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수부(코크) 관리를 소홀히 한 가정용 정수기에서 대장균 등 세균이 검출 됐다.
취수부(코크) 관리를 소홀히 한 가정용 정수기에서 대장균 등 세균이 검출 됐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인천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되면서 ‘안전한 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상당수 가정집의 정수기 위생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한국소비자원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40가구를 대상으로 정수기 위생상태를 점검해 발표한 결과, 1가구의 정수기 물에서 총대장균군이 검출됐다.

또 일반세균은 평균 257CFU/ml 수준이었다. 현행법상 정수기 관련 일반세균의 기준이 없으나 ‘먹는물 수질기준 및 검사 등에 관한 규칙’에서 정한 식수용 수돗물의 기준(100CFU/ml)을 2배 이상 초과한 수치다. CFU(Colony Forming Unit‧집락형성단위)란 독자적으로 번식 가능한 세포 군락이 형성된 수를 말한다.

진균(곰팡이균)은 0~4CFU/ml 수준으로 검출됐지만, ‘대한민국약전’상 밀·옥수수 전분, 꿀 등의 진균 기준(100CFU/g 이하)과 비교하면 안전한 수준이었다. pH도 6.7~7.8로 식수용 수돗물 기준(5.8~8.5) 이내였다.

총대장균군이 검출되었던 1가구는 4년간 취수부(코크) 관리를 한 차례도 하지 않아 코크에 검정색 이물질이 묻어나는 등 위생상태가 불량했다. 그러나 소독 후에는 총대장균군이 불검출 돼 취수부 소독으로 위생관리가 가능한 것으로 보였다.

또 일반세균은 취수부 소독 후 평균 126CFU/ml 수준으로 50.8%가 감소했다. 일반세균은 체내에서 직접 병을 일으키는 경우가 거의 없으나 기회 감염 가능성이 존재해 필터와 저수조, 취수부 등에 대한 위생관리가 필요하다고 소비자원은 지적했다. 진균 역시 취수부 소독 후 0~3CFU/ml 수준으로 내려갔다.

세균 번식을 막기 위해 정수기 위생관리는 필수지만, 대부분 가정에서 취수부 관리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대상 40가구 중 3가구(7.5%)만이 취수부 관리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평소에도 관리하고 있었다. 대부분 가구는 렌탈 업체의 청소 서비스에 위생관리를 위임하고 별도의 관리를 하지 않고 있었다.

소비자원은 “가정용 정수기의 위생관리 주체는 소비자이므로, 렌탈 업체의 청소 서비스 여부와 관계없이 정수기 주변부 및 취수부에 대한 주기적인 위생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정수기를 판매 및 대여하는 13개 업체에 취수부 관리를 케어 서비스에 포함시키고, 소비자들에게 취수부 관리 안내 가이드를 제공해 줄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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