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발언을 마친 뒤 물을 마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발언을 마친 뒤 물을 마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국민의힘이 각 지역 당협위원장을 대상으로 당무감사에 나선 가운데, 감사 항목에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활동 과정에서의 막말 여부 등을 따지는 질문을 다수 포함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는 내년 4월 예정된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국민의힘이 당내 인사들의 부적절한 언행에 따른 논란 여지를 사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특히 강성 보수진영과 거리를 두는 당 지도부 기조를 감안할 때, 부정선거 이슈를 이어가고 있는 민경욱 전 의원이나 추석 연휴 ‘달님은 영창으로’ 문구 현수막으로 논란이 된 김소연 대전 유성을 당협위원장 등 특정 인사들이 제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막말 논란’ 정치인들 당무감사위 표적?

국민의힘은 지난 9월부터 당무감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부산·경남 지역부터 특별당무감사를 실시 중이며 당무감사 대상은 당 소속 국회의원과 각 시도당 및 원외당협위원장 등 주요 당직자들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8월 7일 국회에서 이양희 성균관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당무감사위원회를 출범하고 첫 회의를 진행했다. 이 위원장은 회의 후 “감사활동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독립적으로 전문성에 기반을 둬 투명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국민의힘이 최근 각 지역 당협위원장에게 배포한 당무감사 사전점검자료 전체 48개 항목 중 8개(약 17%) 항목이 개인 소셜미디어의 전반적 운영 및 막말 논란 관련 질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당무감사 관련 당협평가 서류를 작성하다보니 SNS(사회 관계망 서비스) 관련 견해를 묻거나 과거 활동, 현재 활동, 막말 등에 대한 얘기를 쓰는 란이 많았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서울 광진갑 당협위원장을 겸하고 있어 당무감사 대상에 포함된다.

김 위원은 “정치인 SNS에 들어가면 공식 워딩이 다 녹아있다보니 SNS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소속 당에 대한 국민적 인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SNS 활동을 잘 하고 있는 건지, 문제되는 내용이 없는 건지 총체적으로 점검하려는 게 당무감사에서 바라보는 중요 기준 중 하나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지난 4·15 총선 직후 4·15부정선거국민투쟁본부(국투본)를 이끌며 총체적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있는 민경욱 전 의원(인천 연수을 당협위원장)과 추석 연휴 기간 당 홍보 현수막에 '달님은 영창으로’ 문구를 넣어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했다는 지적을 받은 김소연 대전 유성을 당협위원장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김 위원은 “이번 당무감사에서 민 의원의 활동을 면밀히 지켜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부정선거 관련 내용도 마찬가지고 얼마 전에는 미국에서 여러 메시지를 발신했는데 그 중에는 중국 관련 내용도 있다. (당무감사위가)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범위 등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에 대해서는 “본인은 (‘달님은 영창으로’에 대해)중의적 표현이라고 얘기하지만 추석명절을 앞두고 ‘가족의힘 국민의힘’이라는 현수막에 대한 공통 문구가 내려왔다”며 “그 내용의 현수막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다른 의미의 현수막 문구가 들어갔다면 어떤 의도와 의미가 있었는지 명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기호 의원이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 남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에게 ‘강 장관과 지금까지 살았다는 자체만으로 훌륭하다’는 게시글을 남겨 여권 공세를 유발한 게시글에 대해서도 김 위원은 “국민적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발언”이라고 혹평했다.

김 위원도 당무감사 대상이지만 김종인 체제 출범 직후부터 비대위원을 겸하는 만큼 김 위원장 의중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당무감사 기준의 높은 ‘막말 비중’ 질문에 대해 철저 감사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당무감사위원장이 철저히 감사에 임하고 있다”며 “결과를 보고 어떻게 당 운영에 활용할 것인지 결정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김종인 체제 들어 내부 인사들 입단속을 강조하고 있으며 사회적 논란에 휘말리는 것 자체를 극도로 꺼리는 모습이다.

최근 페이스북 카드뉴스 형식 홍보물에 부적절한 표현을 써 논란을 빚은 당 중앙청년위원회 간부들에 대해 비대위가 즉각 중징계를 내려 면직시킨 것이 단적인 예다. ‘당의 소중한 자원인 청년들에게 소명 기회도 주지 않았다’는 비판에도 아랑곳 않고 잘라냈다.

당의 명운이 걸린 중요한 선거를 불과 6개월 앞둔 만큼, 당무감사위는 향후 큰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기성 정치인들의 언행에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것으로 보인다.

민경욱 4·15 선거부정 국민투쟁본부 상임대표가 지난 8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행정심판 청구 기자회견을 열고 4.15 총선 사전투표 조작의혹, 투표지 사진파일 공개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민경욱 4·15 선거부정 국민투쟁본부 상임대표가 지난 8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행정심판 청구 기자회견을 열고 4.15 총선 사전투표 조작의혹, 투표지 사진파일 공개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 김병민 발언에 민경욱 “대깨문이냐” 반발

민경욱 전 의원과 김소연 당협위원장은 이날 각각 페이스북을 통해 김병민 비대위원의 발언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민 전 의원은 “‘민경욱 말은 다 막말이다’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린데 김병민이 그랬네. 어이 김병민, 어디서 굴러먹던 자가 지금 뭐라는 거냐”고 날을 세웠다. 김 위원을 향해 “‘대깨문(문 대통령 극성 지지자를 비하하는 표현)’이냐”고 공격하기도 했다.

김 위원이 한기호 의원의 페이스북 논란 관련 부정적 견해를 밝힌 데 대해서도 “국감장에서 열심히 싸우는 한 의원의 표현을 두고 같은 당 김병민이라는 자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공격했다”며 “전쟁통에 아군을 등 뒤에서 쏘고 있는 그는 아군인가 적군인가"라고 비판했다. 민 전 의원 페이스북 댓글에는 김 위원을 향한 지지자들의 험담으로 가득찼다.

김소연 당협위원장은 페이스북에 김 위원의 당무감사 관련 발언을 인용한 보도를 공유하며 ‘친여성향 언론 매체 나가서 출연료 받아가며 당내 인사들 저격하고 막말하고 다니는 자’ ‘민주당 2중대 소리를 듣게 하는 자’ 등 10개 사례를 들며 “이런 분들을 이번 당무감사에서 정리하실 것이라 믿는다”고 적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당무감사는 특정 세력을 겨냥해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당직자들 모두 스스로 발언의 무게를 반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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