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내 신규 아파트의 청약경쟁률이 통계 집계 후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뉴시스
정부가 고가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했지만, 대출 없이 본인의 자산으로 주택을 구매한 경우가 3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정부가 고가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했지만, 오히려 대출 없이 본인의 자산으로 주택을 구매한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광주갑)에 따르면, 금융기관 등의 도움 없이 ‘내 돈 주고 내가 산다’(내돈내산) 유형의 주택 구매자들은 2018년 2,496명에서 2019년 3276명, 2020년 8월 기준 3,105명으로 매년 증가했다. 서울에서 고가 주택을 구입할 때 본인 자금을 동원해 거래한 비율도 2018년 13.3%, 2019년 15%, 2020년 8월 기준 15.1%로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2018년 이후 주식이나 채권, 상속이나 증여, 부동산 처분대금 등을 제외하고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예금 또는 현금 등 기타 자금을 비롯한 현금성 자산만으로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은 1,055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가장 많이 매입한 주택은 용산구 한남동의 ‘한남더힐’로 총 41명이 평균 33억7,317만원을 들여 사들였다. 또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송파 위례 리슈빌 퍼스트클래스(각각 14명), 강동구 상일동 고덕 아르테온(13명), 강남구 역삼동 옥산하우스(12명),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와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아파트,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 자이 개포(각각 10명) 등 ‘강남4구’에 현금성 자산만을 활용해 집을 산 사람들이 몰렸다.

또 현금성 자산만을 활용한 주택구입자들을 연령별로 나누면 60대 이상이 432명으로 가장 많았고, 50대가 293명, 40대가 216명, 30대가 87명, 20대는 27명이었다. 

이들 중 가장 비싼 가격에 집을 구입한 사람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었다. 정용진 부회장은 2018년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으로부터 용산구 한남동 주택을 구입하면서 주택구입비용 161억2731만원 전액을 금융기관 예금으로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장 어린 구매자는 2000년생 D씨다. D씨는 지난해 서초구 방배그랑자이 분양권을 오직 본인이 보유하던 예금 17억2,430만원으로 구입했다.

이같은 분석결과는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대출규제 강화 정책을 펼쳤지만, 오히려 ‘금수저’들의 부의 대물림만 강화시켜줬다는 것을 시사한다. 대출 규제로 청년들과 무주택자들의 주택 구입만 더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가 부동산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지적받아왔던 문제이다.

소병훈 의원은 “서울의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이 9월 기준 8억5,000만 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정부는 내 집 마련이 필요한 집 없는 청년‧무주택자들이 대출 규제에 막혀 절망하지 않도록 금융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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