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전 의원이 21일 민주당의 ‘오만함’ ‘편 가르기’ ‘내로남불’ 행태를 비판하며 탈당을 선언했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전 의원이 21일 민주당의 ‘오만함’ ‘편 가르기’ ‘내로남불’ 행태를 비판하며 탈당을 선언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그동안 주요 현안에 대해 ‘소신 발언’을 하면서 강성 친문 지지자들에게 공격을 받아왔던 금태섭 전 의원이 결국 탈당했다.

금태섭 전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을 떠난다”고 전했다. 그는 탈당 결심 이유로 민주당이 징계 처분 재심에 대해 5개월 동안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점과 민주당의 ‘오만함’ ‘편 가르기’ ‘내로남불’ 행태를 지적했다.

금 전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 당론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처분을 받고 재심을 청구한 지 5개월이 지났다”며 “그간 윤리위 회의도 여러 차례 열렸다. 하지만 민주당은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 전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는 차라리 제가 떠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했다”며 “‘징계 재심 뭉개기’가 탈당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민주당은 예전의 유연함과 겸손함, 소통의 문화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들을 상대로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서슴지 않는 것은 김대중이 이끌던 민주당, 노무현이 이끌던 민주당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라며 “다른 무엇보다 편 가르기로 국민들을 대립시키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범법자, 친일파로 몰아붙이며 윽박지르는 오만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거기에서부터 우리 편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고 상대방에게는 가혹한 ‘내로남불’, 이전에 했던 주장을 아무런 해명이나 설명 없이 뻔뻔스럽게 바꾸는 ‘말 뒤집기’의 행태가 나타난다”며 “이런 모습에 대한 건강한 비판이나 자기반성은 ‘내부 총질’로 몰리고 입을 막기 위한 문자폭탄과 악플의 좌표가 찍힌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성 친문 지지자들의 행태를 두둔해온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여야 대치의 와중에 격해지는 지지자들의 심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당의 지도적 위치에 계신 분들마저 양념이니 에너지니 하면서 잘못을 바로잡기는커녕 눈치를 보고 정치적 유불리만을 계산하는 모습에는 절망했다”고 비판을 가했다.

그러면서 금 전 의원은 “정치적 불리함과 인간적으로 견디기 힘든 비난을 감수하고 해야 할 말을 하면서 무던히 노력했지만, 더 이상은 당이 나아가는 방향을 승인하고 동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그래서 마지막 항의의 뜻으로 충정과 진심을 담아 탈당계를 낸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강성 지지층의 ‘댓글·문자 폭탄’과 관련 “경쟁을 흥미롭게 만드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이낙연 대표는 지난달 23일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열성 지지자들의 움직임이 당내에 다양한 의견을 만드는데 저해가 되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고 지적하자 “어떤 에너지를 끊임없이 공급하는 에너지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함께 정치를 시작한 금태섭 전 의원은 2014년 3월 신당을 추진 중이던 안 대표가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통합에 합의하면서 민주당에 합류했다.

이후 그는 서울 강서구갑 20대 국회의원과 민주당 대변인, 전략기획위원장 등을 지냈다. 금 전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민주당 내 소신파 의원들과 함께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라고 불리우기도 했다.

금 전 의원은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가 학벌이나 출신과 달리 진보적인 삶을 살아왔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언행 불일치 때문에 비판받는 것”이라며 조 전 장관을 비판했다가 강성 친문 지지자들에게 ‘문자 폭탄’을 받았다.

일부 당원은 올해 초 금 전 의원이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당론인 공수처 설치법안에 기권한 것은 해당 행위라며 징계 요구서를 당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지난 5월 25일 금 전 의원에 대해 경고 처분을 결정했다. 이에 금 전 의원은 징계 조치에 반발해 지난 6월 2일 민주당 윤리심판원에 재심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금 전 의원은 지난 4·15 총선을 앞두고 강서구갑 민주당 경선에서 정치 신인인 강선우 후보에게 패배해 21대 국회에 입성하지 못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금 전 의원이 강성 친문 지지자들에게 ‘미운털’이 박혀 경선에서 밀려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민주당 허영 대변인은 2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금 전 의원의 탈당에 대해 “자연인으로서의 탈당”이라며 “큰 의미가 있을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