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업체 대해 대급 후려치기를 저지른 한온시스템을 적발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업체 대해 대급 후려치기를 저지른 한온시스템을 적발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자동차 공조시스템 부문에서 탄탄한 입지를 자랑하는 한온시스템의 갑질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역대 최대 규모인 133억원의 지급명령 등의 ‘철퇴’를 맞은 것이다. 대금을 후려치고도 협력업체가 먼저 요청한 것처럼 꾸미고, 심지어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자료를 조작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 대금 후려치고 위장·은폐까지… 공정위 역대 최대 지급명령 ‘철퇴’

지난 24일, 공정위는 하도급업체에 대한 한온시스템의 소위 ‘대금 후려치기’ 행위를 적발해 제재를 내렸다고 발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은 2015년 6월부터 2017년 8월까지 부품을 납품하는 45개 하도급업체의 납품대금을 정당한 사유 없이 일방적으로 감액했다. 무려 106회에 걸쳐 감액한 납품대금이 80억5,000만원에 달했다.

한온시스템의 이 같은 ‘후려치기’는 이미 결정된 납품대금을 사후 협상을 통해 차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LSP(Lump-sum Payback)’라 불렸다. 또한 매년 회사 차원의 원가절감목표를 설정해놓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하도급업체별 절감목표 및 실적을 철저히 관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하반기엔 ‘도전목표’라며 추가 원가절감목표를 설정하고, 모든 협력사에게 10% 추가 절감을 요구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원가절감이 우월적인 지위를 활용한 강압적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한온시스템은 하도급업체들의 거래의존도와 영업이익률 등을 파악해 납품대금 감액을 요구했고, 발주물량 감축 또는 거래처 변경 등의 압박을 협상의 무기로 꺼내들었다. 이에 하도급업체는 부당한 요구를 받으면서도 오히려 선처를 부탁해야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한온시스템의 ‘은폐’다. ‘대금 후려치기’를 숨기기 위해 하도급업체와 거짓 감액합의서를 작성했다. 여기엔 한온시스템의 기여에 의해 하도급업체의 생산성이 향상됐고, 이를 통한 원가절감 효과를 공유하기 위해 하도급업체 측에서 자발적으로 감액을 요청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보다 완벽한 은폐를 위해 하도급업체 측이 자발적으로 감액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내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하도급법 제11조는 하도급대금 감액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예외적으로 원사업자가 감액의 정당한 사유를 입증한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한온시스템은 정당한 사유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온시스템 측은 신규 수주, 물량 증가, 생산성 향상 등 대금감액의 합리적 사유가 존재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회의록·메일 등의 내부 자료로 확인된 실제 감액 경위와 달랐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심지어 한온시스템이 제출한 입증자료 다수가 조사 개시 이후 조작된 허위자료라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은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대금감액의 정당한 사유 입증을 요구받자 14건의 허위자료를 조작해 제출했다. 견적서·계약서·회의록 등을 새롭게 만들거나, 원본에 없던 문구를 삽입했다는 게 공정위 측 설명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디지털 포렌식 분석 등의 다각적인 조사를 통해 한온시스템의 자료조작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과징금 115억원과 지급명령 133억원을 부과하고 한온시스템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80억5,000만원의 감액 대금에 지연이자를 더한 지급명령 규모는 역대 최대다. 아울러 한온시스템의 자료 조작 행위에 대해서도 2,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공정위의 이 같은 결정에 한온시스템은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한온시스템 측은 “아직 정확한 결과를 받지 못해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온시스템은 1986년 미국의 포드자동차와 만도의 전신인 만도기계가 합작 설립했으며, 2014년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에 매각된 바 있다. 자동차 공조시스템 부문에서 국내 1위, 세계 2위의 존재감을 자랑하지만, 이번 갑질 논란으로 오점을 남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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