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패스트트랙 사태’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차기 대선이 1년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그의 정치 활동 재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뉴시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패스트트랙 사태’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차기 대선이 1년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그의 정치 활동 재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차기 대선이 1년 5개월여 남은 상황에서 보수 야권이 인물난에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의 향후 대권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수진영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대선 패배로 궤멸 위기에 처해있을 때 황교안 전 대표는 보수진영 지지자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다크호스’로 정치에 뛰어들었다. 황 전 대표는 박근혜 정부 마지막 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이력 이외에는 정치 경험이 전무한 ‘정치 초년생’이었음에도 지난해 2월 27일 전당대회에서 입당한 지 43일 만에 당 대표 자리를 꿰찼다.

황 전 대표는 한때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며 잠룡으로서 잠재력을 과시하기도 했으나, 지난 4‧15 총선 패배 이후 추락했다. 황 전 대표는 진두지휘했던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참패했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맞대결을 펼친 서울 종로구에서도 낙선했다. 

보수진영의 다크호스 자리도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내준 듯하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3∼4일 경향신문 의뢰로 실시한 범야권 인물을 대상으로 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9%, 윤석열 검찰총장 8%, 오세훈 전 서울시장·유승민 전 의원 각 6%로 나타났다.

뒤이어 홍준표 무소속 의원(5%), 원희룡 제주지사(3%), 황교안 전 대표(2%),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1%) 순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윤석열 총장 선호도가 24%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고, 오세훈 전 시장·홍준표 의원(각 13%), 안철수 대표(12%), 원희룡 제주지사(6%)에 이어 황 전 대표는 5%를 얻는데 그쳤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치 인생에서 최대 위기를 맞은 황 전 대표가 다시 지지율을 회복하고 기사회생할 수 있을까. 황 전 대표는 총선 패배 이후 암중모색하며 기회를 엿보는 듯하다.

총선 후 두문불출하던 그는 최근에 공개석상에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21일 서울 남부지법에서 열린 ‘패스트트랙 사태’ 관련 재판에 출석해 기자들과 만나 “불면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정치는 답답하고, 국민께 죄스럽다”고 밝혔다.

◇ 황교안, 정치 재개하나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황 전 대표가 권력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대선 출마를 위해 곧 움직임을 시작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황 전 대표는 총선에서 패한 이후에도 종로 조직위원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장학재단 설립을 추진하면서 종로 지역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 전 대표는 지난달 16일 국민의힘 김승수‧김희곤‧박성민‧박수영‧엄태영‧정동만 의원 등 초선 의원 일부와 황 전 대표의 지인 등과 함께 만찬 회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찬은 황 전 대표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만찬 회동에 참석했던 국민의힘 한 의원은 7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황 전 대표의 대선 행보 관련 얘기는 없었다”며 “덕담 정도하고 서로 선거 때 고생했다, 그런 얘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이어 황 전 대표의 정치 활동 재개 가능성에 대해 “황 전 대표가 아무 의미 없이 사람들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 행보를 보인다는 것은 황 전 대표가 뭔가 모색을 하고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황 전 대표의 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그가 대표 재임 시절 리더십의 한계를 드러냈고, 차기 대선 도전을 뒷받침할 당내 세력이 미약하다는 점 등이 그 이유로 꼽히고 있다.

이와 함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당무감사에 착수하면서 황 전 대표가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종로 지역구에 대한 당무감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황 전 대표를 비롯한 ‘강경 보수’ 성향 인사들이 감사의 주요 타깃이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황 전 대표와의 만찬 회동에 참석했던 한 국민의힘 의원은 “황 전 대표가 뭔가 모색은 하겠지만 지금 상황이 워낙 녹록하지 않기 때문에 그게 잘 될지는 모르겠다”며 “주변 상황들이 별로 좋지는 않다. 당은 물론이고 황 전 대표 본인도 총선에서 패배했고, 국민들에게 아무래도 좋은 인상을 못 줬다”고 지적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황 전 대표 측 참모들은 우리에게 기회가 있다, 야당에 대권후보감이 많지 않기 때문에 기회를 엿보고 준비해가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보여진다”며 “그러나 지금 지지율은 거의 바닥 수준이고 국회 내 의원 세력도 없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황 전 대표가 한번 실패의 쓴잔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스스로 느낀 점이 많았을 것”이라며 “다시 기회가 오게 하려면 국민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민심 속으로 들어가서 자신이 할 역할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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