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 칼럼니스트
하도겸 칼럼니스트

제2회 말모이연극제 제주 참가작으로 공연되는 극단 괸당들의 ‘자청비2020’과 극단 세이레의 ‘자청비’가 오는 10월 20일부터 10월 25일까지 제주어와 제주신화가 만난 무대를 서울 대학로 후암스테이지1관에서 펼쳐놓는다.

제주도 부문 극단 괸당들은, 재경제주연극인모임 안에서 지난 2019년 프로젝트 극단으로 인큐베이팅 되었다. 제1회 말모이연극제 때 ‘눈 오는 봄날’로 제주 사투리의 묘미를 서울 관객에게 보여주었고, 말모이연극제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극단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선보이는 ‘자청비2020’(원제 ‘간병인’)은 소설가로, 극작가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제주도 출신인 강준(본명 강용준) 작가의 희곡을 바탕으로 했다.

제목으로 나오는 자청비란 제주도 전통신화인 세경본풀이에 등장하는 농사의 여신이다. 온갖 시련과 고난을 거쳐 사랑을 쟁취하고 전쟁에서 난을 진압하여 농사의 신까지 된 강인한 여성상으로 그려진다. 한편, 자청비는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서 가장 큰 천체인 왜소행성(dwarf planet) 세레스(Ceres)의 크레이터(구덩이)에 붙은 우리말 명칭이기도 하다. 그리고 여기서 나오는 세레스는 로마신화 속 곡물의 여신인 케레스에서 따온 명칭이다.

‘자청비2020’은 그리스 로마 신화와 같이 흥미로운 서사시를 품은 세경본풀이 신화 속 자청비가 많은 시련을 딛고 서서 사랑까지 쟁취해가는 과정을 오늘날의 관점으로 해석했다. 강준 작가는 “신화에 나오는 사랑, 질투, 간계, 인내 등은 인간의 태생적 본성으로 불멸의 테마”라며 자청비 신화의 영속성을 소개했다. 시대는 달라도 그 시대를 사는 인간의 본성은 같은 것이리라.

제2회 말모이연극제 제주 참가작으로 공연되는 극단 괸당들의 ‘자청비2020(좌)’과 극단 세이레의 ‘자청비(우)’가 오는 10월 20일부터 10월 25일까지 제주어와 제주신화가 만난 무대를 서울 대학로 후암스테이지1관에서 펼쳐놓는다.
제2회 말모이연극제 제주 참가작으로 공연되는 극단 괸당들의 ‘자청비2020(좌)’과 극단 세이레의 ‘자청비(우)’가 오는 10월 20일부터 10월 25일까지 제주어와 제주신화가 만난 무대를 서울 대학로 후암스테이지1관에서 펼쳐놓는다.

연출을 맡은 송윤석은 “무거운 소재를 어둡지만은 않은 희극적 요소로써 풀어냈다. 하지만 자칫 가벼워만 질 수 있는 부분을 상쇄시킬 것이다”이라며 “소품과 조명, 음향의 활용도와 그 비중이 커졌다. 특히, 꿈과 같은 비현실의 세계는 짧지만 임팩트 있는 장면으로 그려낼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고인배, 백은경, 강제권, 신지인, 고지은 배우가 출연한다.

한편, 제주에서 활동하는 극단 세이레는 10월 23~25일 정민자 작가가 만들고 연출한 또 다른 ‘자청비’를 무대에 올린다. 2012년 고마나루 전국향토연극제 대상을 받았던 작품이다. 신화 원작에 충실하되 놀이 형식으로 자청비 이야기를 제주어로 재미나게 풀어낸다. 여기에는 설승혜 오현수 양순덕 김이영 정민자 배우가 출연하고 음악감독인 한재준 씨가 연주를 맡는다. 작가와 연출 그리고 배우로도 출연하는 정민자 씨는 “이 신화이야기가 결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지금의 우리 삶에 깊숙이 배여 있는 사랑, 믿음, 약속의 이야기로 조명하고 싶었다”며, “오늘을 사는 관객들에게 신화 속의 사랑과 베풂을 이해하여 우리 삶속에서도 널리 공존하는 사상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자청비 2020’은 화·수·목 오후 7시 30분과 토요일 오후 3시, 일요일 오후 5시에 공연된다. 또 다른 ‘자청비’는 금요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6시, 일요일 오후 3시 3번 공연된다. 비슷하지만 다른 두 극단의 또 다른 해석을 연출가는 물론 배우들의 열연으로 비교할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관람이 될 것 같다.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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