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 뒤를 이어 새로운 부부 이야기로 큰 관심을 모았던 MBC '나의 위험한 아내' / 키이스트 제공
'부부의 세계' 뒤를 이어 새로운 부부 이야기로 큰 관심을 모았던 MBC '나의 위험한 아내' / 키이스트 제공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이것은 서스펜스 드라마인가, 코믹 드라마인가. 상반된 장르를 묘하게 섞어내 작품의 정체성을 궁금하게 만든다. MBN ‘나의 위험한 아내’의 이야기다. 

지난 5일 첫 방송된 월화드라마 ‘나의 위험한 아내’(연출 이형민‧김영환, 극본 황다은)는 사랑해서 부부의 연을 맺었지만 결혼이라는 생활을 그저 유지하고만 있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다수 부부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부 잔혹극’을 표방한 작품이다. 2016년 일본 KTV에서 방영된 동명의 ‘나의 위험한 아내(僕のヤバイ妻)’를 원작으로 한다. 

‘부부의 세계’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인걸까. 올해 상반기 JTBC ‘부부의 세계’가 반전을 거듭하는 부부 이야기로 큰 화제성을 자랑했고, 새로운 부부 이야기를 꺼내든 ‘나의 위험한 아내’는 ‘부부의 세계’와의 비교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이에 앞서 진행된 온라인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이형민 감독은 “대본이 강렬하다. 굉장히 자극적이고 스릴러적인 요소가 있는데, 여기에 위트를 더하고 싶었다” 연출 포인트를 전했다.

또한 주연으로 나선 김정은은 “‘부부의 세계’는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라 재밌으면서 괴로웠다면, 저희 드라마는 판타지성이 많다. 결혼한 주부의 입장에서 이렇게 해보고 싶다고 상상만 하던 것을 직접 이뤄주는 판타지성이 있다”고 ‘부부의 세계’와의 차별점을 말했다.

실제 베일을 벗은 ‘나의 위험한 아내’는 심재경(김정은 분)-김윤철(최원영 분) 부부와 내연녀 진선미(최유화 분)의 신경전을 중심에 내세워 ‘부부의 세계’와의 공통점을 보여주는 한편, 심재경이 가진 50억원을 손에 넣기 위한 주변 사람들의 심리싸움을 담아내며 차별화를 보이고 있다. 또한 “위트를 더하고 싶었다”던 이형민 감독의 말처럼, 블랙 코미디를 담아 겉으로는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안은 다른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선이 명확하지 않은 코믹적 요소는 극에 완전히 몰입하는 데 적지 않은 아쉬움을 남긴다.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에 코믹함을 가미한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JTBC ‘SKY 캐슬’이 있다. 지난해 큰 인기를 구가한 ‘SKY 캐슬’은 긴장감 넘치는 상위권의 교육 열기를 다루면서도, 차민혁(김병철 분)‧진진희(오나라 분) 등 위트 있는 캐릭터들을 배치해 극의 몰입감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블랙 코미디 한 스푼을 더했다.

코믹드라마에 서스펜스를 더한 느낌을 자아내는 '나의 위험한 아내' / MBN '나의 위험한 아내' 방송화면
코믹드라마에 서스펜스를 더한 느낌을 자아내는 '나의 위험한 아내' / MBN '나의 위험한 아내' 방송화면

반면 ‘나의 위험한 아내’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코믹인지 불분명해 작품의 정체성에 의아함을 남긴다. 아내의 숨겨진 모습을 발견한 김윤철이 겁에 질리는 찌질한 모습을 유지하다가 심재경의 돈을 찾아 미행하는 긴장감 넘치는 장면이 급전개되는 것이 예다. 남자 주인공이 코믹스러운 느낌을 계속 자아내는 만큼, ‘나의 위험한 아내’는 서스펜스라기보다 오히려 코믹 드라마에 서스펜스를 더한 느낌이다. ‘부부의 세계’처럼 긴장감 넘치는 반전의 반전 이야기를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겐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나의 위험한 아내’가 지닌 무기는 충분하다. ‘부부의 세계’가 현실판 ‘사랑과 전쟁’이었다면, ‘나의 위험한 아내’는 남편의 외도로 배신감을 느낀 아내의 복수에 초점을 맞춰 카타르시스를 자아낸다. 여기에 50억 사수를 위한 심리싸움은 결말을 짐작하지 못하게 만들며 궁금증을 자극한다. 김정은‧최원영 등 배우들의 연기도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다만, 서스펜스와 코믹의 적절한 조화를 맞추는 것, ‘나의 위험한 아내’에게 아쉬운 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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