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라임·옵티머스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을 지시한 것은 논란을 정면 돌파해 야당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정공법으로 보인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지난 13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청와대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라임·옵티머스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을 청와대에 공개 지시했다. 정면돌파를 통해 논란을 조기에 진화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이에 검찰 수사에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도, 당청 모두 수사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 야당의 공세에 대처할 수 있게 됐다.

◇ 문재인 대통령, “수사 적극 협조” 지시

보수야당은 라임·옵티머스 의혹에 대해 ‘권력형 게이트’라고 규정했다. ‘권력형 게이트’라는 프레임을 통해 당청의 국정 동력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다. 당청이 야당의 공세에 방어적인 태도로 나설 경우, 내년 재보궐선거는 물론 대선 국면에도 영향이 갈 것이라는 계산도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검찰의 엄정한 수사에 어느 것도 성역이 될 수 없다”며 빠른 의혹 해소를 위해 청와대는 검찰 수사에 대해 적극 협조할 것을 지시했다. 강 대변인은 “이에 따라 청와대는 검찰이 라임 수사와 관련해 출입기록 등을 요청하면 검토해서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 출입기록 대조에 필요한 폐쇄회로(CC)TV 자료는 이미 보존 기간을 넘긴 상황이라 검찰의 요청을 들어줄 수 없다고 강 대변인은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인사가 연루된 검찰 수사에 대해 적극 협조를 공개 지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앞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비위 감찰 무마 의혹,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 전·현직 청와대 인사가 연루된 검찰 수사가 몇 차례 있었지만 문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수사 협조를 지시하지 않았다. 대부분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에 자료를 임의제출 하는 ‘수동적인 협조’를 해왔다.

청와대는 ‘헙조 의무의 원칙적 차원’에서 언급한 것이며 큰 의미는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전날(13일) 검찰이 청와대 출입기록과 CCTV 제출을 요청했다는 보도에 대해 강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으로 “청와대 출입기록 등은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말한 것과 14일 문 대통령의 지시사항은 대조적인 분위기다. 전날만 해도 소극적인 방어에 집중하던 청와대의 분위기가 하루 사이에 바뀐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 이후 수세적이었던 당청의 기류가 적극적으로 변화했다. 의혹에 소극적인 대응을 할 경우 국민의 의구심만 커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옵티머스자산운용 홈페이지 갈무리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 이후 수세적이었던 당청의 기류가 적극적으로 변화했다. 의혹에 소극적인 대응을 할 경우 국민의 의구심만 커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옵티머스자산운용 홈페이지 갈무리

◇ 당청, 논란에 수세적→적극적으로 변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문 대통령의 지시를 기점으로 태도가 달라졌다. 해당 의혹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이 커지기 전에 수세적인 태도를 버리고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15일 “검찰은 라임과 옵티머스 금융사기 사건에 대해 한 점 의혹 없이 어떤 성역도 두지 말고 적극 수사해서 사건의 전모를 밝혀야 한다”면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지휘 고하를 막론하고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근거도 없이 금융사기 사건을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하고 정쟁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안타깝다”며 “권력형 게이트란 권력을 가진 사람이 부당한 이득이나 불법행위를 도와주기 위해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당 우상호 의원도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우리 정권의 실세나 누구와 관련됐다면 당연히 그건 처벌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런데 지금 저희 내부 조사로는 이 사건은 그렇게 보이지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당청이 이같은 기류 변화를 보인 것은 내부 조사 결과 고위 인사 연루 등 치명타를 맞을 일이 없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라임·옵티머스 사건의 핵심 당사자로 거론되는 이모 전 청와대 행정관을 둘러싼 의혹은 여전하지만, 검찰 수사를 통해 논란을 해소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란 풀이다. 또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공정경제 관련 입법 등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야당의 공세에 끌려갈 수만은 없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 당청의 기류 변화에 다른 야당 대응도 주목

당청의 태도 변화에 초반 공세 수위를 높였던 야당의 입장이 다소 미묘해졌다. 당청이 검찰 수사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야당의 대응도 변화해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권력형 게이트는 초반 기세 싸움이 중요한데, 당청이 수세적인 태도로 일관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야당은 15일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현재 검찰이 철저한 수사 진행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회의적”이라고 했고, 주호영 원내대표는 특검을 주장하면서 “문 대통령은 청와대가 수사에 협력하라고 할 게 아니라 검찰에 특수단을 만들어 엄중히 수사하라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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