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전 주영북한공사(현 국민의힘 의원)가 지난 2월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남북통일당(가칭) 창당 발기인 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는 모습. /뉴시스
태영호 전 주영북한공사(현 국민의힘 의원)가 지난 2월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남북통일당(가칭) 창당 발기인 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정당득표율 3%만 넘어도 의석을 확보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이번 4·15 총선에서는 무려 35개 정당이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렸다. 사상 첫 탈북민 중심 정당 ‘남북통일당’도 이때 창당됐다.

남북통일당은 지난 2월 18일 창당발기인대회에서 “8,000만 남북한 주민의 같음과 다름을 모두 담아낼 수 있는 정당”이라며 호기롭게 출발했지만 결과는 저조했다. 비례대표 후보 2명을 냈지만 총 1만833표를 얻어 득표율 0.03%에 그쳤다.

통일부 자료에 따른 국내 탈북민 수가 3만3,658명(2020년 3월 기준)임을 감안할 때 존재감은 극미한 수준이다. 특히 조명철(19대·새누리당) 전 의원, 태영호·지성호(21대·국민의힘) 의원 등 역대 탈북민 국회의원 3명 모두 거대 보수정당 공천을 통해 배출됐다. 탈북민 중심 군소정당의 원내 진출 가능성은 여전히 험난해 보인다.

다만 이들은 북한 김정은 정권 아래서 고통받는 북한주민들과 탈북민 정착을 위해 탈북민 정당 및 정치인이 필요하다며 정계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놓지 않고 있다. ‘포스트 태영호’는 등장할 수 있을까.

◇ 최정훈 “22대 의원 배출 기대”

남북통일당은 지난 2월 창당발기인대회를 마치고 3월 2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식 정당으로 등록됐다.

당시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노현정 NK경제인연합회장·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 등 5인이 공동대표로 선출됐지만, 현재는 최정훈 자유수호연합 대표가 당 대표를 맡아 1인 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최정훈 대표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남북하나재단과 탈북민 정착, 북한 인권 문제 등을 놓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며 “매월 2차례 당 최고위원들과 강서구 당사에 모여 당 비전이나 향후 선거 관련 계획을 짜고 있다”고 전했다.

최 대표에 따르면, 현재 남북통일당 당원은 1만800여 명이다. 이 중 8,000~9,000여 명(약 80%)이 탈북민이다. 그럼에도 전체 탈북민 숫자의 3분의 1 수준이다. 당장 ‘집토끼’ 설득이 우선인 셈이다.

최 대표는 “탈북민들은 북한 정치조직에 신물이 나서 한국에 오면 정착에 신경쓰지 정치에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는 분들이 많다”며 “지금은 극소수지만 탈북민과 북한주민 인권을 대변할 수 있는 당으로 거듭나면 많이 합류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분간은 군소정당으로서 원내 진입이라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탈북민에 대한 국민 인식 제고가 우선이라는 판단이다.

최 대표는 “탈북민이 3만4,000여 명에 이르는데 아직 탈북민을 다른나라 사람으로 취급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며 “현실적으로 탈북민이 정계에 발을 붙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당장 내년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더라도 큰 지지를 받기 어렵다고 본다”며 “기존 정치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국민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 4년 동안 열심히 하면 다음 총선에서 한 두명 배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지난 9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북한의 우리 국민 학살 만행 규탄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국민의힘이 지난 9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북한의 우리 국민 학살 만행 규탄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원외정당 한계 있지만 행동으로 보여야

현재 남북관계는 얼어붙은 상황이다. 9월 24일 북한이 우리 측 공무원을 피살하는 사건이 발행했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이 사과 입장을 밝히면서 최악의 상황은 간신히 모면한 모양새가 됐지만 북측 유감 표명만으로 사태를 덮는 것은 무리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북한의 만행에 대해 태영호·지성호 의원이 몸 담고 있는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을 상대로 국회와 청와대를 가리지 않고 연일 고강도 집중 공세를 퍼붓고 있다. 반면 북한 정권의 몰상식한 행태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남북통일당의 모습은 찾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관심도가 덜한 원외정당이라는 한계 때문이다. 정국을 휩쓰는 초대형 대북이슈이지만, 남북통일당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탈북민 중심 정당으로서 바닥을 훑는 치열한 행동력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지성호 의원의 경우 지난달 29일 청와대 앞에서 북한의 만행에 대해 문재인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최 대표는 “정부가 이번 사태에 어떤 대처를 하느냐에 따라 당 내 여러 의견을 취합해 청와대 또는 국회 앞에서 시위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대한민국 국민이 월북을 시도했든 안 했든 총으로 쏴 죽이고 불로 태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부 대응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북통일당은 태영호·지성호 의원 등 협조를 통해 국회 내 기자회견을 여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세는 미미하지만 탈북민 중심 정당으로서 기대감은 여전하다. 예측불가능한 북한 김정은 체제가 이어지면서 남북정세가 고도의 긴장상태에 놓인 가운데, 북한 실상을 경험한 탈북민들의 정치세력화가 탈북민 안정과 김정은 정권 견제로 이어진다는 관측에서다.

남북통일당 전 공동대표를 지낸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한 목소리로 탈북민 정당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 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북한 정권은 최고지도자 권익만 추구하고 북한주민 권익은 전혀 챙기지 않는다”며 “북한을 경험한 정치세력이 그들을 대변해서 활동을 시작한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북한주민의 자유와 인권은 무참히 짓밟힌 상황”이라며 “사명감을 가진 탈북민 정치인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도 “탈북민 정치활동은 탈북 사회·미래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이라며 “남북통일당이 성과를 내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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