨가 북한 선박에 월북 의사를 표시한 정황이 포착돼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봤다.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인 한기호 의원은 지난 24일 국민의힘 온라인 의원총회에서 국방부 보고 내용 등을 토대로 의원들에게 “이 공무원이 21일 오전 8시가 지나 물흐름이 북쪽으로 바뀐 시간대에 없어졌고 실종 당시 구명조끼 등을 준비한 것으로 볼 때 월북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 의원은 주호영 원내대표가 ‘공무원이 구명조끼를 입고 의도적으로 바다에 들어갔을 것이라는 것은 국방부의 입장인가 한 의원의 입장인가’라고 묻자 “국방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는 A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증거는 갖고 있지 않다고 밝히면서도 단순 실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수부 엄기두 수산정책실장은 이날 오후 온라인 브리핑에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단순 실족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슬리퍼를 가지런히 벗어놓은 것으로 봐서 단순 실족이라는 추측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엄 실장은 이어 “A씨가 동료들과도 그런(월북) 얘기를 나눴던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 전혀 없다”며 “증언도 당연히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족 측은 A씨의 자진 월북 가능성에 대해 “가당찮은 얘기”라고 반박했다. A씨의 친형 이래진 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국방부는 동생이 월북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전혀 맞지 않다”며 “건강하고 건실하게 서해어업단 업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서해어업단의 주요 업무가 서해안에서 발생되는 중국 불법 조업선을 단속하는 업무”라며 “사명감이 없다면 죽음을 무릅쓰고 단속 업무를 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방부에서 지금 간과하고 월북이라는 멘트가 가당치가 않다는 게 뭐냐 하면 동생의 지갑하고 공무원증이 배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며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이나 공무원증이 배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월북을 했다고 특정했다. 왜 그렇게 발표를 했는지, 저도 상당히 궁금하다”고 밝혔다.

이 씨는 25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려서도 “약 30시간의 해상표류 중 최소한 20~24시간 동안 우리 해역에서 표류 또는 떠다닐 때 우리 군은 어디서 무엇을 했을까”라며 “무슨 근거로 월북이라는 용어를 근거로 내세우며 몰아가는지”라고 격분했다.

그는 일부 언론에서 A씨의 재정상태나 가정사 등이 보도되는 것과 관련해서도 “돈 없으면, 가정사가 있다면 다 월북해야 하느냐”라며 “몸이 부서지는 고통이 있지만 반드시 진실을 밝히고 곧 기자회견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