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자회사 신한중공업의 하도급 갑질 행태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
대우조선해양 자회사 신한중공업의 하도급 갑질 행태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이어 대우조선해양도 ‘하도급 갑질’ 대열에 가세했다. 조선업계가 ‘갑질의 바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대우조선해양 자회사인 신한중공업의 불공정 하도급거래에 대해 시정명령 및 법인 고발조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과징금은 이 회사가 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해 부과하지 않았다. 

신한중공업은 선박에서 선원들의 생활공간 및 각종 항해장치가 위치하는 ‘데크 하우스’를 주로 제조하는 곳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말 기준 신한중공업 지분 89%를 보유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신한중공업은 2014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76개 하도급업체에 9,931건의 선박 및 해양플랜트 제조 작업을 위탁하면서 작업 시작 전까지 계약서를 발급하지 않거나 지연 발급했다. 심지어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계약서가 발급되지 않은 경우가 8,974건에 달했다. 

계약서엔 작업 내용은 물론 대금이 명시된다. 즉, 해당 하도급업체들은 어떤 작업을 통해 얼마의 대금을 받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작업에 나선 셈이다. 그리고는 신한중공업이 일방적으로 책정한 대금을 수용해야 했다. 대금이 부당하더라도 이미 작업이 시작됐거나 완료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영세한 하도급업체가 불만을 제기하긴 어려웠다. 이는 전형적인 ‘하도급 갑질’ 행태에 해당한다.

뿐만 아니다. ‘대금 후려치기’도 이뤄졌다. 공정위는 신한중공업이 2016년 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7개 사내 하도급업체와 계약을 맺으면서 ‘총 계약금액의 3% 이내의 수정·추가 작업내역은 본 계약에 포함된 것으로 한다’는 내용의 ‘특약’을 넣었다. 신한중공업의 필요에 의해 작업이 수정 또는 추가될 경우 비용은 신한중공업이 부담해야 하지만, 이를 하도급업체에 떠넘긴 것이다.

또한 신한중공업은 2016년 1월부터 2017년 3월까지 6개 하도급업체에 제조 작업을 위탁하면서 임률단가(시간당 임금)를 정당한 사유 없이 전년 대비 7% 일률 인하했다. 2015년 말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하는 등 경영상 어려움이 닥치자 ‘영업이익 7% 목표 달성방안’을 마련하며 그 일환으로 하도급업체를 쥐어짠 셈이다.

공정위는 “작업 대상 선박의 종류, 공종별 특성에 따른 작업의 난이도, 사내 하도급 업체의 경영상황, 거래규모, 거래기간 등이 모두 각각 다른 상황에서 일률적인 비율로 단가를 인하할 만한 정당한 사유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공정위는 신한중공업에 시정명령을 내렸으며, 특히 일률적인 하도급대금 인하에 대해선 법인을 검찰 고발했다. 다만, 신한중공업이 현재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은 점을 감안해 과징금은 부과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 시 하도급업체들이 신한중공업으로부터 배상받을 금액이 적어지는 등 오히려 하도급업체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현대중공업의 ‘하도급 갑질’을 적발해 2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지난 4월엔 삼성중공업에게도 같은 사안으로 3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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