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업계 양대산맥 벤츠와 BMW의 경쟁이 다시 치열해지고 있다.
수입차업계 양대산맥 벤츠와 BMW의 경쟁이 다시 치열해지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동안 시들했던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수입차업계 1위 경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특히 두 브랜드의 최대 격전지인 E세그먼트 부문에서 연말 ‘전쟁’이 예고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브랜드는 각종 논란 및 리스크도 나란히 떠안고 있어 향후 경쟁구도에 관심이 집중된다.

◇ 기울었던 경쟁구도 다시 살아나다

6,030대와 7,252대. 지난 8월 벤츠와 BMW의 국내 판매실적이다. BMW가 모처럼 벤츠를 넘어 수입차업계 월간 판매 1위 자리를 되찾았다. 2017년 12월 이후 32개월 만의 1위 탈환이었다. 그러나 벤츠도 그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지난 9월 5,958대의 판매실적으로 5,276대의 BMW를 다시 꺾고 한 달 만에 1위 자리에 복귀했다. 

벤츠와 BMW는 수입차업계의 양대산맥으로 여겨진다. 두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전체 판매실적의 3분의 2가량을 두 브랜드가 책임지고 있다. 아울러 두 브랜드는 과거 수입차 1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주인공 자리를 먼저 차지한 건 BMW였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독주체제를 구축하며 7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이 기간 벤츠는 6번이나 2위에 머무르는 설움을 겪었다. 연간 판매실적 차이가 겨우 수백 대 차이에 불과했던 것도 3번이나 됐다.

벤츠가 만년 2인자의 설움을 떨쳐낸 것은 2016년이다. 이후 벤츠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뿐만 아니다. BMW와의 격차도 점점 더 벌려왔다. 2018년 이후부터는 아예 월간 판매 1위 자리도 빼앗기지 않았고, 지난해 연간 판매실적 차이는 무려 3만3,942대에 달했다.

여기엔 벤츠의 적극적인 한국 시장 공략 및 그에 따른 성과 못지않게 BMW의 부진도 크게 작용했다. BMW는 최근 수년간 화재사고 결함 논란 등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고, 이로 인해 판매실적이 뚝 떨어졌다.

이처럼 한동안 시들했던 두 브랜드의 경쟁은 최근 들어 다시 불이 붙었다. BMW가 다시 예전의 기세를 되찾으며 경쟁이 활기를 띠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두 브랜드는 주력부문인 E세그먼트에서 ‘정면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BMW는 7세대 5시리즈, 벤츠는 E클래스 페이스리프트를 이달 나란히 출시했다. 판매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주력모델이자, 동급 경쟁모델이다.

물론 올해 연간 판매실적에서 ‘대역전’이 벌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벤츠는 9월까지 5만3,571대의 누적 판매실적을 기록 중이고, BMW는 4만1,773대로 뒤쳐져있다. 남은 기간이 3개월에 불과한 만큼, 1만대 이상의 차이가 뒤집어지긴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내년은 다르다. 다시 예전처럼 역전과 재역전, 추월과 재추월이 거듭되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특히 올 연말 펼쳐질 E클래스와 5시리즈의 맞대결은 내년 벤츠와 BMW의 1위 경쟁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 벤츠는 배출가스, BMW는 결함 은폐… 리스크가 최대 변수

변수는 또 있다. 공교롭게도 벤츠와 BMW는 모두 중대 리스크를 마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벤츠는 올해 배출가스 조작이 적발돼 무려 77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또한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압수수색이 단행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벤츠는 석연치 않은 수장 교체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벤츠는 환경부의 배출가스 조작 적발 발표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이른 수장 교체를 알렸다. 그리고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전 사장은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진 지난 5월 이미 한국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으며, 돌아오지 않고 그대로 임기를 마쳤다.

심지어 실라키스 전 사장의 후임으로 내정됐던 인물이 부임하지 않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결국 벤츠는 현재 사장 대행체제 상태이며, 다시 내정된 새 사장은 내년에 부임한다.

향후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기소로 이어질 경우 벤츠는 또 다시 거센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여러모로 판매활동이 위축되고,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BMW 역시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앞서 중대한 타격을 몰고 왔던 화재결함 논란의 후폭풍이 여전히 남아있다. 화재결함을 알고도 은폐했느냐가 의혹이 핵심인데,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달 압수수색을 실시하기도 했다. 벤츠와 마찬가지로 검찰 수사 및 기소에 따라 심각한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리스크는 벤츠와 BMW의 1위 경쟁에도 상당히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는 일반 소비자가 구입하는 제품 중 가장 비싼 축에 드는 것으로, 구매를 결정하는데 있어 평판이 중요하게 작용하며 고급수입차의 경우 그런 경향이 더욱 강하다”면서 “불미스러운 논란이 이어질 경우 판매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실제 그런 사례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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