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선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소속 의원 11명이 기소 된 국민의힘은 악재에 악재가 겹치며 고심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이 고심에 빠졌다. 내년 4월 재보궐 선거가 불과 6개월도 채 남지 않았음에도 분위기가 오르지 않고 있다. 여기에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기소된 의원이 11명에 달하면서 당의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 선거법 위반 줄기소에 ‘당혹’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6일 “의석수가 2배 가까운 더불어민주당은 겨우 7명이고, 의석수가 절반에 지나지 않은 우리 당이 무려 11명이나 기소가 됐다”며 “(검찰이) 다른 사건에 있어서 비리를 옹호하고 왜곡하는 것을 수차 보아왔지만, 선거 관련 사건만 해도 너무 심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전날(15일) 4‧15 총선 공직선거법 위반 공소시효가 끝나면서 정치권에는 줄기소가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이채익‧조해진‧구자근‧김병욱‧김선교‧박성민‧배준영‧최춘식‧홍석준‧조수진 의원 등 10명이 재판을 받게 됐다. 배우자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명호 의원을 포함하면 11명에 이른다.

국민의힘은 이같은 상황이 ‘편파적’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민주당의 핵심 인사들이 대거 불기소된 데 불만을 토로했다. 주 원내대표는 “윤건영, 고민정 등 여권 핵심인사들과 관련해서는 줄줄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또는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불기소 처분이 됐다”며 “검찰이 완전히 무너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현직 의원이 대거 기소되면서 위기감이 역력해 보인다. 당의 10분의 1가량이 재판에 넘겨지게 됐기 때문이다. 자칫 의원직이 상실될 경우, 개헌저지선인 100석 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현행법상 선거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 벌금형에 처해질 경우 의원직은 박탈된다.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와 라임·옵티머스 사건에서도 민주당의 방어에 부딪히면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뉴시스

◇ 무력한 여권 공세

국민의힘은 ‘야당의 시간’이라고 불리는 국정감사도 활용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당초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휴가 의혹과 북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 사건 등을 국감에서 밝히겠다며 벼르고 있었지만, 민주당 반대로 증인 채택이 무산되는 등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엊그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서 중요 증인 채택 독촉을 하고 해결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답은 ‘추 장관 관련해선 증인 채택을 더 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을 뿐”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국감을 받는 정부의 태도, 민주당의 비호 이런 것들이 역대 최악의 상황”이라며 “감사를 받는 정부가 자료 제출을 거부할 뿐만 아니라 국감장에서 답변도 불성실하고 나아가 오만불손한 경우까지도 비일비재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관련 대여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을 당부했고, 민주당도 이 사건을 ‘권력형 게이트’가 아닌 ‘금융사기’로 규정하며 정공법을 선택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15일) “한 점 의혹 없이 어떤 성역도 두지 말고 적극 수사해 사건 전모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는 사이 지지율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38%로 9월 넷째주 대비 1%p 상승했지만, 국민의힘은 21%에서 18%로 3%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렇다 보니 국민의힘이 ‘제1야당’으로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그간 굵직한 현안들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내지 못하면서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외연 확장과 재보궐 선거 준비 과정 속 내부 갈등이 새어 나오는 것도 문제로 거론된다. 국민의힘은 경선준비위원회 출범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장제원 의원이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등 신경전이 벌어지는 듯한 모습도 연출됐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야당은 선명성과 투쟁성인데 이를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지층의 마음을 끌어오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대립하고, 기업규제 3법이나 기본소득 등을 강조하면서 당의 정체성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들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