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4일 서울 양천구 대한민국예술인센터에서 한국방송기자클럽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4일 서울 양천구 대한민국예술인센터에서 한국방송기자클럽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혹평을 내놓고 있다. '자유시장경제를 모른다'거나 '정치를 모른다' 등 비난에 가까운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국민의당과의 연대에 대해서도 부정적 시각을 거듭 내비치고 있다.

덩달아 안 대표도 ‘국민의힘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있다’는 취지의 발언 등으로 김 위원장의 심기를 건드리면서 양당 대표간 신경전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 연대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들의 장외 설전이 정치권 판도에 어떤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 김종인-안철수, ‘주거니 받거니’ 공방

김 위원장은 전날(24일) 서울 예술인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안 대표에 대해 “정치적 역량은 제가 평가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이 다 알 것”이라고 혹평했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와의 과거 일화를 회상하며 “(안 대표에게) 정치를 하고 싶으면 국회부터 들어가서 제대로 배워서 정치해야 한다고 하니 나더러 ‘국회의원은 아무 것도 하는 일이 없는데 왜 국회의원을 하느냐’고 얘기하더라”며 “이 양반이 정치를 제대로 아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과 연대에 대해서도 부정적 시각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 정당들이 통합과 합당을 했지만 제대로 성공한 예가 별로 없다”며 “국민의당에 굳이 관심을 가지고 합당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2일 저녁 서울 가락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안 대표를 향해 “자유시장경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 것 같다”고 평가절하했다. 자유시장경제라고 해서 정부가 그냥 내버려두면 역으로 시장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이는 안 대표가 같은 날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일명 ‘공정경제 3법’에 대해 “이 법들은 자유시장 경제에 대한 게 아니고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법안”이라며 “(정부가) 방향을 완전히 잘못 잡았다”고 발언한 데 대한 비판으로 해석됐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와 달리 공정경제 3법 찬성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 다음날(23일) 오전 ‘야권 혁신’을 주제로 한 안 대표의 미래혁신포럼 초청 강연이 예정돼 있었기에 안 대표의 입에 정치권 이목이 쏠렸다.

미래혁신포럼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등 보수야권 원내외 인사들이 주축인 모임이다. 이날 안 대표 강연 전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안 대표의 국민의당과 언제라도 같이 할 수 있다”고 축사까지 했다.

이날 서울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강연에서 안 대표는 김 위원장 취임 전후 당 지지율을 거론하며 “통계학적 차이가 없다”고 했다. 그는 “김 위원장 취임이 5월 말, 6월 초로 기억한다. 그때 (당 지지율) 여론조사가 17~18% 정도였는데 지난주 보니 19~20%였다”며 “1~2% 차이니까 통계학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봐야 한다. 많은 노력을 하셨지만 이게 객관적 데이터”라고 했다.

지난달(8월) 한 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을 제치고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 1위를 탈환하며 어깨에 힘이 들어갔던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뼈아픈 지적이다.

안 대표는 야권 연대에 대해서도 “지금은 선거 준비나 통합·연대를 고민할 수준은 안 됐다”며 “현재 야권에 귀를 닫은 사람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혁신 경쟁을 벌일 때”라고 선을 그었다.

양당 대표간 신경전이 거세지면서 과거 인연에 따른 사감(私感)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입방아까지 정치권에 오르내리고 있다.

김 위원장과 안 대표는 지난 2011년 정치적 멘토와 멘티 사이로 인연을 맺었고, 2012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이견으로 결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총선에서도 민주당 비대위원장과 국민의당 대표로 격돌한 바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안철수 비판은 김 위원장이 국민의힘에 오기 전부터 했던 얘기”라며 “(안 대표의) 정치적 ‘급’ 자체를 인정하지 않다보니 당대당 합당으로 모셔올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정치를 모른다’는 비판에 대해 “공당 대표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오히려 정치를 잘 알고 있다는 분들이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치를 후퇴시켜온 것 아닌가”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양당 관계자들 연대에 긍정 기류

두 대표간 힘겨루기와 달리 양당 원내대표 이하 소속 의원들의 분위기는 긍정적 기류가 감지된다. 다만 국민의당의 경우 연대·통합을 거론하기 앞서 야권 혁신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미래혁신포럼 축사 등 공식 발언을 통해 양당 연대에 우호적인 입장을 거듭 밝혔다.

미래혁신포럼 행사를 주최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도 인삿말에서 “다음 대선을 바라볼 때 중도진영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안 대표를 배제하고 논할 수 없다”고 추켜세웠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지난 7월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민의당은 중도실용정치의 일관된 방향성을 추구해왔다. (국민의힘도)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바뀌면서 중도실용노선을 명시적으로 표방하고 있다”며 “(손을) 굳이 못 잡을 이유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24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큰 기조에는 동의하지만 명분이 있어야 국민들이 공감할 것”이라며 “그래야 정부여당에 실망한 분들이 야권을 대안세력으로 바라볼 것”이라고 했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야당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지 않는 이상 연대는 의미가 없다”며 “현 정부가 지금처럼 실책을 연발하고 미래 고민 없이 간다면 언젠가 국민들이 염원하지 않겠나. 통합이든 연대든 국민 시각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이 향후 연대론에 대한 회의적 주장을 거두고 적당한 선에서 양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안 대표만한 서울시장 야권후보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안 대표 역시 대선도 아닌 서울시장 선거에 배수진을 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굳이 시한부 임기인 김 위원장에게 굽히면서까지 국민의힘과 서둘러 연대할 이유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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